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세 남매, 고향 방문 자제 ‘모두 멈춤’ 운동 동참
SNS·온라인으로 안부 전하고 영상통화로 세배하고
담양 ‘제주 양씨’ 종가 “차례는 4명만…세배는 화상”
“다음엔 꼭 갈께요. 할머니·할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을 앞두고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대신, 온라인상으로 안부를 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명절 대이동’을 자제하자는 정부 권고를 따르면서 고향을 가지 못해 아쉽고 부모·친척을 보지 못해 섭섭한 마음을 인터넷과 SNS 상에서 표현하자는 것이다.
완도군 노화도에서 살고 있는 신은진(43)씨는 이번 설 명절, 광주에 있는 시부모님 댁 방문을 포기했다. 시집 온 10년 동안 한 번도 명절 때 시댁을 가지 않은 적이 없었던 만큼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5인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한데다, 설 명절 이동을 자제하라는 지자체의 권고 등도 무시할 수 없었다. 신씨는 “올해는 언제 가요?”라고 매일같이 묻는 조유승(11)·유찬(9)·유빈(여·7) 등 세 자녀를 설득하는데도, 애를 먹었다.
신씨의 세 자녀는 이런 아쉬움을 SNS에 올렸다. SNS에서 펼쳐지고 있는 ‘모두 멈춤’ 운동에 동참, “얼른 코로나19가 안정돼 못봤던 가족들 만나는 그날까지 #모두멈춤”이라는 글과 사진을 게시했다. 신씨 가족들은 설 당일에는 한복을 입고 영상통화로 부모님들에게 세배를 올리기로 했다. 인터넷과 SNS에는 설 명절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대신, 사진과 글로 안부를 전하는 ‘모두 멈춤’ 릴레이 켐페인이 진행중이다.
지난 추석 때도 못 갔는데 올해 설까지 찾아뵙지 못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자녀들을 헤아려 먼저 나서는 어르신들도 있다.
명절이면 찾는 친·인척들만 수십 명에 달하는 종가가 대표적이다. 담양 소쇄원에 터를 둔 ‘제주 양씨’ 종가는 이번 설까지 비대면으로 안부를 전하자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매년 설이면 최소 22명이 참석하는 차례에 이번에는 4명만 참석해 치르기로 했다.
종손 양재혁씨는 “설 당일, 차례는 각자의 집에서 진행하고 줌(ZOOM·온라인화상도구)으로 친지들 간 세배하고 덕담을 나누면서 인터넷 뱅킹으로 세뱃돈을 전달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면서 “정성과 마음만은 더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이 고향인 정모(동구 지산동·50)씨는 최근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님 때문에라도 자식들을 남겨놓고 부부만 고향을 다녀오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정씨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설에는 고향에 가지 않는 게 맞지만 부모님 건강을 고려하면 어쩔수 없어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고향을 찾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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