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광주시청·동구청·조합 압수수색…조합장 등 14명 무더기 입건
조폭 출신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 입건 전 미국 도주…수사 ‘허점’
‘건물 붕괴’ 전담수사본부, 백솔건설 대표·현장공사 책임자 영장 신청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 붕괴사고’와 관련, 경찰 수사가 공사업체 선정 권한을 쥐고 있는 재개발조합으로 향하고 있다.
학동 3~4구역 재개발사업에 참여했던 폭력조직 출신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과 학동 4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 등 조합 관련자 등 7명을 무더기로 추가 입건하는 한편, 조합과 광주시, 동구청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조합과 시공사, 철거업체 간 연결 고리 및 계약 과정에서의 불법행위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된 문 전 회장의 미국 출국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는 등 수사력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경찰청 전담수사본부는 15일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공사업체 및 하도급 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불법행위 여부를 확인, 문 전 회장과 학동 4구역 조합장 등 7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입건자는 14명으로 늘었다.
경찰은 재개발구역 내 철거업체 선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을 일부 확인해 피의자로 입건하는 과정에서 문 전 회장의 해외 도피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문 전 회장은 지난 13일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신청해 조기에 송환하는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전 회장은 애초 붕괴 사고 다음날(10일) 광주일보와의 통화에서 “3~4년 전 학동재개발에서 손을 뗐다. 컨설팅 등만 하고 철거사업과는 관련없다,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4구역 재개발조합측도 당시 문회장과의 사업 연관성을 부정했었다. 하지만 경찰은 학동 3~4구역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재개발·재건축 용역이나 대행업체를 세우고 아내에게 운영을 맡기는 형태로 문 전 회장이 사업에 관여한 정황을 일부 파악한 상태다.
경찰은 또 ‘학동 3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한솔기업, 다원이앤씨 등이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에도 이름을 올리며 관여한 점, 이들 업체들을 통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 계약이 체결된 점 등에 주목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입건한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이들 간 연결 고리를 캐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광주시청 도시경관과, 광주 동구청 건축과와 민원과,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조합 사무실 등 3곳을 압수수색,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특히 직원이 3명으로 자격증을 갖춘 기술자도 2명(기사 1명·기능사 1명)이 전부인 ‘미니’ 회사인 백솔건설이 한솔기업으로부터 별다른 실적이 없는데도 철거 용역 일부를 넘겨 받은 점, 다원이앤씨로부터 같은 재개발사업구역 내 ‘석면철거’ 공사까지 일부 맡은 ‘혜택’을 본 점을 들어 한솔기업과 백솔건설, 다원이앤씨, 조합 간 관련성에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경찰은 아울러 붕괴 사고 당일 소홀한 안전 조치로 건물을 무너지게 해 무고한 시민들을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등)로 백솔건설 대표인 굴착기 기사 A씨와 현장에 있던 한솔기업 현장 책임자 등 2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이뤄진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법규를 무시하고 무리한 철거 공사를 강행해 사상자 17명이 발생한 인명사고를 낸 혐의를 받는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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