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작전 실패·야수진 눈에 보이지 않는 실수 대량 실점
12차례 선발 등판 3점 이상 뽑아준 경기 4차례 불과
막내 울리는 선배·벤치에 KIA 팬들의 울화통이 터진다.
최하위 싸움 중인 KIA 타이거즈를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올 시즌 위안거리가 하나 있다. 이순철 이후 계보가 끊인 신인왕 명맥을 이을 강력한 후보 ‘특급 루키’ 이의리의 피칭을 지켜보는 것이다.
외국인 원투펀치 빠진 마운드에서 묵묵히 역할을 하는 막내에게 팬들은 위안을 얻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
최하위까지 떨어진 성적에도 불구하고 KIA 팬들은 KT와의 원정경기가 열린 22일에도 선발 이의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고 TV 앞에 앉았다. 4회까지는 팬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의리는 KT의 데스파이네를 압도하는 피칭으로 1~3회를 삼자범퇴로 틀어막았다. 눈길끄는 강백호과 프로 첫 대결에서는 5구 승부 끝에 2루수 플라이를 만들었고, 황재균의 은근한 견제에도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4회에는 1사에서 배정대에게 이날 첫 안타를 내줬고, 2사 2루에서 황재균에게 볼넷도 허용했지만,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1-0으로 앞선 5회 팬들은 두 번 가슴을 쳤다.
5회초 김민식과 이창진의 연속 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1·2루에서 오선우가 번트 실패 뒤 삼진을 당하는 등 단 한 점도 뽑지 못하고 KIA의 공격이 끝났다.
5회말에는 기록되지 않은 실책 2개가 이의리의 자책점으로 돌아왔다.
김민혁의 중전안타로 시작한 5회, 강민국의 2루 땅볼 때 의욕 넘친 1루수 황대인이 공을 잡으면서 스텝이 꼬였다. 이의리가 1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갔지만 평범한 땅볼 타구가 내야안타가 됐다.
허도환의 희생번트에 이어 심우준의 볼넷으로 1사 만루가 됐고 아쉬운 장면이 또 나왔다.
조용호와의 승부에서 이의리가 좌익수 플라이로 아웃카운트와 점수를 바꾸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전진수비를 선택했던 벤치의 바람과 달리 공이 멀리 날아갔고, 좌익수 오선우가 타구를 쫓아갔지만 마지막 순간 공이 글러브 맞고 떨어졌다. 그 사이 3명의 주자가 홈에 들어왔다. 실책이 아닌 안타가 되면서 모두 이의리의 자책점으로 기록됐다.
이의리는 강백호의 적시타에 추가 실점하며 5이닝 87구 5피안타 3볼넷 3탈삼진 4실점의 패전투수가 됐다.
이의리 등판날 유독 야수진의 실수가 눈에 띈다. 공식 실책으로 기록된 실수만 6개, 실책으로 남지 않은 실수도 많다.
‘어린 선수의 등판이라 더 긴장된다. 잘하려다 보니 잘 안된다’는 것은 핑계다.
정작 이의리는 ‘올림픽대표 발탁’이라는 소식을 접한 날에도 SSG 타선을 상대로 10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는 등 5.2이닝 무실점 피칭을 하며 프로의 면모를 보여줬다.
득점 지원도 시원찮다. 이의리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3점 이상을 뽑아준 경기는 4차례, 남은 8경기에서 선배들은 단 8점을 만드는 데 그쳤다.
공수에서 이의리를 외롭게 만드는 선배들, 벤치의 전략도 아쉽다.
이의리의 3패째가 기록된 22일, 이날 1군으로 콜업된 오선우가 공수에서 고개를 숙였다.
수비가 약한 오선우는 5회말 수비에서 아쉬운 수비로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렇다고 오선우를 선발 투입한 윌리엄스 감독이 공격으로 재미를 본 것도 아니었다.
5회초 무사 1·2루에서 벤치는 오선우에게 번트 지시를 내렸다. 번트 자세를 취한 채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오선우는 다시 번트를 시도했지만, 공이 뜨면서 파울이 됐다. 결국 오선우는 강공 전환 뒤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전력 극대화를 위해 세세한 기용과 전략이 필요하지만, 벤치의 이도 저도 아닌 선택으로 오선우는 공수에서 모두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며 패배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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