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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기자

통영 골목에서 거리에서…거장의 예술혼 만나다

by 광주일보 2021.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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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통영 전혁림미술관 外
통영 출신 ‘색면추상’ 대가 전혁림, 미술관· 거리 조성
올해 7주년 ‘전혁림 미술상’ 전국구 공모전으로 부상
원로조각가 심문섭 공간 ‘조각의 집’ ‘공원’ 관광명소로
박경리 기념관·윤이상 공원·유치환 문학관 등 문화투어

지난 2003년 5월 개관한 전혁림미술관은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전혁림 화백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통영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코발트 블루, 바다의 화가’로 불리운 전혁림 선생은 1915년 통영에서 출생하여 한국의 근현대 회화를 대표하는 거장이 되었고 2010년 5월25일 인근의 자택에서 영면하는 날까지 여기 봉숫골을 벗삼아 창작의 열정으로 사셨다. 그 예술적 삶을 존경하여 이곳에 표석을 세우고 길이 기억하고자 한다. 2015년 7월21일 통영시 세움”

경남 통영시 봉평동의 봉숫골 초입에 자리하고 있는 전혁림(1915~2010)화백의 표석이다. 지난 2015년 탄생 100주년을 맞아 통영시가 이 일대를 ‘전혁림 거리’로 명명하고 그의 예술세계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했다. 

이 곳에 들어서면 말 그대로 전혁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그중의 하나가 전혁림 거리를 아름다운 예술의 향기로 물들이고 있는 ‘아트타일’이다. 지난해 통영시 봉평동이 ‘봉수로 벗길 간판개선사업’의 후속으로 전 화백의 대표작 16개 작품을 아트타일로 제작해 봉숫골 거리에 조성했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전혁림 거리에 설치된 ‘통영항’, ‘풍어제’ 등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거장을 배출한 통영의 매력에 빠진다. 

전혁림미술관은 ‘바다’등 대표작들을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혁림 거리의 ‘핫플레이스’는 다름 아닌 전혁림미술관(관장 전영근·통영시 봉평동 189-1).용화사로 가는 길목에서 주택가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유럽풍의 외관이 인상적인 곳이다. 통영의 코발트 빛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7500개의 세라믹 타일로 장식된 3층 건물은 마치 전 화백의 작품을 재현해 놓은 거대한 설치미술 같다. 실제로 건물 외벽은 전혁림 화백의 작품과 그의 아들인 전영근 관장의 작품을 20x20cm의 타일로 꾸며졌다. 그래서인지 건물 외벽과 내부 전시장이 한폭의 풍경화 처럼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지난 2003년 5월 개관한 전혁림미술관은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전 화백의 예술혼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지난 1975년부터 30년 가까이 생활하던 집을 헐고 건립한 ‘하우스 뮤지엄’으로 프랑스에서 유학한 아들 전영근 관장의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었다. 300평 규모의 미술관은 전시장(160평), 카페 60평으로 구성돼 있다. 1층은 전혁림 화백의 상설 전시장이고, 2층은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아카이브(도자기 작품, 유품, 자료 등), 3층은 화가인 전 관장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프랑스 체류시절, 유럽의 여러 미술관을 둘러 봤는데 니스의 샤갈 미술관이 유독 부러웠어요. 하우스 뮤지엄이어서 규모는 작았지만 주민이나 관광객들이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도록 ‘문턱’이 낮았어요. 샤갈 미술관은 세계적인 휴양도시 니스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명소예요.”(전영근 관장)

당시 전 화백은 아들의 제안에 경제적인 부담으로 조금 망설였다고 한다. 하지만 미술관을 짓기로 결정한 후에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그러다 얼마 후 교통사고를 당한 전 화백의 건강이 악화되자 아들은 빠른 시일내에 미술관을 완공하기 위해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공사를 진행했다. 다행히 전 화백은 건강을 회복해 개관식에서 직접 인사말을 했다.

조각에 건축적 조형요소를 접목해 국내 유일의 ‘예술 숙박시설’로 지난 2019년 문을 연 ‘조각의 집’.
 

단순한 건물이 아닌, 부친의 작품을 형상화 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던 전 관장의 열정이 통했을까. 전 화백은 90이 넘은 나이에도 새로 지은 미술관에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창작열을 불태웠다. 

올해로 개관 18년째를 맞은 전혁림미술관에는 한국 색채추상의 대가를 만나기 위해 주말마다 전국의 미술학도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미술관이 ‘전국구 브랜드’로 부상한 데에는 통영시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사립미술관이라는 특성상 아트상품 판매 등 자체 수익으로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혁림 미술상’ 제정과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등을 통해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5년 통영시가 주축이 된  ‘전혁림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이 좋은 예다. 시는 지역문화예술활동 지원 부문 예산에 ‘전혁림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편성해 전혁림특별전 2000만 원, 전혁림예술제 행사 경비 1000만 원, 경남도 역시 같은 사업에 4000만 원을 각각 지원했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전혁림 미술상’ 역시 전혁림을 국내에 브랜드화 하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전혁림미술관이 주최하고 전혁림예술제운영위원회가 주관하며 통영시가 후원하는 전혁림 미술상은 매년 국내 30~50대 작가 중 1명을 선정, 1000만 원의 상금과 초대전을 제공하는 권위있는 상이다. 매년 문화의 달(10월)에는  미술상 수상작가 초대전과 청년작가 초대전을 개최해 전혁림 화백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있다. 

통영의 남망산 자락에 조성된 국제조각공원에는 원로 조각가 심문섭의 작품 ‘은유-출항지’(1997년 작) 등이 설치돼 있다.
 

통영이 배출한 전혁림 화백은 독특한 색감으로 한국 추상화를 개척한 원로 서양화가다. 통영수산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독학으로 1949년 제1회 국전에 입선한 뒤 학연과 지연 중심의 중앙 화단과 거리를 둔 채 통영에서 한국 추상미술의 스펙트럼을 넓혀 갔다. 특히 통영의 바닷빛이 감도는 코발트블루를 사랑한 그는 한국의 전통적인 민화의 오방색을 추상화 기법으로 화폭에 풀어냈다.

최근 수많은 통영 출신 예술가 가운데 원로 조각가 심문섭(78)의 공간도 도시의 브랜드로 부상하고 있다. 1997년 앤서니 곰리, 장 피에르 레이노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참가한 통영국제조각심포지엄을 계기로 남망산에 심 작가와 이들의 작품을 영구전시한 ‘통영국제조각공원’과 용남면 꽃개마을에 조성한 ‘조각의 집’(통영시 용남해안로 186)이 그것이다.  

조각에 건축적 조형요소를 끌어 들여 국내 유일의 ‘예술 숙박시설’로 문을 연 조각의 집에는  심 작가를 비롯해 가와마타 타다시(일본), 괴츠 아른트(독일), 박상숙, 심병건, 안규철, 원인종, 윤영석, 이수홍, 최인수 의 ‘작품 10채’가 설치돼 있다. 

서울대 조소학과를 졸업한 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3년간(1969~71년)수상으로 두각을 나타낸 심 작가는 1971~75년에는 파리비엔날레에 3회 연속 참가하였고, 1975년 상파울로 비엔날레, 1976년 시드니 비엔날레 등에 출품하여 세계 미술계에 주목을 받았다. 1981년 일본에서 개최된 제2회 헨리무어 대상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1970-1990년대 일본에서만 15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한편, 통영시는 전혁림 미술관을 비롯해 박경리 기념관, 유치환 문학관, 윤이상기념공원, 김춘수 문학관, 조각의 집, 통영국제조각공원, 봄날의 책방 등 통영의 명소들을 엮은 문화투어를 시의 대표적인 관광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통영의 브랜드는 바로 예술인이다. 

 /통영=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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