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미얀마인들 1절 한국어·2절 미얀마어로 불러
유튜브·온라인 통해 전 세계에 송출 … 연대 투쟁 호소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중략)…세월이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후략)” 24일 오전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재한 미얀마인 광주대표 묘네자(39)씨가 무반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하 임 행진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날 묘네자씨와 광주 시민들이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목놓아 부른 ‘임 행진곡’은 영상으로 제작돼 미얀마 민주화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현지에 울려 퍼진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와 민주화지지 광주연대’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의 학살 행위를 규탄하고, 미얀마 민중들의 민주항쟁을 지지하기 위해 동영상을 제작에 들어갔다.
이 영상은 1980년 5·18 당시 광주의 모습과 현재 미얀마의 비슷한 상황을 보여주며, 광주가 5·18로 민주화를 이끌어 낸 점과 광주시민들이 미얀마에 연대하고 있다는 마음을 담아 미얀마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기 위해 마련됐다. 광주의 모든 시민들이 5월 정신으로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광주를 대표하는 각계의 구성원들이 이번 영상 제작에 참여한다.
그동안 홍콩, 대만, 태국 등에서 번안돼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불리던 임 행진곡은 이미 미얀마 민주화운동 현장에서도 불려지고 있다.
이번에 제작되는 영상은 5·18 항쟁의 상징인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시작한다.
먼저 현재를 살고 있는 광주의 모습에서 오후 5시17분 57초에서 58초로 흘러가던 시간이 되감기 된다.
1980년 5월 “비상계엄을 해제하라”며 민주화를 촉구하고, 연일 횃불행진을 벌이며 ‘독재 타도’를 부르짖은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피의 대가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던 그날로 돌아가 당시 광주시민들이 계엄군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영상은 바로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화 시위와 군부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히는 현재의 상황으로 이어진 뒤, 미얀마 현재와 5·18 당시 광주의 모습을 교차로 오가다가 결국 광주가 민주주의를 쟁취한 역사를 보여 줄 예정이다. 미얀마에 희망을 준다는 의도이다.
다시 시계바늘은 현재로 돌아와 오후 5시 17분 59초에서 5시 18분 정각으로 흐르고, 민주광장 시계탑에서는 한번의 종소리와 ‘임 행진곡’이 울린다.
이어 민주광장에 홀로 선 묘네자씨는 “미얀마와 함께 해주세요”라는 패널을 들고 무반주로 임 행진곡을 부르기 시작한다. 이후 묘네자씨를 중심으로 광주의 각계 대표들이 음악과 함께 묘네자씨와 어울려 행진곡을 부르며 묘네자 씨의 주변을 둘러싼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이 자신들만의 외로운 투쟁이 아니라 먼 곳에서나마 광주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광주를 대표하는 각계 인사들로는 이용섭 광주시장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부터 천주교·기독교·불교·원불교 등 종교계 대표와 시민사회 단체 등이 참여했다. 더불어 장애인·노동계·여성계·교육계를 대표하는 인사들까지 총 99명이 이날 영상촬영에 함께 했다.
영상은 미디어협동조합 ‘찰나’와 지역 영화감독·음악인 등이 협력해 제작을 맡았다. 임행진곡은 1절은 한국어, 2절은 미얀마어로 불려지며, 다음주께 제작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작이 완료된 영상은 미얀마 민주화운동 측에 전달될 예정이며, 유튜브 등 온라인에 게재해 전세계에 송출해 미얀마에 대한 관심과 연대를 호소할 예정이다.
한편,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세 손가락’은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독재에 저항하고, 대의를 위해 희생한다는 의미로 미얀마 시위대를 하나로 묶는 행위로 자리 잡았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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