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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첫 소설집’ 최유안 “소설이란 우리가 사는 사회를 깨우쳐가는 과정”

by 광주일보 2021.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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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출신 소설가 ‘보통 맛’ 출간
“언젠간 광주에 대한 소설 쓰고 싶어”
2018년 중앙 일간지 신춘문예 등단

 

전남대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 이후 서울 명문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지금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다.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내가 만든 사례에 대하여’가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광주 출신 소설가 최유안의 이력이다. 걸어온 길을 보면 그 사람의 걸어갈 길이 보인다고 한다. 최유안 작가는 흔히 말하는 커리어우먼이다. 전문직과 작가라는 두 타이틀을 쥐고 ‘주경야작’(晝耕夜作)의 삶을 살고 있다.

이번에 최 작가가 첫 창작집 ‘보통 맛’(민음사)을 펴냈다. 작가의 직장이 세종시에 있는 관계로 전화로 인터뷰를 했다.

“소설집에 담긴 이야기들은 전반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고민이 서로 맞닿는 지점을 짚고 있어요. 난민, 불법 촬영물, 자본주의 같은 묵직하고 큰 사회 문제도 있고 임신, 육아, 회사 생활 같은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도 다뤘습니다. 또한 가족을 통해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도 담았구요.”

 

이번 창작집은 등단 후 3년 동안 발표한 중·단편 작품을 묶었다. 전반적으로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은 자주 실패를 경험한다. 작가에 따르면 취업에 성공한 인물도, 투자에 큰 돈을 번 사람도 실패의 끝 맛을 느낀다. “어떤 것의 성공에는 다른 것의 실패가 뒤따르기 마련”이라는 말이 선문답처럼 들렸다.

소설은 인간의 다양한 삶을 이야기하는 장르다. 그 삶 속에는 대부분 실패와 좌절, 고통과 번민, 상처와 같은 모티브들이 침잠돼 있다. 그것들이 의미있는 서사로 전이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체험과 ‘부딪힘’을 전제로 한다.

최 작가는 대학에서 독어교수법, 경영학을 공부했다. 독일로 유학을 떠나서는 다시 경영학을 공부하며 방송국에서 기술 통역을 했다. 한국에 들어와 국제지역학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박사 과정은 유럽지역학을 전공했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에서 글로벌 거버넌스, 유럽 지역 연구 등을 맡고 있다. 얼핏 문학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처럼 보이지만 그는 “사실은 제 안에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돼 있다”고 말한다.

최 작가는 성실하고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인 듯했다. 이질적인 세계를 조합해 소설로 형상화내는 솜씨는 재능 이상의 자질을 요구한다. 그것은 아마도 문학에 대한 진정성, 어떤 일이 있어도 작가의 삶을 살겠다, 라는 결기에서 비롯된 것일 터다.

“신춘문예 당선 통보를 받던 날 광주에 있었어요. 어머니는 무언가 궁금해도 저를 배려해 뭘 묻는 성격이 아닌데, 그날 처음으로 물으셨어요. ‘소설이 너에게 뭐야?’ 그때 제가 어머니께 그런 대답을 했습니다. ‘소설가로 죽고 싶다고요.’ 다른 타이틀은 죽을 때 없어도 되는데, 작가의 타이틀은 그때도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어머니가 저를 바라보고만 계셨는데 그 눈이 보드랍고 쓸쓸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소설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다행히 10년 정도 직장과 글을 병행한 덕분인지 “몸이 그 리듬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한다. 그는 매일 퇴근해 두 세 시간 정도는 글을 쓰고, 주말에도 6시간 정도는 글을 쓴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 매일 아침 꼭 요가를 하고 집이 있는 13층까지 걸어서 올라간다”며 웃었다.

이번 작품 속 인물들은 뭐든 잘해보고 싶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회사 동료로서도, 자기 자신에게도, 나아가 사회적 존재로서 도움이 되고 싶은 존재들이다. 8편의 단편은 다양한 문제에 대한 개인의 역할과 책무를 소설적으로 풀어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자신을 잃지 않으며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은 쉽지 않다. 다시 말해 작가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도’를 할 수밖에 없는 인물과 상황을 주시한다.

타지에 있다 보니 고향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 “무등산을 형상화한 LED 화면에서 나오는 빛을 받으며 톨게이트를 통과할 때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낍니다. ‘안녕, 내 고향.’ 말하면서 혼자 인사를 하기도 하지요.”

성장통을 겪던 시절엔 광주를 벗어나고 싶었다.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광주를 떠난 지 십수년이 돼서 그런지 “누군가 광주를 설명해달라고 하면 뭉클해진다”는 것이다.

“광주에 대한 소설도 언젠가 꼭 써보고 싶습니다. 동료 작가들이 80년의 광주를 다루는 걸 보면서도, 저에게는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광주는 제 안에 있고, 언제든 발화될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 작가는 인생에서 배움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소설가는 내면으로 배운 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소설이란 부단히 나와 내가 사는 사회를 깨우쳐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계속해서 작품을 읽고 쓰며 내공을 쌓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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