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지난해 악몽에 뜬눈 밤 새고 새벽부터 가축 돌보는 등 노심초사
“복구도 다 못했는데 또 비가 많이 오니까 밤새 잠을 못 잤어요.”
지난해 8월 사상 초유의 ‘섬진강 물난리’로 삶의 터전을 잃었던 구례주민들은 이번 집중호우에도 노심초사하며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지난해 피해 입은 집·일터 복구도 끝나지 않았는데 또 다시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일에 손에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구례의 경우 지난 5일 오후 3시부터 6일 오후 2시까지 197㎜의 비가 내렸다.
지난해 수해로 애지중지 키우던 소들을 잃은 구례군 양정마을 봉성농장 백남례(여·61)씨는 이른 새벽부터 축사를 찾아 가축들을 돌봤다. 백씨 축사는 지난해 수해 이후 무너진 천장 복귀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아 곳곳에서 비가 뚝뚝 떨어졌다.
백씨는 “수해피해 보상을 받지 못해 아직 축사를 모두 손보지 못했다”면서 “아직은 괜찮은데 언제 갑자기 비가 쏟아지거나 물이 불어날지 몰라 시도때도 없이 뉴스를 확인하고 임신한 소들 먼저 살핀다”고 말했다.
수해로 집을 잃고 구례 공설운동장에 마련된 임시주거지에서 지내는 주민들도 비슷했다. 공설운동장에 배수로가 없다보니 이날 주거지 주변은 온통 빗물로 가득찼다. 최영례 할머니는 “지난 밤부터 많은 비가 내려 눈을 붙일 수 없었다”면서 “밤새 창문을 수십번 열며 비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구례군도 실시간으로 강수량과 섬진강댐 수위를 확인하고 있다. 기상청이 이번 집중호우 때도 300㎜이상 온다고 예보했었지만 지역별로 400㎜를 넘긴 곳도 있는 탓에 예보 내용 외에도 현장 기상 여건을 주시하면서 긴급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공공부문 응급복구는 어느 정도 완료됐지만 민간 피해복구는 시작조차 못한 곳이 많다”면서 “섬진강 상·중류 쪽에는 집중호우 영향이 덜해 오늘 오전 섬진강 댐 수위는 179.2m(지난해 수해시 섬진강 댐 수위는 193.5m)로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면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례=정병호 ·이진택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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