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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기자

광주시민회관 : 청년 크리에이터들의 활력으로 되살아난 ‘도시의 오아시스’

by 광주일보 2020.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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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품은 건축물 열전 건축 도시의 미래가 되다 (8) 광주시민회관

 

지난 1971년 건립된 광주시민회관은 한때 철거위기에 놓였지만 리모델링을 거쳐 청년크리에이터들의 창업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FoRest971’은 이곳에 둥지를 튼 청년창업자들의 공동 브랜드로 숲(Forest)과 설립연도인 1971을 상징한다. <사진제공=도시집단 CS>

 

‘근대 건축, 청년과 통(通)하다’

 

지난 주말, 광주천을 가로 질러 광주공원에 오르니 모던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올해로 건립된 지 50년이 다 된 광주시민회관(시민회관)이다. 어떤 이에게는 ‘로버트 태권브이’를 처음 봤던 영화관이고, 다른 이에게는 평생의 배필을 만난 결혼식장으로 기억되는 공간이다. 변변한 복합문화시설이 없었던 그 시절, 이 곳에선 시민들의 특별한 나들이나 이벤트가 펼쳐졌다. 1970년대 한해 평균 300여 쌍이 이 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된다.

하지만 시민회관의 ‘봄날’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면서 노후화 되기 시작한 건물은 더 이상 매력을 주지 못했다. 더욱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빛고을시민문화관(옛 구동체육관)이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현대식 문화공간이 속속 들어서면서 찾는 발길이 줄어들자 존폐기로에 서게 됐다.

 

광주시민회관 전경.

사실, 시민회관은 광주에 지어진 건축물 중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970년 전남대 건축학과에 재직했던 임영배(1932~2008) 교수가 설계한 시민회관은 당시로서는 ‘첨단’이라 할 수 있는 디자인과 공법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역의 1세대 건축가로 불린 임 교수는 공원의 입지조건을 최대한 반영해 군림하지 않는 건축물로 설계했다. 그도 그럴것이 시민회관이 들어서는 광주공원은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여기 저기 남아 있는 데다 충혼탑·4·19 기념비가 자리하고 있는 역사적인 현장이다. 자칫 위압적인 외관으로 설계할 경우 주변의 녹지공간이나 유적지와 소통하지 못하게 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70년 7월에 착공해 이듬해 4월에 완공된 시민회관은 지상 3층의 대강당과 지상 4층의 부속실과 예식장으로 구성됐다. 공원의 광장을 품고 있는 철근콘크리트 주조의 건축물은 이벤트의 성격에 따라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건물에 들어서면 홀이 나타나고 휴게실과 매점이 대강당 객석과 로비를 양분하고 있다.

전남대 건축학부 이효원 교수(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는 “시설이 노후됐다는 이유로 근대 문화공간의 상징을 철거한다는 것은 광주의 역사적인 장소가 사라진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다행히 보존을 바라는 지역사회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져 리모델링을 추진하게 됐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광주시민회관의 야외 객석 모습.

지난 2010년 광주시는 리모델링으로 최종 방향을 정하고 2012~2014년까지 3년간 총 39억 원(국비 6억원, 시비 33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독특한 절차를 거쳐 설계자를 선정했다. 일명 ‘나가수’ 방식이다. 관객들이 직접 최고의 가수를 투표로 뽑는 ‘나는 가수다’ 스타일로 시민들을 공모과정에 참여시켰다. 이들 시민심사위원들은 ‘광주의 판, 그린 콘서트’를 제안한 건축가 김광수(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 현 부천아트벙커B39 설계)·김아연(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씨를 최종 설계자로 뽑혔다.

두 건축가는 광주공원 곳곳에 분산된 ‘역사적 요소’를 두개의 판으로 엮고 정자의 개념을 도입했다. 기존 건축물에 새롭게 삽입한 ‘광주평상’과 5·18 당시 시민군의 훈련장으로 쓰인 아스팔트 광장을 ‘광주카펫’으로 바꾼 두개의 영역이 대조를 이루는 콘셉트다. 특히 기존 시민회관의 대강당 지붕을 철거하고 야외무대와 실내소극장, 전시실, 카페 등을 갖춘 열린 공간으로 거듭났다.

지난 2014년 3년간의 리모델링을 끝내고 다시 문을 연 시민회관은 개점 휴업이란 불명예를 안게 된다. 재개관한 첫 해의 대관실적이 단 한건도 없는 등 사실상 빈 공간으로 방치된 것이다. 바로 옆에 문을 연 빛고을시민문화관으로 대관수요가 몰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광주천을 사이에 두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예술의 거리, 인근의 양림동으로 이어지는 ‘아트 벨트’를 꿈꿨던 시의 장밋빛 비전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지난 2018 광주비엔날레의 전시장으로 활용됐던 야외무대 내부 모습.

하지만 지난 2018년 ‘반전’이 일어났다. 2018 광주비엔날레의 큐레이터들이 전시장을 물색하던 중 도심에 방치된 시민회관에 눈을 돌렸다. 겉에서 보면 평범한 극장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70년대로 되돌아간 듯한 이색적인 분위기에 매료된 것. 이들은 번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이곳이야 말로 전시 컨셉에 맞는 장소라고 판단했다.

파리의 현대미술전시관인 ‘팔레 드 도쿄’와 ACC는 이 곳을 무대로 ‘이제 오늘이 있을 것이다’(Today Will Happen)라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개최했다. 지붕 없는 객석과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에서 열린 전시를 둘러 본 관람객들은 공간이 주는 아우라에 탄성을 자아냈다. 광주비엔날레를 계기로 ‘가능성’을 재발견한 광주시는 지난해 초 청년들의 창업 인큐베이터로 재생하는 공공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위탁을 맡은 도시문화집단 CS(대표 정성구)은 시민회관을 기반으로 청년(19세~39세)들의 창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19개 청년창업팀(메이커스, 미디어, 식음료, 문화, 커뮤니티)을 선정, 청년 창업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지난 30일 2년 간의 준비과정을 마치고 모습을 드러낸 개막현장은 시민회관의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자리였다. 적막한 분위기가 감돌았던 광주공원은 모처럼 청년 크리에이터들로 활기가 넘쳤다. ‘광주시민회관-FoRest971’. 도심의 숲이라는 ‘Forest’와 건립년도인 1971을 상징하는 공간은 이름 그대로 도시의 오아시스를 꿈꾼다. 19개 팀의 청년 창업자들은 자체 개발한 ‘FoRest971’를 공동브랜드로 사용해 시민들의 문화쉼터로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도시문화집단 CS의 정성구 대표는 “다른 사업과 달리 로컬리티(지역성)에 바탕을 둔 시민회관은 공간재생을 활용한 창업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청년 크리에이터들의 활력으로 재탄생한 시민회관이 지역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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