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이 배려 없이 급조
자막도 수어통역도 없어
도우미 없인 수강 불가능
시각장애학생인 A씨는 조선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위한 조치로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온라인 강의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
오로지 교수 음성에만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툭하면 자주 끊기는데다, 혼자서는 시각 장애로 끊긴 부분을 다시 찾아 듣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추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수업 환경이 전혀 갖춰지지 않아 장애를 갖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너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같은 대학 대학원생으로 약시 장애를 앓고 있는 B씨도 시각장애학생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을 사용하더라도 강의 외에 첨부된 도표나 그래프 자료를 읽는데는 해당 프로그램 지원이 이루지지 않다보니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전문대에 다니는 청각장애인 C씨도 자막이 없는 온라인 강의를 전혀 알아들을 수 없어 힘들어하고 있다. C씨는 “온라인 강의가 자료 사진을 띄워놓고 강사의 목소리를 입혀놓은 형식이라 입 모양조차 볼 수 없다”면서 “강의에 자막을 깔아 제공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광주·전남 대부분의 대학들이 지난 16일부터 ‘온라인 강의’에 들어갔지만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데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습 도우미의 지원을 받아 수업을 받았던 예년과 달리, 혼자서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자막이나 수어 통역조차 갖춰지지 않는가 하면, 장애학생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미흡하기 때문이다.
18일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에 따르면 전남대의 경우 73명의 장애인 학생 중 시·청각 장애학생 30명이 온라인 수업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으며 조선대도 51명의 장애 학생 중 15명의 시·청각 장애학생이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호남대(10명 중 청각 3명), 동신대(10명 중 시·청각 3명) 장애학생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학교측은 교수들에게 통보, 장애학생들을 위한 수업 자료를 제공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장애학생들은 정상적 수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급조한 온라인 강의 자료를 만들다보니 장애학생들의 학습권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전맹’ 상태의 학생의 경우 수업 자료를 첨부해도 학습도우미의 도움 없이는 전혀 받아볼 수 없는 형태라는 게 장애학생들 설명이다.
대부분의 온라인 수업이 자막이나 수어통역이 없어 청각장애인들은 동영상 강의 속 제목과 소제목만 지켜봐야 하는 실정이다.
정성주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장은 “코로나19로 취약계층인 장애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심한 지역사회의 배려가 필요하다”면서 “대학들도 장애학생 및 장애인단체들의 의견을 청취, 보완책 마련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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