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재 신세계안과 원장] 안과의사는 라식 수술을 받지 않는다고?

안과의사라고 라식 수술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과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안과의사 가운데 라식 수술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일반인에 비해 비교적 드물다. 이는 무엇 때문일까?

라식 수술은 맨눈 시력을 높여 안경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수술이다. 즉 수술의 목적이 안경이나 콘택트렌즈에 비해 기능적인 우수함 때문만이 아닌, 편리함 또는 심미적인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주가 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안경 착용에 불편함이 없는 사람, 또는 직업상 시력에 민감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시력 교정 수술을 두려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의사들은 원거리 작업보다 근거리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안경을 굳이 벗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도 다수의 안과 전문의들이 스마일·라식·라섹 수술을 받았고 필자 또한 여러 안과의사들을 수술해 주었지만 별다른 불평은 듣지 못했다. 왜일까? 바로 수술의 목적과 본인의 기대가 잘 맞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수술해드린 본원의 두 원장님은 모두 수술 전 ‘-6디옵터’ 이상의 고도근시였다.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이분들은 일반인들이 컴퓨터 작업을 하는 거리에서 맨눈으로 모니터 글씨를 읽을 수 없을 정도였다.

약간 과장된 예를 들어보자. 한여름 하얀 모래가 펼쳐진 남태평양 해변에서의 휴가, 아이들은 무릎 깊이의 바다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다. 나는 멋진 색안경을 끼고 선베드(sunbed)에 누워 일광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일이지?’ 하고 나는 다급하게 안경을 찾기 시작한다. 다행히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안경이 있어서 상황을 빨리 파악할 수 있었다. 아이가 물에 빠졌다. 아이는 수영을 못하는데…. 그래서 아이를 향해 무작정 달리기 시작하려는데 도수 있는 수경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난 고도근시가 있어서 맨눈으로는 아이 위치를 전혀 파악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다시 가방에서 도수 있는 수경을 찾기 시작했다. 수경을 찾자마자 물가로 뛰었고 뛰면서 안경을 벗고 수경을 착용했다. 짧은 단지 몇 분간의 순간이었지만 아찔한 경험이었다.

실제로 본원 원장님 중 한 분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운전하던 중 사이드미러를 보다 어지러워서 교통사고가 날 뻔했고, 그 일이 있은 후 바로 라식 수술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렇게 본인이 원하는 목표, 즉 맨눈으로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시력을 얻었기에 수술 후 후회가 없다고 말한다. (물론 수술해 준 나에게 말하기가 불편해서 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수술 후 시력은 얼마동안 유지될까? 수술받는 입장에서는 평생 아니면 적어도 노안을 느끼기 전까지 시력이 유지될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술 후 시력이 유지되는 기간은 개인차가 매우 크다. 시력 교정 수술은 수술 당시 굴절 이상(근시 및 난시)을 기준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시력이 저하되는 것을 느끼게 될 수 있다. 다시 나빠질 수도 있는 수술을 하는 이유는 수술 후 일정 기간은 편하게 지낼 수 있으며, 나빠지더라도 재교정(재수술)을 통해 시력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후회 없는 굴절 교정 수술(라식·라섹 및 렌즈 삽입술)을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각막 상태나 수술 전 굴절 이상의 정도, 수술자의 경험, 레이저의 종류 등 모든 것들이 중요하겠지만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수술을 받는 목적과 수술을 꼭 받고 싶어하는 본인의 의지가 아닐까 싶다.

100% 안전한 수술은 없다. 그러나 시력 교정 수술은 100%에 가까운 사람이 안경을 벗게 되는, 현재 시행되는 어떠한 수술들보다 안전하고 성공률이 높은 수술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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