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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석기자

불법하도급·부실감독…비리 판치는 ‘투기판’

by 광주일보 2021.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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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로 드러난 ‘재개발 복마전’
조합 구성부터 업체 선정까지
전문성 없는 토지소유주에 맡겨놔
불법·부패 난무…땜질식 처방만
용적률 인센티브 고층 아파트 속출
수익에 눈 먼 민간업체 맡기지 말고
지자체·LH 등 공공기관이 주도해야

 

14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가림막 설치 준비를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17명의 사상자를 낸 ‘동구 학동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를 계기로 ‘재개발 복마전’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법·제도 및 시스템의 정비와 혁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개발을 위한 조합 구성부터 업체 선정에 이르기까지 전문성이 미흡할 수밖에 없는 토지소유주 등 이해관계인에게 맡겨 사실상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과 관련 비리, 부패, 불법과 탈법 등이 난무하고 있으나, 문제가 불거진 대상구역만 처벌하는 ‘언발에 오줌누기’식 땜질처리만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구청, 시청, 도시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도시공간에 대한 관리·감독을 포기한 뒤 재개발사업에 투기세력까지 합세하면서, 최근 광주 구도심 일대가 25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 숲이나 이를 위한 공사판으로 변모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재개발·재건축사업에 보다 엄격한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고 시민 전체, 미래세대 등을 감안해 도시 공간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한 도시재생사업 전반을 광주도시공사, LH 등에 맡겨 원주민의 거주 우선, 주택 실수요자 중심 공급, 도시 경관 제고, 골목 상권의 복원 등 본래 사업 취지에 맞게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재개발 복마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지난 9일 ‘동구 학동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는 현재까지 철거업체 재하도급, 감리업체의 부실 감리, 관리감독을 맡은 동구청의 엉성한 행정 처리, 시공업체의 무책임한 현장 관리 등이 종합적으로 엮인 인재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동구청은 이미 사고 전 위험을 감지한 주변 주민들로부터 민원을 받았지만, 토지소유주 등 이해관계인들로 구성된 조합에 공문만 발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합은 이를 간과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합이 철거·시행·시공업체를 선정하는 등 막대한 권한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조직이라는 의미다. 조합과 관련한 비리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10단독 류종명 부장판사는 지난 2월 뇌물수수,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광주 계림8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장 A(56)씨에게 징역 1년에 벌금 4000만원, 추징금 20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는 2016년 8월 업무상 보관 중이던 조합 운영비 2200만원을 횡령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사건의 변호사 수임료로 쓴 혐의로 기소됐다. 2017년 10월에는 정비업체 관계자에게 2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권을 둘러싼 토지소유주 등 이해관계인 간 분쟁도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모두 용역회사, 철거·시행·시공업체 등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수천억원에서 1조원이 넘는 사업비의 향방을 두고 업체들간의 과도한 경쟁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통 아파트 숲, 누구를 위한 재개발 인센티브인가=‘2025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은 지역 건설업체 참여율을 감안, 지역건설업체 참여비율이 40% 이상인 경우 개발 가능 용적률에 최대 10% 범위의 용적률을 인센티브로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부 건설업체들은 이같은 용적률 인센티브를 더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기업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광주 전역이 지역건설업체와 대기업의 아파트로 뒤덮이고 있다. 광주시는 재개발사업의 용적률(상한용적률)을 일반 주거지역보다 20~50%를 더 높게 해 재개발을 촉진하고 있으나 여기에 인센티브까지 더 얹혀주고 있는 것이다. ‘2025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따르면 재개발사업의 평균 용적률은 236.84%이며, 재건축 사업은 240.98%, 상업지역을 대상으로 한 도시환경정비사업은 무려 368.42%에 이르고 있다.

이로 인해 사업이 주로 진행되고 있는 구도심의 저층 주거 및 상업시설들은 평균 26.85층의 고층 건물들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다. 원주민 거주 등 재개발·재건축의 기존 취지보다는 개발 이익, 프리미엄 등을 노린 ‘투기판’으로 변질되면서 ‘높이 경쟁’이 가속하고 있지만, 자치구청·시청은 이를 방관하고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인구 유입, 공공투자 없이 새로운 주거지 조성 등의 긍정적인 측면만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공동체의 파괴, 도시의 공공공간이자 매력 포인트인 골목길 상실, 도시 단절 및 경관 훼손 등 그 부작용은 외면하고 있다.

◇지자체·LH 등 재개발·재건축 공공관리 주체로 나서야=토지소유주 등은 개발 이익이 높은 민간 재개발 등을 선호하고 있으며, 시공업체는 이들을 앞세워 높은 용적률을 보장받고 있다. 여기에 투기 세력까지 합세, 프리미엄이 상승하면서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5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서도 재개발 사업 등이 주민 간 불신과 갈등, 지역 공동체의 단절 등 다양한 문제점이 있어 도시재생 차원의 정비사업 추진과 공공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투명한 정비 사업 유도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으나 바뀐 것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민간에 맡겨 방치한 재개발 사업 등의 업체 선정부터 철거·시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있어서 공공기관의 관리감독이 더 엄격해져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성이 미흡한 조합에만 대규모 사업을 맡겨두면서 이익만 추구하는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개입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개발 사업 등의 공공성 확대를 위해 사업 시행 주체를 광주도시공사와 함께 LH지역건설본부 등으로 해 주거복지와 도시재생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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