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75세 이상 내달부터 접종…일부지역 접종 응답 50%대 머물러
“건강한 아버지는 이번에, 체력 약한 어머니는 다음에” 가족회의서 결정도
광주공원서 만난 어르신에 물어보니 10명 중 6명 “지금 당장 맞지 않겠다”
#.담양군에 사는 A(78)씨는 엊그제 면사무소에서 전화를 받고난 뒤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만 75세 이상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 접종 여부를 묻는 면사무소 직원 전화였다. 언론 등에서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접한 터라 지금 맞는 게 적절한 지, 접종 직후 나타난 증상들을 본 뒤 천천히 맞는 게 나을 지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A씨는 광주에 사는 자녀 뿐 아니라 사위에게도 전화를 걸어 재차 물었지만 자녀로부터도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만 75세 이상 고령자 대상 ‘화이자’ 백신 접종을 앞두고 노인들이 고민에 빠졌다.
접종 대상자들이 고령의 지병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부작용이 있는 지 명확하게 검증이 되지 않은데다, 백신 부작용 소식도 들려오면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만 75세 이상 부모를 둔 자녀들도 덩달아 걱정이다.
23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만 75세 이상 고령자 대상 백신 접종 대상자는 광주 8만6000여명, 전남 21만 7000여명 등 30만명이 넘는다.
시·도는 일선 시·군·구 등 자치단체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을 투입, 대상자 가정을 방문해 접종 동의서를 받고 있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을 맞겠다고 응답한 비율도 50%대에 머물고 있다.
당장, 광주시 서구의 경우 18개 동 전체 접종 대상자(1만7968명) 중 양 3동을 제외한 나머지 17개 동에서 대상자들의 접종 동의를 받은 결과, 5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양 3동에서는 주민센터 직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전체 직원들의 자가격리가 이뤄지면서 접종 대상자파악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광주시 남구 광주공원에서 만난 어르신들 10명 중 6명은 백신을 지금 당장 맞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들 노인들은 “고령에다 혈압·당뇨·고지혈증 등 지병을 1~2개씩 갖고 있는데 백신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김모(88·광주시 남구 사직동)씨는 “고지혈증, 심근경색이 있는 노인들은 위험할 수 있다는데, 백신을 믿고 맞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백신 접종 뒤 나타나는 증상들을 지켜보면 천천히 맞을 생각이라는 게 노인들 생각이다.
고령 부모를 둔 자녀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직장인 최모(53)씨는 최근 삼남매 가족회의를 거쳐 부모님의 접종 여부를 결정했다. 이틀에 걸쳐 형제들 간 다양한 정보를 취합한 뒤 부모의 접종 여부를 결정했다.
최씨는 “78세인 아버지는 비교적 건강하시니 백신을 맞도록 했고 어머니는 체력이 떨어지셔서 언제 맞을 시기가 다시 올 지 모르겠지만 우선 접종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입소자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2분기 접종(만 65세 이상 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등) 동의율도 88.7% 수준으로, 지난 1분기 만 65세 미만 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등에 대한 동의율(95%)에 못 미치고 있다.
최진수 광주시 코로나19 민간전문가 지원단장은 “고령자들이 각종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지병으로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지만 집단 면역 구축을 위해서라도 백신을 맞을 것을 권한다”고 당부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김민석기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해보니, 비켜주기는커녕…되레 막아서는 차량들 (0) | 2021.03.26 |
---|---|
민식이법 1년…스쿨존 어린이 안전 위협 여전 (0) | 2021.03.24 |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 4일 일찍 제주도서 매개모기 확인 (0) | 2021.03.23 |
천차만별 동물병원 비용 체계적 정비 절실 (0) | 2021.03.23 |
광주·전남 장애영유아거주시설 전무 …갈 곳 없는 ‘3세 자폐아’ (0) | 2021.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