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병호기자

세배는커녕 노모 손도 못 잡고…유리창 사이 ‘한숨의 면회 ’

by 광주일보 2021. 2. 8.
728x90
반응형

설명절을 앞둔 8일 오후 광주시 북구 한 요양병원에서 자식들이 부모를 만나기 위해 비대면 면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엄마, 엄마, 수화기 좀 들어봐.” 8일 오후 2시께 찾은 광주시 북구의 한 요양병원. 병원측이 가족들과 환자들을 위해 병원 창문 앞에 만든 비접촉 면회장 주변은 잘 들리지 않는 부모에게 안부를 전하려는 자녀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했다.

“엄마, 나 좀 봐봐”. 자녀가 그토록 부르는데도, 엄마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보다 못했는지 뒤에서 지켜보던 간호사가 수화기를 할머니의 귀에 대줬다. 하지만 엄마의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엄마 말 좀 해봐, 엄마 나 좀 봐.” 자녀는 같은 말만 계속 했다. 떨리는 목소리에는 어느새 울음이 섞여 나왔다.

자녀는 “손 좀 잡고 얼굴 한 번 만져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애가 탄다”며 울먹였다. 수십여 분 뒤 엄마를 태운 휠체어는 유리창으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동했다.

자식들은 휠체어에 탄 부모가 자리를 떠난 뒤에도 한 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설을 앞두고 요양시설에 부모님을 모셔둔 자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날 줄 모르면서 이번 설에도 요양원에 계신 부모님을 직접 찾아 뵙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80대 노모를 요양원에 모신 직장인 김현수(60·가명)씨도 설을 앞두고 자신이 불효자가 된 듯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 요양시설의 면회가 전면 금지되면서 지난 추석에 이어 올 설에도 어머니의 손을 마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직접 찾아뵈면 항상 얼굴을 쓰다듬고 손을 잡아주시곤 했는데, 어머니의 손을 언제 잡아봤는 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영상통화를 하곤 하지만 뾰루퉁한 어머니 표정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며 “자주 뵙고 싶은 마음에 어머니 요양원을 직장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선택했는데, 마치 어머니를 감옥에 맡긴 것 마냥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말했다.

8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149곳의 요양병원(2만 6138명)과 310곳의 요양원(1만 313명)에 3만 6451명이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대부분이 70세가 넘는 고령자들로, 지난해 7월부터 전면 금지되고 있는 광주·전남지역 요양시설에 대한 면회 금지 조치 때문에 이번 설에도 자녀들과 만날 수 없게 됐다.

자녀들 입장에서는 지난해 8월, 20일 남짓(8월 3~22일) 요양시설에 들어가 제한된 공간에서나마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기간을 제외하면 7개월 가까이 요양시설 밖에 설치된 면회소를 통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연결된 인터폰으로만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다.

부모님 손을 잡는 것조차 못하다보니 얼굴을 만져보거나 명절에 손수 장만한 음식을 맛보게 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러다보니 명절을 앞두고 요양시설을 찾아 ‘유리창 너머’ 상봉의 아쉬움을 나누는 가족들이 적지 않다. 일부 자녀들은 함께 있지 못하는 죄스런 마음에 먹을 것을 한 가득 싸와 건네주기도 했다.

요양시설 종사자들도 편안하게 명절을 보낼 수 없는 형편이다.

북구의 한 요양원에서 근무 중인 정모(여·61)씨는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이 많다보니 마음놓고 돌아다닐 수도 없고 주 2회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면서 “미용실에 갈 수 없어 머리를 자르지 않은 지도 1년이 넘었다. 지난 주 환갑을 맞았지만 남동생이 제안한 부부 동반 식사자리마저 거절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요양원 종사자들은 매일 분 단위로 동선일지를 작성해야 하고 요양원에서 출퇴근 외에는 이동을 자제하라는 경고성 문자를 매일 보내온다”면서 “감염 우려 때문에 불안하고 초조해 명절 앞두고 장을 보는 것조차 고민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코로나에 일회용품 쌓이는데…명절 선물 과대포장 여전

“폐기물 늘리는 과대포장 안돼요”지난해 설 명절을 앞두고 환경부가 낸 보도자료 제목이다. 과대 포장으로 인한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과대포장을 집중점검한다는 내용

kwangju.co.kr

 

 

정세균 총리 광주서 중대본 회의…민생 챙기고 민심 잡기

여권의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설 연휴를 앞두고 10일 동시에 호남을 찾는다. 이들의 호남 방문은 각각 호남 민심 청취와 공식 일정 등을 위

kwangju.co.kr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