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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기자

세계를 향한 문화발신지 ‘백남준이 오래사는 집’ -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

by 광주일보 2021.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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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백씨’ 인연…세계적인 비디오아트 창시자 공간 유치
국제현상공모, 기획부터 완공까지 전담팀 진행…2008년 개관
‘TV정원’, 뉴욕스튜디오 재현 ‘메모라빌리아’ 등 컬렉션 250점 소장

지난 2011년 4월, 취재차 들른 워싱턴 DC 국립미술관에서는 매우 뜻깊은 전시회가 열렸다. ‘하나의 촛불, 그리고 촛불 영상’(One Candle, Candle Projection). 지난 2006년 세상을 떠난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년)의 5주기를 기념해 마련된 전시였다. 

뉴욕 휘트니 미술관(1982년)과 구겐하임(2000년) 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린 적은 있지만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그것도 국립미술관에서 백남준 전시회가 열린 건 ‘하나의 춧불…’이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백남준의 예술혼을 추모하는 듯, 사원(寺院)을 연상케 하는 전시장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비디오 카메라 속의 촛불(One Candle, Candle Progection)은 여러 개의 프로젝터들을 통해 전시장의 벽면과 천장에 투사돼 다양한 색채와 움직임으로 정중동(靜中動)의 공간을 연출했다. 촛불의 영상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조명을 어둡게 한 탓인지 명멸하는 촛불 앞에서 명상의 시간을  갖는 관람객들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08년 10월 개관한 백남준아트센터(경기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해외에서 더 ‘알아주는’ 거장의 공간은 용인시는 물론 경기도를 상징하는 브랜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 로비에 들어서면  ‘그림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원시적인 생명력이 느껴지는 수풀들이 시선을 잡아 끌기 때문이다. 마치 한적한 공원에 발을 들여 놓은 듯 마음이 차분해진다. 백남준아트센터 1층에 상설 전시된 ‘TV 정원’(1974년)으로, 인공 정원의 수풀사이에 설치된 수십개의 TV 모니터에선 백남준의 퍼포먼스 영상이 흘러 나온다.

서울 태생인 백남준이 용인에 둥지를 틀 게 된 건 경기도의 적극적인 러브콜 때문이다. 이름하여 ‘백남준 프로젝트’. 지난 2001년 경기도는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을 통해 전 세계를 향한 문화 발신지로 거듭나기 위해 추켜들었다.  

여기에는 ‘수원 백씨’라는 인연과 백남준의 마음을 사로잡은 실무자의 열정이 작용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경기도로 부터 ‘백남준 프로젝트’를 위탁받은 경기문화재단은 2001년 백남준과 3차례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작품을 확보했다. 특히 당시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백남준미술관 건립추진팀장인 최춘일씨가 보여준 헌신과 신뢰는 백남준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통상 공공프로젝트의 경우 착공 단계에서 부터 개관에 이르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바람에 담당공무원들이 바뀌는 특성이 있지만 백남준아트센터는 이례적으로 초창기 사업 구상을 진행한 ‘주체’들이 뮤지엄 건립 부터 운영까지 챙긴 것이다. 이런 지속적인 행정은 백남준과의 개별 계약을 통해 진품들을 다수 확보한 원천이 됐다고 한다.

생전 백남준은 이 곳을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고 이름을 지을 만큼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당시 경기도는 이런 백 작가의 마음을 헤아려 해외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는 건물을 짓기로 하고 지난 2003년 국제건축가협회(UIA)가 공인하는 국제현상설계공모를 실시했다.

백남준의 ‘명성’ 때문이었을까. 당시 현상설계에는 전 세계의 내로라 하는 건축가 430여 명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영예의 당선작은 독일의 젊은 신예 건축가 키르스텐 쉐멜(Kirsten Schemel)과 캐나다 출신의 마리나 스탄코비치(Marina Stankovic)가 제안한 ‘The Matrix’가 차지했다. 단순히 미술품을 전시하고 감상하는 정적인 공간 보다는 수퍼마켓 처럼 (미술관 안에서는) 역동적인 퍼포먼스와 행위가 이뤄지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꾸민다는 콘셉트였다.

이같은 건축 철학을 담은 백남준아트센터는 자연과 인공의 하모니에 초점을 맞춘 설계가 돋보인다. 건물 전면과 뒤쪽 외벽을 유리로 만들어 건물의 안과 밖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게 그 반증이다. 연면적 5605㎡ 규모(전체 부지 3만983㎡)에 지하 2층, 지상3층으로 건립된 아트센터는 여느 미술관 보다 스케일이 크지만 관람객들에게 위압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 특히 백 작가의 예술세계를 감안해 건물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캔버스로 형상화 했다.

하지만 백남준아트센터의 진가는 내부에서 더 빛을 발한다. 1층과 2층에 자리하고 있는 전시실은 공간의 장소성을 잘 보여준다. 1층 제1전시실은 백남준의 작품을 상시 전시하는 ‘백남준전’이 열리는 공간으로 다양한 주제 아래 연 1~2회 진행하고 있다. 취재차 방문했던 날에는 백남준과 전위예술 네트워크 ‘플럭서스’를 ‘유머’의 관점에서 바라본 ‘웃어’(Humor Has It·2021년4월1~2022년 2월2일)‘전이 열리고 있었다. 

경기도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백남준아트센터는 충실한 소장품이 강점이다. 이수영 백남준아트센터 홍보담당은 “백남준의 예술적 궤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비디오 설치와 드로잉을 비롯해 관련 작가들의 작품 250점, 비디오 아카이브 2285점 등 백남준의 자료들이 갖춰져 있다”면서 “화려한 컬렉션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차별화된 기획전을 통해 거장의 예술정신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폐쇄회로를 통해 부처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녹화해 텔레비전으로 보내고 그 부처는 자신의 모습이 텔레비전에 비춰지는 영상을 바라보는 ‘TV 부처’, 일렬로 늘어선 24개의 컬러 모니터 앞에 24개의 어항을 설치한 ‘TV 물고기’, 온갖 통신기기를 올려놓은 ‘코끼리 마차’ 등이 대표작이다.

특히 백남준과 관련한 편지, 사진 등 1차 자료로 구성된 아카이브 컬렉션들과 2285점의 아날로그 비디오 테이프로 구성된 비디오 아카이브 컬렉션 등도 눈길을 끈다.

또한 2층 전시실 한켠에 재현된 백남준의 미국 스튜디오 모습을 재현한 ‘메모라빌리아’도 인상적이다. 낡은 TV 모니터와 각종 기계 부품들, 벽에 걸린 사진과 그림 등이 어지럽게 놓인 작업실은 늘 시대를 앞서갔던 백남준의 작품이 탄생된 공간이다. 

이밖에 1층에 자리한 백남준 라이브러리는 백남준, 미디어 아트, 플럭서스를 비롯해 예술, 철학, 미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 4000여권의 국내외 단행본과 전시 도록, 1000여권의 정기간행물, 850여건의 오디오·비주얼 자료, 아티스트 파일로 구성돼 있으며 예약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개관 이후 지난 10년간 백남준 아트센터를 다녀간 관람객은 200여 만 명에 달한다. 개관 이듬해인 2009년 11만 7000명을 시작으로 2018년 22만 3293명, 2017년 20만 2682명, 2019년 17만9284명, 그리고 코로나19로 휴관일이 많았던 지난해에도 12만 995명이 다녀갔다.

 /용인=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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