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잔여백신 지침에 혼선 가중

60세 미만 예비명단서 제외
젊은층 반발에 9일까지 유예
일선 의료기관 항의 전화 시달려
일방적 지침 변경 의료계 불만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100일을 이틀 앞둔 3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마친 어르신들이 우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최현배 기자choi@kwangju.co.kr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잔여백신’ 접종대상을 갑자기 하루 사이에 만 60세 이상 연령으로 제한했다가 유예기간을 두기로 하는 등 수차례 오락 가락한 행정을 펼쳐 가뜩이나 바쁜 광주·전남지역 의료기관들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접종의료기관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려 아스트라제네카(AZ) 잔여백신을 맞을 수 있는 기회를 노려왔던 만 30세 이상 젊은층들이 “예고도 없이 이것까지 막느냐”며 반발하자, 방역당국에서 연령제한 적용시점을 4일에서 다시 9일로 정정하면서 애꿎은 일선 의료기관들이 문의 또는 항의 전화·방문 등에 시달리고 있다.

3일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추진단은 지난 2일 오전 브리핑에서 60세 미만 잔여백신 접종 지침을 ‘4일부터 예비명단 이용 불가’로 발표했다가, ‘예비명단 등록 후 접종을 못 받았더라도 4일부터는 명단서 삭제’(오후 2시 10분)로 변경한 데 이어 ‘예비명단 기등록자는 9일까지 접종 가능’(밤 10시)으로 또 변경했다.

일부 의료기관은 지난 2일 ‘4일부터 예비명단서 삭제’ 중간 지침 발표 소식을 접한 이후 예비명단에 있는 60세 미만 예약자에게 접종취소 통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9일까지 유예’ 방침으로 번복되면서, 일부 의료기관은 3일 오전부터 접종 가능성을 묻는 전화는 물론 직접 방문부터 “접종을 빨리 받게 해달라”는 등의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

결국 질병청은 대변인 명의의 참고자료를 내고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이미 예약해 둔 사람에게 취소하게 하는 것도 불편하고 예약된 사람도 불편함이 있는 것을 고려해 9일까지 유예를 뒀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의료현장에선 사전준비 없이 일방적으로 지침을 변경한 방역당국의 행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광주의 한 의료인은 “접종 지침을 바꾸려면 미리 의료현장과 소통하고 사전 통보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언론을 통해 지침이 바뀐 사실을 접한 의료인도 많다. 특히 여러 이유로 잔여백신 접종을 손꼽아 기다려온 분들께도 괜히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의료기관 전화나 방문 등을 통해 잔여백신 예비명단을 활용할 수 없게 된 젊은층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방역당국의 갑작스런 지침 변경에 따라 오는 9일 이후 60세 미만은 의료기관 전화·방문 예약을 할 수 없으며, 네이버와 카카오톡 앱을 통해서만 잔여백신 접종 예약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60세 이상 접종자가 있으면 불가능하다.

광주 상무지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지훈(48)씨는 “손님을 많이 접하는 자영업 특성상 빠른 백신접종이 절실해 인근 병원에 잔여백신 등록을 해놨는데,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됐다”면서 “40대는 사회 활동력이 가장 왕성한 연령대 있는데, 현 추세라면 가장 늦게 백신을 접종받게 되는 세대가 된다. 자칫 코로나에 감염돼 가게 영업이 중단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광주시 관계자는 “오는 19일까지면 60세 이상은 대부분 접종을 완료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30세 이상의 경우 앱을 통해 예약을 해놓으면 조만간 순서에 따라 잔여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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