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에 광양 진상면 주택 매몰 80대 노인 사망
단독주택 공사현장 경사로 흙더미 덮쳐 아래 주택 2채·창고 1동 매몰
지난 5월에도 타이어 만한 돌 굴러 떨어져…주민들 올 3차례 시에 진정
광양시 “배수로 등 대책 요구, 업체가 수용 안해”…안일한 행정 지적
집중호우로 공사현장 흙더미가 무너져 내리면서 마을 주택을 덮쳐 80대 노인이 숨졌다. 마을 주민들이 여러 차례 공사 현장의 토사가 쓸려오는 위험성을 경고했는데도,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일함이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도 공사현장에서의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수사에 착수했다.
6일 광양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께 광양시 진상면 탄치마을 인근 단독주택 공사현장 경사로 흙더미가 무너져 내리면서 공사장 아래 주택 2채와 창고 1동이 매몰되고, 창고 2동이 파손됐다.
토사가 무너진 소리에 주택에서 나왔던 A(여·82)씨가 매몰됐다가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원들에 의해 9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다른 주택 1채에 사는 주민은 외출한 상태였다.
일대 주민들은 마을 위에서 진행중이던 주택공사 현장에 대한 허술한 관리를 문제로 꼽고 있다. 광양시에 그동안 여러 차례 해당 공사현장에서 쓸려내려온 흙더미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던 만큼 집중호우가 예보된 뒤 보다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면 피해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게 주민들 얘기다. 문제의 현장에서는 단독주택 3채를 짓는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주민 B씨는 “올해 2월까지 3차례 걸쳐 광양시에 토사가 흘러내려오고 공사장 돌이 굴러 떨어지는 등 산사태 위험이 있다는 진정을 넣고 공사중지를 요청했었다”면서 “광양시는 산사태 위험 징후는 발견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주민 C씨도 “지난 5월에도 타이어 크기 만한 돌이 굴러 떨어져 경운기로 겨우 치웠다”고 말했다.
광양시는 민원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주민 민원이 제기되자 공사현장 담당 업체쪽에 배수로 등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경사면 안전성 여부를 검토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다만, 업체측은 추가 비용 부담을 내세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광양시는 답변했다.
광양시는 또 “주민 민원에 따라 담당 공무원의 현장점검을 거쳐 당시에는 산사태 위험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주민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아닌, 민원 처리에만 급급한 행정 처리가 사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업체측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으니 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할 일을 다했다’는 식의 행정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것이다.
마을 주민 D씨는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해 업체측에 주민 민원을 전달하고 안정성 검토 등을 요구했지만 거부했으니 어쩔 수 없지 않냐고 하면 광양시는 할 일은 다한 거냐”고 반문했다. 일부 주민들은 광양과 달리, 함평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사 허가 과정에서 미리 경사로 안전성 조사 결과를 제출받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경찰은 주민들 의견을 수렴, 공사현장 과정에서의 적법한 안전 조치를 취했는지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광양=정병호·김대수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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