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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북스

유년 시절이 그리운 사람들에 건네는 소박한 위로

by 광주일보 2021.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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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는 다른 사람의 책을 만드는 일을 한다. 제목부터 구성, 디자인 등 전반적인 책 제작에 관여한다. 책이 지니는 물성을 비롯해 콘텐츠에 대한 부분 등 전반을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일이 편집이다.

강맑실은 1980년대부터 40년 가까이 책을 만들어온 편집자이자 사계절출판사 대표다. 그동안 다양한 독자층을 위해 좋은 책을 출판하기 위해 끊임없이 달려왔다. 30년 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후 이제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은 ‘반갑다 논리야’, ‘논리야 놀자’, ‘고맙다, 논리야’ 세 권의 시리즈 제목이 그의 아이디어다. 또한 ‘한국생활사박물관’, ‘아틀라스’ 시리즈와 같이 오랜 공력 끝에 완성한 프로젝트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신에 관한 책을 쓰지 못했다. 다른 저자들을 위해 자신의 아이디어와 영감을 샘에서 물을 기르듯 퍼내다 보니 어쩌면 내면에는 ‘나를 위한, 나만의 책’을 만들고자 하는 생각도 고여 있었을 것 같다.

 

이번에 강맑실 대표가 직접 쓰고 그린 책 ‘막내의 뜰’이 주목을 끄는 이유다. 출판인 이전 한 사람의 작가로, 그가 바라보고 생각하는 세상과 삶은 어떤 빛깔일까. 무엇보다 책은 유년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에게 건네는 소박한 위로를 담고 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과 그 시절 살았던 집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한다. 글도 글이지만 무엇보다 책 속의 그림들이 눈길을 끈다. 학창 시절부터 그림과는 담을 쌓고 살아오다가 2년 전부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중간중간 수록된 수채화는 잔잔하면서도 맑은 여운을 준다.

어린 시절 살았던 집과 뜰, 마을 풍경,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그 시절 누구나 겪었음직한 내용들로 미소를 짓게 한다. 특히 동화라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어 더더욱 정감이 간다.

강미선 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는 추천글에서 “‘우리들이 태어난 집은 단순한 집채 이상이고 꿈의 집적체’라는 가스통 바슐라르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유년의 기억을 생생하게 만드는 그 집들은 지금의 막내를 만들었습니다. 기억에 의존해 직접 그린 집의 도면들은 물리적 공간만이 아닌 그 시절의 가족들, 추억, 감정, 심지어 냄새까지도 담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책 제목 ‘막내’라는 어휘가 말해주듯 저자는 일곱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학교 선생님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 여섯 명의 언니와 오빠들 사이에서 유년을 보냈다. 책은 다시금 ‘막내’의 유년으로 돌아온 저자가 당시 보았던 풍경과 일화들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막내로 태어날 때부터 커가며 살았던 일곱 채의 집 구조와 추억은 언니와 오빠들의 도움을 받았다. 일곱 채 집의 평면도가 그렇게 탄생했다.

아버지가 학교를 옮길 때마다 가족은 이사를 다녔다. 학교 관사, 적산가옥, 한옥 등이 기억 속에서 복원되었다. 막내는 아버지의 전근으로 친구를 사귀는 일이 녹록하지 않았다. 외톨이처럼 보내기도 했고 또래 친구들 무리에 끼지 못하고 외로웠던 시간도 있었다.

대가족의 막내로 귀염을 받았지만, 여러 형제들 틈에서 관계도 배웠다. 사람살이의 지혜와 사랑, 공감, 소통과 같은 덕목들의 소중함도 깨달았다. 그러므로 ‘막내의 뜰’에서 ‘뜰’은 삶이 집약된 상징적 공간이면서 유년의 시절을 모두 그러안고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동화를 읽다 보면 ‘집은 최초의 세계다. 그것은 정녕 하나의 우주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의 ‘부동산’, ‘투자’의 개념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집 구석구석에서부터 마루와 대문, 흙길, 동산 모든 풍경이 그 자체로 그리움의 대상인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경쟁 사회의 톱니바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지 않을 나만의 낙천과 여유의 근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걸까. 혹시 다 기억해내지 못하는 저 유년의 끝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건 아닐까. 일상과 놀이의 구별이 없던, 자연을 실용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뛰놀던 유년에서 말이다.”

<사계절·1만6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어쩌면 스무 번 - 편혜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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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전 1시간 동네 산책, 11개월 되니 산티아고 순례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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