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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기자

건축, 도시의 미래가 되다 (2) GS 칼텍스 예울마루

by 광주일보 2020.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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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품은 건축물 열전] 문화예술의 너울이 넘치고 전통마루처럼 편안한 공간

 

지난 2012년 GS칼텍스의 사회공헌사업 일환으로 건립된 여수예울마루 전경. 여수 망마산과 앞섬인 장도 일원 70만㎡( 21만평)에는 전시장, 공연장, 레지던시, 다도해 정원 등 대규모 문화공간들이 들어서 있다.

 

“예울마루는 음악인들 사이에선 한번쯤 꼭 서보고 싶은 무대로 알려져 있어요. 여수가 지닌 도시의 컬러도 있지만 세계적인 공연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좋은 음향시설을 갖춘 곳이거든요. 기회가 되면 자주 이곳에서 연주회를 하고 싶습니다.”

 

지난 2016년 겨울, GS 칼텍스 예울마루와 연세대 음대가 공동기획한 여수 유스 오케스트라 음악캠프의 리허설 현장.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유스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지휘한 첼리스트 양성원 교수(연세대 음대)는 공연장의 매력에 푹 빠졌다. 세계적인 수준의 음향시설과 조명은 지역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명품 무대였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마에스트로 금난새(성남시립교향악단), 임헌정(포항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여수 출신 피아니스트 문지영, 소프라노 조수미 등 정상급의 음악인들이 앞다투어 예울마루에서 화려한 공연을 펼쳤다. 지난 2018년에는 웬만해선 ‘모시기 힘든’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듀엣콘서트와 국립발레단의 ‘호두까지 인형’이 예울마루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인 음향수준과 조명시설을 자랑하는 예울마루의 대공연장.< 사진=GS칼텍스재단 제공>

이들의 화려한 무대 덕분에 여수 시민과 지역사회는 오랫동안 문화불모지라는 ‘그늘’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문화생활을 즐길 기회를 가졌다. 광주 뿐만 아니라 대구, 부산, 대전에서 예울마루의 공연일정에 맞춰 여수로 원정관람을 오는 열혈팬도 등장했다. ‘잘 만든 공연장’ 하나가 이뤄낸 ‘여수의 기적’이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막에 맞춰 여수시 시전동 망마산 자락에 건립된 예울마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개관 7년만에 90만 여 명이 다녀갔다. 여수시 인구가 28만 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시민 1명 당 세 번 이상 예울마루를 찾은 셈이다. 예울마루가 개관하기전만 해도 시립미술관은 커녕 변변한 전시장, 공연장이 없을 만큼 삭막했지만 이제는 154차례의 공연과 16개의 전시, 239회의 예술교육(2019년 기준) 등 수백개의 문화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예울마루를 통해서 풍성해진 ‘문화적 저변’은 여수음악제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수요와 문화관광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지난 2017년 여수상공회의소와 KBS 교향악단는 공동으로 제1회 여수음악회를 개최했다. 명품공연장의 도시 위상에 맞는 품격 있는 관광콘텐츠로 클래식 음악제를 기획한 것이다. 이처럼 GS칼텍스가 1100억 원을 들여 망마산 일대에 추진한 사회공헌프로젝트는 ‘예울마루 효과’로 빛을 보고 있다.

 

프랑스 출신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GS 칼텍스의 예울마루 프로젝트는 단순한 복합문화공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여수 망마산과 그 앞섬인 장도 일원 70만㎡( 21만평)를 전시장, 공연장, 레지던시 등으로 꾸민 매머드 문화벨트 사업이다. 이를 위해 GS 칼텍스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친환경 건축가로 잘 알려진 도미니크 페로는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 독일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 이화여대 캠퍼스 ECC(Ehwa Campus Complex) 등 굵직한 건축물들을 맡았다.

예울마루는 문화예술의 너울(파도)이 가득 넘치고, 전통가옥의 마루처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란 뜻을 담고 있다. 도미니크 페로는 이같은 장소성을 구현하기 위해 최대한 자연 환경을 거스르지 않는 열린 컨셉으로 예울마루와 장도 일대를 디자인했다.

 

 

 

예울마루의 가장 큰 특징은 건물이 드러나지 않은 친환경 구조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건축공법을 사용한 점이다. 이 때문에 예울마루는 지붕이 시작되는 지점인 망마산에서 계곡이 흘러나와 바다로 들어가는 물의 흐름을 연상케 한다.

예울마루의 ‘얼굴’은 최첨단 공연장과 전시장. 망마산에 들어선 공연장은 1021석의 대공연장과 302석의 소공연장으로 구성됐으며 세계적 수준의 음향시설과 조명시설을 갖췄다. 초현대식 시설로 설계된 대공연장은 무대와 1층 객석 맨 뒷좌석까지의 거리가 불과 21m 밖에 되지 않아 관객과 공연장이 함께 호흡할 수 있다. 

 

예울마루와 인접해 있는 ‘예술의 섬’인 장도는 지난해 5월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예울마루는 개관 초기와는 확 달라진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지난해 5월 완공된 장도 근린 공원조성사업 때문이다. GS칼텍스의 지역사회공헌 1단계 사업이 예울마루 건립이었다면 2단계 사업은 인근의 장도를 ‘예술의 섬’으로 가꾸는 대규모 문화벨트 프로젝트다. 장도는 탁 트인 바다와 여수 도심 사이에 놓은 작은 섬으로, 이름처럼 남북으로 길게 자리잡고 있는 게 특징이다. 예울마루에서도 불과 450m 정도 떨어져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 좋다.

지난 2017년 10월 착공된 이 사업의 예산은 285억 원. GS 칼텍스가 건축비 210억원을, 여수시가 토지매입비 75억을 각각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장도의 부지 9만3000㎡에는 창작스튜디오, 장도 전시관, 다도해 정원 등이 들어서 거대한 문화예술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창작 스튜디오는 화가, 조각가, 공예가, 사진가 등 예술인들이 전시회를 열거나 작업실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각동, 회화동, 문예동 등 총 5개 건물로 꾸며졌다. 예울마루와 창작 스튜디오를 해상 다리로 연결해 지역민과 예술인들이 함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

장도 전시관은 교육, 전시, 체험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는 곳. 전시관 내부는 전시실, 카페, 교육실, 수장고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외부는 야외 공연장과 잔디광장이 마련돼 있다. 다도해 정원은 남해 자생 나무와 야생 화초 등이 심어진 구역이다. 정원에는 계절에 맞는 꽃과 나무를 심어 방문객에게 아름다움과 힐링을 선사한다. 장도와 웅천친수공원을 잇는 보행 교량은 석축교의 역사성, 물때에 따라 다리가 드러나는 신비성 등을 고려해 원형을 최대한 유지했다.

GS칼텍스재단의 홍보담당 박민주씨는 “한해 10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 들면서 예울마루는 문화도시의 여수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면서 “2단계 사업인 장도 근린공원의 완성으로 지역민들이 보다 더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수=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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