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문 옮김
미국의 작가이자 인류학자인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는 우연히 친구가 맡긴 미샤라는 이름의 시베리안 허스키를 돌보게 되면서 개들에 대한 관찰을 시작한다. ‘개들은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할까’라는 궁금증에 사로잡혀 미샤를 비롯해 함께 살던 다른 개들도 관찰하게 됐는데, 이러한 행동은 30년 넘게 이어졌다.
그가 수만시간 개들과 살면서 관찰한 후 깨닫게 된 것을 기록한 책 ‘개와 함께한 10만 시간’이 출간됐다.
책의 주인공은 저자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낸 열한마리 개들이다. 이중 다섯 마리는 작가의 집에서 태어났고, 열 마리는 자연적인 수명이 다할 때까지 함께 살았는데 이들은 인간보다 더 극적이고 파란만장한 드라마를 보여주었다.
미샤가 집을 떠나고 몇 주 동안 창문 밖을 바라보며 미샤를 기다리던 마리아, 자기가 낳은 자식이 아님에도 강아지를 입양해 정성을 다해 보살피던 코키, 동료가 세상을 떠나자 구슬픈 소리로 밤새 울부짖던 비바와 이눅슉, 자신의 삶이 끝났다는 것을 느끼고 숲속으로 사라져버린 파티마까지….
각별한 애정을 쏟아 따스하게 그려낸 개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 또한 생각과 감정을 지녔으며, 그들 나름의 언어가 있고, 그 언어로 엮어가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개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무리와 서열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삶, 지나친 훈련과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개성과 감정을 내보이는 삶을 개들이 원한다고 전한다.
<해나무·1만4800원>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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