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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기자

땜질식 대책 남발…숨죽이며 버티는 피해 학생들

by 광주일보 2021.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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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이 부르는 비극 '학폭' <상> 헛발질하는 정부 대책
근절대책 10년째 학폭은 여전히 진행 중…사이버학폭까지 대두
학폭전담경찰관 수박 겉핥기식 운영에 실태조사 신뢰성도 의문
시간떼우기 예방교육 지적 속 생명존중 녹여낸 실질적 교육 시급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정부는 지난 2012년 ‘학교폭력 근절 범정부대책’을 내놓았다. 관련법이 바뀌고 전담경찰관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학교 책임성과 가해학생 처벌도 강화한 게 골자로, 올해로 10년째다.

현장은 달라졌을까. 학교폭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오랜 학교 폭력을 견디다 못한 고교생이 최근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피해를 입고도 말을 못하고, 목격한 이들도 방관하는 현장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비대면 속에서 ‘사이버’ 학교폭력 양상이 더 많아지는 등 새로운 문제점까지 노출되고 있다.

광주일보는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교생 사건을 계기로 10년이 지났음에도 미흡한 학교폭력 대책 등에 대한 문제점을 싣는다.

정부는 지난 2012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 예방법)을 바꿨다.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한 대구 중학생의 극단적인 선택이 계기였다. 여기에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라는 범정부대책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사건이 터질때마다 임기응변식으로 내놓는 처방에만 치중한데다, 일회성 강연 위주의 예방교육, 실적 쌓기식 실태조사 등도 현장의 학교폭력을 막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8년, 신뢰성은?=학교폭력 실태조사는 정부가 지난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시작한 정책이다. 우편조사를 거쳐 지난 2018년부터 전수조사로 바뀌었다.

시행 초기 제기됐던 학교폭력 실태조사 자체에 대한 신뢰성에 대한 질문은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달라지는 게 없다며 대충하는 학생들도 여전하다.

당장, 이번 학교폭력 피해가 발생한 고교의 경우 지난해 응답학생 576명 중 단 한 명도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번 피해학생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정황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조사 자체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전체 대상자(702명) 중 82.1%만 참여한 점도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광주시교육청이 최근 3년 간 초·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들 비율은 1.1%(2018년)→1.6%(2019년)→0.9%(2020년) 등으로 바뀌었다. 같은 기간 학교폭력 가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한 비율도 0.3%→0.6%→0.3%로 나타났다. 이들 수치도 믿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일회성 생색내기식 교육, 실효성 의문=정부와 교육당국의 학교폭력 대책 중 하나로 꼽히는 게 매년 1회 이상 실시되는 예방교육이다. 정부는 학기 당 학생,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으로 1회 이상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벌써 10년째 진행중인 정책이다.

현장에서는 전형적인 시간떼우기 교육이라는 혹평이 나온다. 학교폭력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교생이 다닌 학교도 올해만 6차례의 예방 교육을 실시했다. 법무부 법사랑위원회까지 학교를 찾아와 예방활동도 진행했다. 하지만 피해 학생의 고통을 알고 있던 또래 친구들이 방관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를 만드는데는 실패했다.

10년 째 이어진 학교의 또래 상담 등도 비슷한 이유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활동가는 “그동안 교육부의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할때마다 사후약방문식 대책마련이 되다 보니 피해 학부모들의 요구를 받아 들여 처벌과 징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면서 “하지만 처벌만 강조한다고 학교폭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전담경찰관, 말뿐인 전담=10년 전 학교폭력 예방대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학교전담경찰관(SPO)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게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

전담경찰 한 명 당 10개가 넘는 학교를 담당하면서 제대로 된 감시·예방 활동이 불가능한데다, 정기적으로 학교를 찾아가지도 않다보니 학교 현장에 밀착하지 못한다는 게 국정감사 때면 지적되는 단골 메뉴다.

당연히 학생·학부모들이 학교폭력을 스스럼없이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애초 취지는 흐릿해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전담경찰제도는 선제적 예방이 아닌, 사고 발생에 따른 수습을 위한 제도라고 혹평하고 있다.

◇이름만 바뀌고 실효성을 찾기 어려운 정책들=10년 전 정부가 내놓은 ‘학교폭력근절 7대 실천 정책’도 구체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 2012년 내놓은 학교폭력의 근본대책으로는 ▲인성교육 실천 ▲가정과 사회의 역할 강화 ▲게임·인터넷 중독 등 유해 요인 대책 등이 포함됐다. 이들 정책은 최근 ▲실천중심 인성교육 ▲사회·정서역량 함양을 위한 가정의 역할 강화 ▲인터넷 윤리함양 (체육예술융합교육과) 및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강화 교육 실시 등으로 문구만 수정됐다.

실제 현장에서 먹힐 구체화된 정책의 도입은 없다는 것이다. 당시 직접대책으로 제안된 ▲학교장·교사의 역할 및 책임 강화 ▲신고-조사체계 개선 및 가·피해학생에 대한 조치 강화 ▲또래활동 등 예방교육 확대 ▲학부모교육 확대 및 학부모의 책무성 강화 등 4개 정책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1월 광주시교육청은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2020~2024년)’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예방 대책은 ▲학교공동체 역량제고를 통한 학교폭력 예방강화 ▲학교폭력에 대한 공정하고 교육적인 대응강화 ▲피해학생 보호 및 치유 시스템 강화 ▲가해학생 교육 및 선도 강화 ▲전 사회적 학교폭력 예방및대응 생태계구축 제시 등 5개 영역에 14개의 추진과제로 추진된다.

김경희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광주지부장은 “학교폭력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미시적인 대책마련에 급급하기 보다는 교육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일시적인 예방 교육과 대책보다는 교육 과정에서 폭력의 위해성과 생명존중의 의식을 녹여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매년 새 학기에 학교별로 다양한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나, 과중한 업무에 학교폭력 담당교사 맡기를 꺼려해 전문 교사가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인식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선언적이고 피상적인 계획들보다는 교육과정에서 학교 폭력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수업 안에서 녹이는 것이 근본적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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