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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기자

틀을 깬 혁신적 디자인…세종시는 거대한 건축박물관

by 광주일보 2020.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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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를 품은 건축물 열전 건축 도시의 미래가 되다 - 세종시 공공건축물 "

 

지난 7일, 행정수도로 잘 알려진 충남 세종시를 찾았다. 남세종 IC에서 빠져 나와 세종시로 진입하자 어디서 많이 본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근래 광주 도심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아파트 공사 현장들이었다. 하지만 정부세종청사를 지나자 사뭇 다른 모습이 눈앞에 다가왔다. 고층 건물 대신 총 길이가 3.5k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공공건물이었지만 위압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공중의 통로가 건물과 건물을 잇는 형태는 기존의 도시에선 찾기 힘든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통로 아래의 도로를 지나 국무총리실쪽으로 방향을 틀자 특색 있는 건축물과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어우러진 세종호수공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종호수공원 전경

쌀쌀한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세종호수공원은 특유의 고즈넉한 풍광으로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축구장 62개를 붙여 놓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호수에는 수면를 가로지르는 세호교 위에 조성된 670석의 무대섬이 자리하고 있다. 매년 축제가 펼쳐지는 축제섬과 모래해변이 있는 물놀이 섬, 습지생태의 보고인 습지섬 등이 이어지는 8.8km의 산책로는 시민들이 즐겨 찾는 쉼터다. 평일 낮인 데도 삼삼오오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공원 주변은 활기가 넘쳐 흘렀다.

겨울 바람을 맞으며 산책로를 걷다 보니 커다란 책을 펼쳐 놓은 것 같은 독특한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직사각형의 건물 중심부는 움푹 들어가고 양쪽 가장자리는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하늘로 솟은 날개 모양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2013년 12월 국내 유일의 정책전문도서관으로 문을 연 국립세종도서관(관장 이신호·이하 세종도서관)이다. 개관 초기 8만 권에 불과했던 보유장서는 현재 62만 권을 소장하고 있다.

 

행정수도 세종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국립세종도서관 전경. <사진 ·국립세종도서관 제공>

지하2층 지상 4층 연면적 2만1076㎡ 규모로 지어진 세종도서관은 지난 2011년 총 공사비 1015억 원을 투입해 약 2년간의 공정 끝에 완공됐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설계를 맡은 건축 디자인은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란 타이틀을 얻으며 세종시의 랜드마크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09년 6월 세종도서관 건축디자인 공모전을 거쳐 선정된 컨셉은 ‘이모션 라이브러리’(감성도서관). 자연과 함께 하는 공간, 사람이 어우러지는 소통의 장을 표방한 공간 답게 내부 인테리어 역시 세종시의 자랑인 호수공원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신호 관장은 “책을 펼쳐 놓은 듯한 건물 외관은 예전 인터넷 공간에서 자료를 전송할 때 송신자 폴더에서 수신자 폴더로 파일이 한장씩 휘리릭 날아 가는 모습에서 착안한 것”이라면서 “책장을 넘길 때 살짝 구부러지는 형상은 책을 읽으며 행복감을 느끼는 시민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세종도서관은 세계 3대 디자인상 가운데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상, ‘2013 아이코닉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근사한 콘서트 홀 로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주변의 자연경관을 실내에서도 조망할 수 있게 4층 건물의 모든 벽면을 통유리로 마감해 로비 중앙에서 서면 시야가 확 트이는 느낌을 준다. 특히 이용객의 동선을 최대한 배려한 설계가 돋보인다. 여타 도서관은 각층이 단절되는 구조인데 반해 세종도서관은 유리벽을 두거나 어른 키 높이의 유리 펜스를 설치해 아래층에서 위층을, 위층에서 아래층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성인의 신장을 넘지 않은 낮은 서가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 도서관은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관장과 함께 둘러본 세종도서관은 도서관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열린 도서관’이었다. 외부에서 본 날개 부분의 공간활용은 꽤 흥미로웠다. 설계자는 날개부분에 층계를 만들고 계단 마다 책상을 배치해 계단아래에서는 책상 밑에서 마치 몰래 숨어 책을 읽는 듯한 효과를 연출했다. 무엇보다 조망권이 가장 좋은 건물 4층에 들어선 식당은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복합문화공간을 떠올리게 한다. 통유리를 통해 펼쳐지는 호수공원의 아름다운 풍광은 5성급 호텔의 스카이라운지가 부럽지 않다.

실제로 세종시민들의 일상은 도서관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매우 밀접하다. 세종도서관의 정기회원은 약 13만 명. 세종시 인구가 34만 여명인점을 감안하면 시민들의 이용률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1일 평균 이용자는 2520명(2019년 기준), 어린이도서관은 주말 평균 2000여 명에 달한다. 2014년 30만9884명을 기록했던 이용자는 지난해 45만 4048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프로그램의 참가자 역시 82만3908명으로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도서관의 이용자들이 많아지면서 세종시는 오는 11월 개관 목표로 시립도서관(세종시 고운동·열람실 총 1260석 규모)공사에 착수했다. 최대 50만 8000권의 장서를 수용하는 시립도서관이 개관하면 세종시는 말 그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북 시티’(Book city)로 부상할 전망이다.

 

국새( 國璽) 보관함을 모티브로 설계된 대통령 기록관

세종도서관에서 나와 호수공원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대형 정사각형의 유리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지난 2015년 건립된 대통령 기록관으로 국내 최초의 대통령 기록물 전용·보존·관리를 총괄하는 시설이다. 대통령 기록물에 국새(國璽)가 찍혀 있는 점에 착안해 국새 보관함을 모티브로 건물을 디자인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에는 전시관 1층의 대통령 상징관, 2층 대통령 자료관, 3층 대통령 체험관, 4층 대통령 역사관이 꾸며져 있고 지하 1층에는 기록물 열람실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세종시는 공공건물의 틀을 깬 혁신적인 디자인의 건축물이 많아 마치 거대한 ‘건축박물관’을 보는 것 같다. 18개의 건물이 다리와 옥상적원으로 연결된 세종정부청사와 배 모양으로 설계된 세종시청사, 세종시 첫마을에 있는 배의 돛 형상의 한두리 대교는 매력적이다.

지난 2018년 세종시는 이들 대표적인 공공건축물을 둘러 보는 건축문화제,투어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도시의 관광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중앙부처 최초의 총괄건축가를 위촉해 오는 2025년 완공 목표로 추진중인 국립 박물관 단지조성사업은 세종시의 미래가 달린 꿈의 프로젝트다. 연면적 7만4865㎡에의 박물관 단지에는 국가기록박물관, 디자인박물관, 디지털 문화유산 영상관 등 5개 건축물이 둥지를 틀 예정이다. 세종시의 변신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세종=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건축, 도시의 미래가 되다 (2) GS 칼텍스 예울마루

“예울마루는 음악인들 사이에선 한번쯤 꼭 서보고 싶은 무대로 알려져 있어요. 여수가 지닌 도시의 컬러도 있지만 세계적인 공연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좋은 음향시설을 갖춘 곳이거든요. 기회가 되면 자주 이곳에서 연주회를 하고 싶습니다.”지난 2016년 겨울, GS 칼텍스 예울마루와 연세대 음대가 공동기획한 여수 유스 오케스트라 음악캠프의 리허설 현장.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유스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지휘한 첼리스트 양성원 교수(연세대 음대)는 공연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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