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재발 방지 권고안 거부
시민대책위, 수용 촉구 집회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오염물질 수치를 조작하는 등 불법 행위로 지탄을 받았던 여수산단 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재발 방지를 위해 지역 시민사회가 제안한 권고안을 거부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시민사회단체 등은 대기업들의 권고안 수용 거부를 지역민들의 환경·건강권을 위협하는 행위로 판단하고 연일 집회를 열고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등은 집회·대기업 본사 항의 방문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여수산단 유해물질 불법배출 범시민 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 11일 여수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여수산단 내 대기업들은 거버넌스 권고안을 즉각 수용하고 환경개선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연일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LG화학, 한화솔루션, GS칼텍스,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등 대기업들은 지난 2019년 4월,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 황산화물 등의 배출량을 조작해 배출현 혐의로 적발됐었다.
지역사회의 재발방지 요구가 잇따르면서 전남도를 중심으로 산단 내 5개 마을 주민대표, 시민사회단체, 행정기관(전남도·여수시·환경부), 도·시의원, 여수상의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가 꾸려졌고 최근 지역민 안전과 건강을 위한 환경관리대책 마련에 필요한 9개 방안을 마련, 해당 기업들에게 제시했었다. 대기업들은 그러나 거버넌스의 ‘여수산단 환경관리종합대책에 필요한 권고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고안은 여수산단 환경오염 실태조사, 주민 건강 역학조사, 위반업체 민관 합동조사 등이 핵심이지만 일부 안건의 경우 조사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비용, 보안 문제 등도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수용할 수 없다는 게 기업들 입장이다.
대책위는 “환경개선과 사회적 책임 실천은 50년 간 환경피해를 받아온 여수시민의 정당한 요구로, 기업들은 환경문제 해결과 사회적책임 실천을 위해 즉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업들 입장을 반영하고 있는 여수산단협의회 관계자는 “잘못은 통감하고 있지만 거버넌스에는 기업들이 포함되지 않아 기업들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53억 3000만원이 소요되는 역학조사 비용, 여수 전체 면적의 80%에 해당하는 환경오염실태조사 범위(산단 주변 10㎞), 민·관 합동조사와 기업 현장 일반인 공개 등을 골자로 하는 1·2번 권고안의 경우 사고 위험성, 보안시설의 외부 유출 우려 등도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역사회 안팎에서는 기업들이 수용 불가 입장만 강조하면서 자칫 환경 대책 장기간 부재로 주민들만 피해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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