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농촌은] 일손 부족에 영농 차질···치솟은 인건비 부담 '이중고'

[코로나에 농번기 인력난···영광 고구마밭 파종 작업작업 직접 해보니]
봄볕인데도 10분만에 땀 범벅···30분만에 손·다리 후들후들
일꾼 53명 내국인은 한 명도 없어···코로나로 외국인근로자 입국 못해
대부분 불법 체류 외국인 대체···하루 인건비 50% 가까이 올라

지난 3일 영광군 대마면 한 고구마 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구마 순 심기 작업을 하고 있다.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은 전남 농촌 들녁은 일손 구하기 전쟁이 한창이다. 인력이 필요한 곳은 많지만 대부분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 농가마다 파종 시기마저 놓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내국인을 대신해 농촌의 손발이 됐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입국하지 못한 데다 농사일을 하겠다는 사람도 찾아볼 수 없어 인력난은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

인력 수급이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전남 농가를 광주일보 기자가 직접 방문, ‘1일 농부’ 체험을 통해 농가의 인력난과 농사의 어려움을 취재했다.

지난 3일 오전 영광군 대마면의 한 고구마 밭. 이 곳에서는 고구마 순 파종작업이 한창이었다.
 직접 밭으로 들어가 파종 작업을 함께 해봤다. 앞사람이 멀칭 비닐 위해 고구마 순을 심고, 뒷사람이 순 주변을 흙으로 덮는 작업으로 고구마 순이 정상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었다.

30㎝ 길이 모종삽을 손에 들고 고랑사이에 몸을 쭈구리고 앉아 작업을 시작했다. 막상 시작해보니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작한지 10분쯤 지나자, 봄 햇볕 탓에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능숙한 다른 사람들 보다 3ｍ는 뒤쳐져 있었다. 다시 앉아 작업을 시작했지만 20분쯤 지나자 골반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일어나 다리를 벌리고 섰다. 하지만 얼마 못가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오전 작업을 마치고 점심시간이 됐지만 팔이 후들거려 숟가락을 제대로 들기조차 힘들었다.

농장주 이모씨는 “처음 하면 고된 일이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우리나라사람들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씨 소유의 고구마 밭 6000평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고구마 순 파종작업이 진행됐다. 이날 작업에 투입된 인원은 53명, 이들은 모두 외국인노동자들로 내국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

전남 농촌 일손부족 문제는 코로나19로 가중됐다. 코로나19로 외국인노동자가 입국하지 못하면서 부족한 농촌 일손을 불법체류자들이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일손에 보탬이 됐던 노인 인력들마저 손쉽게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지자체 공공근로로 모두 빠져나가 인력난은 심화된 상태다.

이씨는 “영광에 직업소개소만 대여섯 곳이 넘지만 농사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할 수 밖에 없다. 이들도 수소문 끝에 정말 힘들게 고용했다”며 “사실 이들은 모두 국내 체류 비자가 만료된 불법체류자들이다. 불법이지만 이들 없이는 농사는 꿈도 꿀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일손 부족 문제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농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2019년 여성 8만원, 남성 10만원 수준이었던 전남 농촌지역 하루 임근이 각각 13만원, 15만원으로 급등했다.

한 인력중개업소 운영자는 “임금이 오를 대로 올랐지만, 외국인노동자(불법체류자들)를 소개해 달라는 농가들의 전화가 하루 수십통 씩 쏟아진다”며 “농가들의 상황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일할 수 있는 외국인들은 정해져 있어, 매번 거절하면서도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전남 농촌에서는 임금 상승과 인력난에 아예 농사를 포기하거나, 비교적 인력이 적게 드는 콩 등의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올 농번기 전남지역 농작업 재배면적은 1만 5000여㏊로 이 면적에 필요한 인력은 18만 500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글·사진=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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