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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기자

“우리 동네에 갤러리가 생겼어요”

by 광주일보 2021.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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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우리동네미술 <상-광주 북구>"

 

 

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진행한 ‘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우리동네미술’이 5개월간의 공정을 마치고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4일 일반에 첫선을 보인 광주 북구 문흥지하보도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광주 동구, 서구, 남구, 광산구 등 5개구가 사업을 마무리했다. 이번 문광부의 우리동네미술 프로젝트는 총 98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광주 등 전국 228개 자치단체에 각 4억원(시비·구비 각 4000만원 포함) 규모로 진행됐다. 

 

 

광주 북구 문흥동에 사는 주부 민희경(45)씨는 요즘 동네 한가운데 자리한 지하보도(광주 북구 문흥동 1002-5)로 문화 마실을 떠난다.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녀의 일상이 하루 아침에 바뀌게 된 건 공공미술 프로젝트 덕분이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면서 통행이 금지되는 바람에 내심 큰 기대를 가졌던 그녀는 지난달 말 화려한 모습으로 변신한 지하보도를 보고 탄성을 터뜨렸다. 그도 그럴것이 5개월간의 공사를 마치고 자태를 드러낸 이 곳에는 꽃, 바다, 나무, 구름 등 자연의 아름다운 사계가 펼쳐져 마치 갤러리에 와 있는 듯 했다. 수십년 동안 동네의 애물단지였던, 칙칙한 지하보도가 예술의 향기가 흐르는 ‘도심 속 문화쉼터’로 거듭난 것이다.

무엇보다 6개의 출입구가 나있는 지하보도는 ‘코스’별로 다양한 ‘작품’들로 꾸며진 게 흥미롭다. 민씨가 가장 먼저 선택한 지하보도는 말 그대로 ‘꽃길’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의 벽면에는 강렬한 빨간색의 장미꽃에서 부터 몽환적인 분위기의 노란 해바라기까지 화사한 꽃의 향연이 이어진다.

 

 

반대편의 계단 벽면은 깊은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물 위로 뛰어 오르는 거대한 물고기는 삭막한 도심에 활력을 불어 넣을 만큼 역동적이다.

광주시 북구는 이번 우리동네 미술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관내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이 과정에서 문흥동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문흥지하보도 개선이 북구의 사업장소로 최종 선택됐다. 90년대 초반 문흥동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되면서 문흥1동과 문흥2동을 연결하는 문흥지하보도가 설치됐지만 관리부실 등으로 동네의 애물단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야간에는 조명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일부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이용되는 가 하면 비가 오면 배수가 되지 않아 고인 물로 악취까지 발생해 시민들의 불만이 컸다. 이 때문에 통행을 꺼리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인근 상인들은 지하보도의 폐쇄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북구는 공모를 통해 문광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예산 4억 원)의 주관 단체로 ‘북구미술인 조형연구회’(대표 정용규)를 선정했다. 북구에 거주하는 미술인들의 모임인 북구 미술인 조형연구회는 ‘도심 속 바다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지하보도를 주민들의 문화향유와 휴식을 위한 쉼터 갤러리로 리모델링하는 대장정에 들어갔다. 지난 2월까지 5개월 간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는 미술인 37명과 주민, 학생 등이 참여해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취지를 살렸다.

문흥지하보도는 길이 25m의 메인 공간(중앙도로), 22m길이의 6개 출입구와 계단으로 구성된 독특한 구조다.

북구 미술인 조형연구회는 벽화와 조각, 회화, 편의시설, 아트갤러리가 공존하는 복합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박유자, 설상호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한부철, 전병문, 염순영, 정재형, 류현자, 안태영, 김경란, 서병옥, 임종호, 이경옥, 김미영, 오관영, 백현호, 장용임, 이경희, 강동권, 김다인, 조문현, 정정임, 김일근, 윤세영, 김미애, 신선윤, 김기현 등 한국화·서양화 작가 25명을 6개 팀(회화, 벽화)으로 배치했다.

또한 디자인 작업에는 문경양, 양경모, 이귀원, 정종천이 참여했고 조형물 편의시설에는 이병선, 조성태, 천기정, 전범수 작가가 힘을 보탰다.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참여작가들의 콜라보 덕분에 문흥지하보도는 개성 넘치는 벽화와 조형물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메인공간인 중앙 도로에 꾸며진 초등학생들의 그림과 북구의 문화유산들은 생생한 교육의 현장이기도 하다.

 

북구 거주 미술인들이 참여한 ‘우리동네 미술프로젝트’의 주요 벽화 작품. 백현호(왼쪽),정용규 작 <사진 제공=북구 미술인 조형연구회>

 

지난 4일 개막식에 참석한 참여작가들과 어린이, 주민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어린이들은 고래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벽화 갤러리에 내걸린 자신들의 작품을 보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이들 고래 갤러리 맞은 편에는 문흥동의 역사와 지명 유래 등을 만화로 재구성한 ‘문흥호’와 북구의 빼어난 풍광을 담은 8경, 광주시립미술관·비엔날레·국립 망월동묘역 등 문화·역사 유산들을 한데 모은 ‘북구호’가 자리해 복합공간으로서의 색깔을 보여줬다.

‘도심 속 바다를 꿈꾸다’라는 주제에 맞게 지하보도는 해면(바다위), 해변, 바다속(수중) 등 3개의 존으로 나눠 미술인들의 벽화와 조형물을 배치해 눈길을 끈다. 지상에서 부터 지하로 내려오는 계단이 해면과 바다속을 상징한다면 메인 도로는 바다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해변을 연상케 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메인 도로 곳곳에 자리한 나무벤치다. 해변의 조약돌에서 영감을 얻은 10여 개의 벤치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고안한 것. 단순히 지하보도를 건너는 기능에 그치지 않고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벽면의 작품들을 감상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동네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의 동선을 고려해 최대한 높이를 낮췄고 모서리 부분을 둥글게 마감해 불편을 없앴다. 또한 중간 중간에 간이 무대를 설치해 버스킹 공연이나 문화 프로그램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벽화 작업에 참여한 작가들.

이번 공공미술이 거둔 값진 성과 가운데 하나는 예술인들의 콜라보다. 평소 각자의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공동 프로젝트를 할 기회가 흔치 않은데 이번 사업을 통해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작업에도 도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화가 류현자씨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벽화라는 작업에 참여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매우 즐거웠다”면서 “또한 37명의 작가들이 함께 참여했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 덕분에 공공미술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용규(서양화가) 대표는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코로나19로 침체된 우리 동네 미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주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한 공간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면서 “‘바다 갤러리’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오랫동안 문흥동 주민들의 지친 일상을 힐링해주는 명소로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진현 문화선임 기자 jhpark@kwangju.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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