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로 호소해도 ‘나몰라라’
성숙된 광주 시민 의식 아쉬워
25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 송정동 송정매일시장 일원에서 광주광산소방서 소방관들이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하고있다.
비켜주기는 커녕, 멈춰서고 막아서는 차량들로 광산소방서 관계자는 진땀을 뺐다.
25일 오후 3시 광주시 광산소방서에서 광산구청~송정매일시장~송정사랑병원 방면으로 소방차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렸다.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실시한 이날, 광산소방서를 출발한 소방차 4대는 출발 직후부터 버티고 있는 차량에 발목 잡혔다.
소방차가 차량 앞에 ‘길 터주기 훈련중입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붙였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차량이 수십대였다. 택시는 손님을 태우기 위해 소방차 이동 차선으로 넘어와 멈춰섰고 시내버스는 도로 가운데에 차를 세우고 승객들의 승·하차를 유도하면서 소방차 이동을 막아섰다.
광산구가 훈련 지원을 하겠다며 ‘차량을 이동해달라’는 스피커를 시장 주변에서 줄기차게 틀었지만 꿈틀거리는 차량 하나 보이지 않았다. ‘모세의 기적’은 커녕, 나 몰라라 하는 운전자들만 가득했다.
이날 훈련은 화재 진압 ‘골든타임’인 5분 이내에 소방차가 도착할 수 있도록 양보 운전의 필요성을 인식시키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날 기자가 동행한 소방차 행렬은 정작 훈련이 절실한 시장 안으로 진입하지도 않고 시장을 삥 둘러 돌아보는 수준에 그쳤다. 소방서 관계자는 “시장 안에서 길 터주기 훈련한다고 하면 상인들 민원 때문에 큰일난다”고 손사래를 쳤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도로변 파라솔과 가판대를 치워야하는 등 훈련으로 불편해하는 상인들이 많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곤란하다는 뜻도 내비쳤다.
불과 10분 거리인 2㎞ 구간을 ‘형식적’으로 돌고 소방서로 복귀하는 데 걸린 시간은 30분 가량 걸렸다.
박성철 하남119안전센터 소방장은 “화재현장 출동 시 길 터주는 상황을 기대하긴 어렵고 출·퇴근길에는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시민들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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