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이 연기된 대학생 김군의 하루]
전남대 2학년생인 김대학(21·가명)씨는 지난 금요일 오전 11시께 침대에서 일어났다.
평소대로라면 금요일은 늦잠은커녕, 아침도 거르고 움직여야 할 정도로 바쁜 날이다. 올해에는 들어야 할 과목이 많아 첫 수업 시간도 오전 9시부터 잡아놓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개강이 늦춰지면서 늦게 자고 오후에야 일어나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다.
침대·거실·컴퓨터 게임만 하면서 집에만 있다 보니 부모님도 은근히 싫은 기색을 내비쳐 모처럼 같은 과 동기와 외출 약속을 잡았다. 온라인 강의에 필요한 수업 교재도 살 겸 집을 나섰다.
시내버스로 학교에 도착, 구내서점이 있는 학생회관까지 걸어가는데 예전 캠퍼스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곳곳에 핀 매화꽃 주변에는 학생들보다 마스크를 쓰고 걷기 운동을 하는 동네 주민들이 더 많아보였고 학교 건물은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친구를 기다리다 모처럼 들른 학생회관의 동아리방도 ‘코로나19로 29일까지 출입금지’라는 안내문구가 붙었고 도서관도 문을 걸어 잠궜다.
토익시험 준비를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가 문을 닫았다며 학교 밖을 나서던 다른 과 동기와 늦은 점심을 해결하려고 전남대 후문 식당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창 바쁠 시간이지만 후문 일대는 썰렁했다. 평소 동아리방에서 자주 배달시켜먹던 중국집은 ‘3월은 배달만 합니다.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주세요’라는 안내문을 붙여놓고 문을 닫았다. 코로나 때문에 임시휴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은 가게도 많이 눈에 띄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전남대 후문 일대 상가의 경우 코로나19 때문에 한 달 평균 수입이 평소의 30%에 불과한 수준인 것으로 집계한 바 있다. 하루 2만명에 달했던 유동인구도 이달에는 2000명도 못 미친다는 게 진흥공단 분석이다.
소규모 감염 우려가 높다는 PC방에서 모처럼 친구들과 게임 한 판 하려했지만, 마스크가 없다며 출입이 거부됐다. 마스크 구하기도 불가능해 결국 귀가했다.
학교측은 코로나19 때문에 16일부터 2주간 비대면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하지만 입시 준비 때 보던 유명 강사의 인터넷 강의에 비해 준비성이 떨어진 수업을 온라인으로 들어야 할 생각을 하면 답답하기만 하다. 소리를 끈 채 온라인 수업만 켜놓겠다는 게 김씨 생각이다. 휴대전화로 게임, 유튜브를 하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캠퍼스의 봄이 사라진 지 오래다. 매년 3월 신학기면 신입생들과 복학생, 재학생들로 북적였던 캠퍼스는 인적마저 뜸해졌다.
광주·전남지역 대학들도 오는 16일 개강에 들어가지만 오프라인 강의 대신, 최소 2주간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캠퍼스를 찾는 학생들 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원격 수업은 꿈도 못 꾼다. PPT 강의 자료에 교수 목소리만 나오는 방식의 수업을 2시간 동안 듣는 게 전부다. 채팅창으로 질문하거나 마이크를 통해 서로 대화하는 수업은 아예 불가능하다.
전남대의 경우 16일부터 2주간 재택수업을 진행한다. 조선대도 1·2주 차의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대체한다. 호남대·광주교육대·동신대·광주보건대도 마찬가지다. 광주과학기술원은 지난 14일부터 원격 수업에 들어갔다.
캠퍼스를 찾는 학생들 발길이 끊기면서 주변 상권도 타격을 입고 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상권분석자료에 따르면 전남대 후문의 상권의 경우 개강 모임과 신입생 환영회 등으로 지난해 3월 유동인구는 하루 2만명에 달했다. 3월 한달 평균 수입도 다른 달에 비해 50% 가량 늘어난다. 하지만 올해 3월에는 하루 2000명에도 못 미친다. 수익도 3월 중순 현재, 한달 평균 수입의 30% 가량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행우 전남대후문 대학로 상가번영회장은 “정부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발표하고있지만 대부분 대출 지원인 경우가 많아 이미 대출을 받은 경우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현금 지원 같은 대책이 없으면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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