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책-동물 인문학 이강원 지음]
“사향소는 북극늑대가 나타나도 새끼를 지키기 위해 무섭지만 도망가지 않고 스크럼을 짠다. 사향소의 얼굴에는 북극늑대의 이빨 자국이 깊이 생기고, 사방은 사향소의 핏방울로 붉게 물들지만 그들은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어른이라면 희생과 용기라는 덕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본문 중에서)
‘현대판 동물 전기수’를 자처하는 이가 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경영기획본부장을 역임한 이강원 박사는 동물을 사랑한다. 이 박사는 동물을 모티브로 쓴 책을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기 원한다. 마치 조선시대 소설을 맛깔나게 읽어주는 ‘전기수’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다.
‘동물 전기수’가 되는 것에 앞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동물을 소재로 한 책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동물 삶이나 특징만을 열거해서는 이색적인 즐거움을 줄 수 없다. 동물의 삶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이강원 박사의 책 ‘동물 인문학’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동물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워낙 동물을 사랑해 개, 고양이는 물론 금붕어와 비단잉어, 열대어가 가족이며 친구였다. 저자는 그동안 동물칼럼인 ‘동물만사’를 2년간 ‘신동아’에 게재했으며, 지금은 반려동물 매거진 ‘노트펫’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 책은 ‘신동아’에 연재한 글을 정리하고 다듬은 결과물이다.
저자에 따르면 동물은 인류 문명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인류 역사에도 영향을 미쳤다. 소는 노동력과 단백질을 공급했으며 소가죽은 산업적으로 활용됐다. 개는 오랫동안 사냥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예민한 후각과 빠른 발로 사냥 성공률을 높였다. 아울러 개가 있었기에 축산업 또한 발달할 수 있었다.
대항해 시대를 여는데 도움을 준 동물은 고양이었다. 식량을 먹어치우고 전염병을 옮기는 쥐를 박멸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양이를 일컬어 ‘신이 인간에게 보내준 수호신’이라고 얘기한다.
판다는 20세기 외교사에 데탕트 시대를 열게 한 주인공이다. 1972년 미·중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판다가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이 해외 동물원에 파견한 판다는 많은 관람객을 모았으며 중국의 이미지를 개선시켰다.
‘사자도 토끼를 잡으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격언이 생긴 건 토끼의 습성과 관련이 있다. 토끼는 적응 능력이 뛰어나 남극과 극소수점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서식한다. 어디서든 생존이 가능하고 개체수도 풍부해 포식자들의 먹잇감이 되곤 한다. 그러나 위급한 상황에서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비밀 공간에 숨어버린다. 사자도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모든 힘을 다 발휘한다는 것은 그 때문이다.
낙타는 전장에서 적군을 격파하는 데 이용됐던 동물이다. 로마시대 크라수스는 국력이 커나가는 파르티아를 정복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었다. 파르티아군은 크라수스군에 비해 4분의 1에 불과했다. 그러나 파르티아군은 낙타를 활용해 크라수스 원정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둔다. 낙타가 전략무기인 화살을 등에 지고 전쟁이 벌어진 사막으로 옮긴 덕분이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유용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한 동물은 소다. 노동력과 질 좋은 단백질,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우유가 모두 소에서 비롯됐다. 소파와 같이 질긴 가죽은 다른 동물의 가죽으로는 대체가 어렵다고 한다. 그 뿐인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보양식은 소뼈를 고아서 만든다.
저자는 “영화 ‘아바타’는 인간과 동물과 환경이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님을 알려준다. 이 영화가 명작인 것은 재미와 함께 감동을 전하기 때문이다”며 “인간과 동물은 영원히 지구에서 같이 살아야 할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인물과사상사·1만7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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