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용 당시 3공수여단 소령 광주일보와 인터뷰 4년 만에
“‘아들의…’ 영화 보고 용기 내 한 풀어 드리려 전력 다할 것”
5·18민주화운동 3공수여단 11대대 4지역대장 출신 신순용(72·80년 당시 소령)씨가<2017년 11월 13일 광주일보 1·3·6면> 지난 21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다.
신 소령은 지난 2017년 광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5·18당시 ‘시민군 3명을 사살해 암매장했다’고 증언하고 용서를 구했지만, 국립5·18민주묘지를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소령은 이번 사죄방문의 계기로 최근 각종 언론에 계엄군의 증언과 용서가 잇따르고 있는 점, 최근 개봉한 ‘아들의 이름으로’ 영화 관람한 점 등을 꼽았다.
신 소령이 최근 관람한 아들의 이름으로 라는 영화는 5·18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됐던 특전사 장교가 진정한 사죄를 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양심선언과 사죄를 촉구한 한 편의 영화가 현실에서 계엄군의 사죄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광주와 5·18을 사회적·역사적 의미가 담긴, 세대를 초월한 ‘문화’로 승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 소령은 자진해서 5·18기념재단 고백과 증언센터 측에 사죄방문을 요청했다.
5·18민주묘지를 방문한 신 소령은 ‘민주의 문’의 방명록에 ‘늦어서 죄송합니다. 여러분들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남기고 묘지를 항했다.
제단에서 헌화·분향과 묵념을 마친 신 소령은 “미안합니다”라며 오월 영령에 큰 절을 세 번 올렸다. 이후 신 소령은 옛 광주교도소에 인근에서 희생당한 고규석·서만오 열사의 묘지를 참배했다.
두 열사의 묘지를 들린 신소령은 연신 “죄송합니다. 용서하십시오”를 되풀이 했다.
이날 신소령은 “제가 당시에 처음부터 끝까지 (광주교도소 안팎) 고속도로 참상을 목격하고 관여를 했다. 교도소 담벼락 앞에서 앞 중간, 끝에 1개 조인 총 30명 정도 매복을 섰다. 담양 방면으로 이동하는 트럭을 향해 매복조가 조준사격을 해서 차량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굴러떨어졌다”고 증언했다.
신 소령의 사죄에 광주도 즉각 화답했다. 김영훈 5·18유족회장은 신 전 소령에게 “용기를 내서 감사드린다. 40여년 간 얼마나 트라우마에 시달렸을까. 그동안의 트라우마를 이제는 씻고 우리 (유)가족과 화합의 장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신소령은 지난 10일 ‘아들의 이름으로’ 서울시사회에 참석해 영화를 관람했다. 이 영화의 감독인 이정국 감독의 이전 작품인 다큐멘터리 ‘반성’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영화 관람 후 신 소령은 이 감독에게 “영화 잘 봤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신 소령이 원래부터 마음은 있었으나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가 이번 영화관람 등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분 이외에도 의도치않게 강제로 계엄군으로 활동한 분들이 양심고백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신 소령은 “백번 사죄 해도 광주분들의 한은 풀리지 않겠지만 이번 방문으로 5·18 희생자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면서 “1980년 당시 서강언덕· 산수동 뒷산·무등산 뒷자락 등에 3공수 여단 병력을 배치해 광주를 고립시키고 당시 3공수여단에서 청년들 조준사격했다는 이야기도 7~8건 이상을 들었다”고 했다.
또 신 소령은 “광주는 이미 용서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1980년 광주에서 폭도로 누명을 쓰고 희생된 억울한 영령들을 위할 뿐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서도 당시 계엄군들이 용기를 가지고 나서야 할 때이다”고 덧붙였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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