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는 혈액을 신체의 구석구석으로 보내주기 위해 펌프질을 하는 심장이라는 장기가 있다. 심장은 가슴의 좌측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동맥이라는 큰 혈관을 향해 혈액을 내뿜는다. 그리고 대동맥으로 들어간 혈액은 점점 몸에 있는 작은 혈관들로 나뉘어져 들어가게 되는데, 특히 모세혈관과 같은 작은 혈관에서 저항을 받게 된다. 동맥 안에서 혈액의 진행에 저항이 생기게 되면 대동맥의 벽을 향해 밖으로 밀어내려는 힘이 생성된다. 혈압이란 이때 심장의 수축하는 운동과 혈관의 저항 양쪽 사이에서 생기는 것으로 혈관벽을 미는 힘을 말한다.
◇고혈압에 의한 혈관이 손상되는 이유와 영향
혈액이 체내를 통과할 때, 동맥(전신에 혈액을 운반하는 혈관)벽이 압력을 받게 된다. 혈압이 높아지면 동맥벽이 변화하게 되어 동맥경화가 진행될 수 있다. 동맥경화의 중요한 초기 변화로 혈관 내막의 기능 이상이 발생한다. 혈관 내막은 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여러 가지 이완, 수축인자를 분비하여 혈관확장에도 관여한다. 혈관 내막기능 이상이 발생하면 이러한 내피세포에 의한 혈관 확장반응이 감소한다. 이런 혈관 내막세포의 기능부전이 중요한 것은 이것이 혈관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신장이나 뇌혈관 같은 장기 손상의 조기 지표이며, 장기간 동안 내피세포의 기능부전이 지속될 경우 전신의 혈관이 손상되어 동맥경화증을 일으키게 되고 고혈압의 여러 합병증을 일으키게 되기 때문이다.
◇고혈압이 부르는 합병증
고혈압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고혈압 자체가 흔한 질환이며 위험한 합병증을 유발시키고, 이로 인해 병을 앓거나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매우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한 고혈압이라도 적절한 치료를 하여 정상혈압을 유지한다면 합병증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혈압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혈관에 높은 압력이 계속 가해지면서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합병증은 장기손상으로 나타나는데, 혈관손상이 심할수록 장기의 손상 정도도 심하며 이를 표적장기 손상이라고 한다. 주로 손상되는 장기는 뇌, 심장, 신장(콩팥), 눈 등이 있다.
▲뇌=뇌졸중(중풍)은 고혈압의 합병증 중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혀서 발생하며, 고혈압 환자에서 정상인보다 7배 더 많이 발생한다. 수축기 고혈압과 확장기 고혈압 모두가 허혈성 뇌혈관질환과 출혈성 뇌혈관질환의 위험요인이며 증상으로는 두통, 구토, 마비, 의식손상 등이 있을 수 있다.
▲심장=고혈압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장에 부담을 주어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심장이 커지게 된다. 이로 인해 어느 정도까지는 견딜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심장 기능이 떨어져 체내에 필요한 혈액량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를 심부전이라고 하며 고혈압 환자에서 정상인보다 4배 더 많이 발생한다. 움직일 때 숨찬 증상이 나타나게 되고 운동 능력이 떨어지며, 심부전이 더 진행하면 폐에 물이 차게 되는 폐부종이 발생할 수도 있다. 관상동맥질환도 고혈압 환자에서 정상인보다 3배 더 발생한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관상동맥에 동맥경화증이 진행돼 심장 근육에 혈류 부족 상태가 생기면 협심증, 심근경색 등이 발생되는데, 이때 나타나는 증상은 가슴 통증이다.
협심증은 가슴 중앙부에 약 2~3분 정도 지속되는 압박감 또는 쥐어짜는 듯한 느낌으로 나타나고, 심근 경색증은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심장 근육이 썩은 경우로써 더 심한 통증이 오며 곧바로 사망할 수 있다. 심방 세동 등의 부정맥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특히 고혈압 환자가 심부전을 동반한 경우에는 40% 정도에서 심방세동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심방세동은 뇌졸중(중풍)을 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신기능 저하=고혈압이 장기간 계속되면 신장의 모세혈관에 높은 압력이 작용해 손상을 받아 결국 노폐물을 여과해 주는 기능을 잃어버리고, 나중에는 신부전이 와서 빈혈이나 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고, 말기 신부전이 되면 투석이 필요할 수도 있다.
▲눈의 합병증=고혈압성 망막증이란 높은 압력에 망막의 모세혈관이 견디지 못해 출혈을 일으켜 망막의 기능이 상실되어 시력이 떨어지고, 결국은 실명하게 되는 무서운 합병증이다.
▲말초혈관 질환=혈압이 높아진 채로 오래 지속될 경우 동맥경화증이 발생, 하지나 말초동맥에 협착성 병변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에 병이 발생하면 보행시 장딴지와 엉덩이에 통증이 나타나고, 휴식시에 완화되는 간헐적 파행 증상이 발생한다.
▲대동맥 박리증=혈관 내피세포가 손상되어 있는 고혈압 환자가 갑자기 혈압이 상승하게 되면 우리 몸의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이 찢어질 수 있으며, 심한 흉통을 초래하게 된다. 이때 신속히 혈압 강하제를 사용하여 혈압을 낮추지 않으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채희종 기자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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