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근절하자-(中)]
광주에 한방병원 87곳 ‘전국 2위’
초기 개설 쉽고 증거 인멸도 쉬워
허위 진료·부당 청구로 이어져
시민 스스로도 자정 노력 있어야
광주에서 지난 2017년부터 한방병원을 운영하며 수십여 명의 환자들에게 입원 치료를 한 것처럼 허위로 진료기록부를 작성, 요양급여비 명목으로 3400여만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받아 챙긴 한방병원의 한의사와 의사가 지난 4월 광주지방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또 비슷한 시기에 51명의 환자들에게 허위로 입·퇴원확인서를 발급해 환자들이 보험사들로부터 1억 2000여만원을 편취토록 방조하기까지 했다. 이 한방병원 의사는 허위 진료기록부 작성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까지 있지만, 2500만원의 벌금형에 그쳤다.
광주지역 한방병원 등을 중심으로 한 보험사기 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사무장병원을 중심으로 입원을 알선해주는 전문브로커와 각종 직업군이 연계하면서 조직화·기업화되는 등 보험범죄 수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을뿐 아니라 난립한 한방병원들이 환자 유치를 위해 병원 안에 찜질방을 설치하고 마사지샵까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기 전력이 있는 한방병원과 의심되는 병원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 시스템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2일 통계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광주에는 총 87곳의 한방병원이 운영중이다. 경기도의 95곳 다음으로 전국에서 2번째로 한방병원이 많다. 전국 총 430곳중 광주가 20.23%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인구(4월기준 144민 4787명)와 비슷한 대전(145만 7619명)에는 한방병원이 12곳뿐이라는 점과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에 63곳뿐이라는 점만 봐도 광주에는 비정상적으로 한방병원이 몰려있다.
광주에 한방병원이 몰리는 이유는 광주지역은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한의학·보건행정·보험관련 전공을 하는 학생이 졸업 후 취업할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점 등이라고 보험업계는 설명한다. 결국 이들은 사무장 병원이나 브로커와 같은 보험범죄 유혹에 빠질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의료인이 아닌 사무장이 수익을 위해 급여가 저렴한 한방 의사를 고용해 한방병원을 개원한 뒤 ‘돈이 되는’ 가짜 환자 위주로 입원시키거나, 소위 ‘나이롱 환자’들을 유치해 장기간 입원케 해 보험금 등을 타는 등 사기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또 한방병원이 초기 개설이 쉽고, 고가 장비가 필요 없으며, 수사시 증거 인멸이 쉬운점도 한몫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한방병원에서 보험 범죄 유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의사가 아닌 간호사와 간호 조무사가 고주파 온열 암 치료를 한다든가, 실제 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치료 횟수를 부풀린 경우나 인가받지 않은 병상을 운영한다든지, 진료 기록을 조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조사결과이다.
보험업계는 최근 급격하게 증가 추세에 있는 요양병원도 문제로 보고있다. 광주시의 요양병원은 2014년 41곳에서 2020년 64곳으로 56.09%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18.32% 증가율과 비교해 볼 때 광주지역은 과도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요양병원은 암 환자, 치매 환자 등 대부분 중증 환자가 입원해 치료와 더불어 돌봄 서비스를 받는 의료기관으로 생에 대한 동정 및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어서 국민건강보험 또는 민영보험에서 관리가 좀 느슨하고, 검·경 수사기관도 수사에 다소 소극적이고 부담을 갖는 경향이 있는 점을 일부 몰지각한 의료기관이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양병원과 한방병원의 불법적인 부당 청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되면 국민건강보험 및 민영보험의 재정이 악화돼 보험료 인상을 가져올 수밖에 없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손해보험협회 서부지역본부 관계자는 “‘광주를 광주답게’ 하기 위해서는 민주·인권도시 시민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사고가 나면 때를 쓰거나 눕고 보는 태도는 광주의 이미지를 해친다는 점을 명심해 시민들 스스로 자정작용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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