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후 2시간만에 결혼 파기했다면?

결혼중개회사를 통해 만난 외국인 여성과 결혼식을 올린 뒤 2시간 만에 결혼을 파기한 경우 혼인한 걸로 봐야할까.

국제결혼의 중개·계약 과정에서 외국인 배우자가 한국에 입국, 실질적인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혼인’의 성립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민사 21단독 양동학 판사는 결혼중개업자 A씨가 라오스 여성과의 국제결혼을 파기한 B씨를 상대로 낸 ‘국제결혼비용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B씨와 맺은 국제결혼 계약에 따라 맞선 진행비 100만원을 받고 라오스에서 6명의 여성과 맞선을 주선했다. B씨는 맞선 다음날, 이들 중 한 명과 결혼식을 올렸고 라오스 호텔로 들어갔다가 2시간 만에 결혼을 파기했다.

여성이 피로연장을 돌아다니며 모든 남자들에게 술을 따르는 이상한 행동을 했다는 게 사유였다. A씨측은 라오스 결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결혼 파기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B씨에게 책임이 있는 만큼 약정서대로 결혼비용(2000만원)의 90%에 해당하는 비용, 현지에서 빌린 지참금과 동네잔치비용(1300달러·153만원)에 위자료(500만원) 등 2300여만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계약상 A씨는 B씨에게 외국여성과의 혼인을 성립시켜줄 의무가 있고 ‘혼인의 성립’이란 국제결혼이 성사된 뒤 외국인 배우자가 한국에 입국, 실질적 결혼생활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중개계약상 수임한 업무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B씨 책임만으로 혼인의 성립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상 모든 책임을 B씨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B씨 책임을 60%로 제한, 1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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