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민간방역업체 광주 방역작업 동행취재 해보니
“위이잉, 위이잉”. 민간방역업체 ‘KSC 한국멸균센터’ 직원들이 분사 소독 스위치를 올리자 모터소리가 나며 소독약이 뿜어졌다. 지난 7일 오후 5시 광주시 북구 장등동 시내버스 공영차고지에서 출발을 앞두고 있던 18번 버스 안은 순식간에 피어 오른 소독제로 뿌옇게 변했다.
방역업체 직원들은 이날 3시간 넘게 차고지와 버스기사 휴게실, 식당, 버스 등을 돌면서 방역 작업을 진행했다.
버스기사들이 매일 4~5차례 손잡이·버스카드 리더기 등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어 전문업체까지 나서서 감염 예방에 총력을 쏟고 있는 것이다. “(소독은) 일시적인데, 소독을 했으니 바이러스가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방역 직원들은 2ℓ의 소독약이 들어있는 통을 메고 5㎏짜리 총(flugun)을 든 채 움직이면서 버스 곳곳의 의자와 손잡이, 버스 계단, 광고간판 등을 향해 고르게 뿌렸다. 소독약이 어디에 뿌려졌는지 정확한 부위를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비말감염 포인트인 사람 키 높이 수준을 향해 집중적으로 소독약을 살포하고, 바이러스가 붙어있을 만한 구석 구석에 총을 갖다 댔다.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방호복을 입은데다 한 곳이라도 살균제가 빠지지 않도록 온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20분도 못돼 얼굴과 손, 등이 땀으로 범벅됐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요즘 방역업체들은 숨 돌릴 틈이 없다. 광주·전남에서만 18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면서 자가격리됐던 지역민들만 여태껏 1252명에 이른다. 현재까지도 276명이 자가격리된 상태다. 이들이 거쳐갔거나 머물렀던 데는 모두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 소독 대상이다.
광주시와 일선 보건소 인력 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몇 안되는 민간 전문 방역업체가 바빠질 수 밖에 없는 사정이다. 멸균센터 직원은 “요즘엔 새벽에도 연락이 온다”면서 “지난 7일에는 밤 9시가 넘었는데 출동해 멸균 소독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직원 14명이 2인 1조로 살균·멸균팀으로 나눠, 광주시 의뢰를 받아 24시간 방역 활동에 투입되고 있다.
광주공항과 본촌·양산·신가·세하동에 있는 광주지역 5개 LPG가스 충전소에서 매일 들어오는 택시들을 상대로 ‘살균작업’을 진행하는 게 이들의 주 업무다.
이들이 소독하는 택시만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평균 1000대가 넘는다.
한 대당 1분 남짓이지만 택시가 언제 들어올 지 몰라 방호복을 계속 입고 있어야 하는 탓에 땀으로 젖기 일쑤다. 하지만 방호복도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일회용인 방호복을 편하게 갈아입을 수도 없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겨울 날씨에는 땀이 금방 식어 추울 때도 있지만 방호복 위로 외투를 입을 수도 없다.
낮 시간만 소독하는 게 아니다. 보건소나 소방서가 확진자나 의심자를 이송한 뒤 소독 요청을 할 경우엔 ‘멸균 작업’도 병행해야 해 밤샘 대기해야 한다. 의심환자를 태운 구급 차량의 경우 멸균 작업이 완료될때까지 구급 대원도 움직이지 못하는 만큼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역업체 센터장 김대현(50)씨는 “자칫 1분이라도 시간이 지체되면 다른 구급환자들에게 달려갈 구급대원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항상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멸균 작업은 소방차 내부 모든 물건을 80% 알콜이 포함된 멸균티슈로 일일이 닦아내야 하는 만큼 소독 시간만 1시간 가까이 걸린다. 3㎏ 무게의 양압호흡기(PAPR)를 몸에 뒤집어쓰고 30㎏나 되는 멸균 장비인 ‘써페이스’(surface)를 들고 작업을 마무리하면 녹초가 될 정도다.
김 센터장은 “코로나바이러스는 확산 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감염병이 지역 사회에 확산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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