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요청하며 금융기관 직원에 준 소고기 12㎏은 어디로?

A씨 “3㎏ 박스 5개 15㎏ 전달”
B씨 “박스 1개 분량만 받았다”
정육점 주인·택배기사 증언 토대
소고기 준 A씨 원심대로 벌금 50만원
B씨도 유죄…벌금 100만원 선고

 

 

금융기관 직원에게 담보대출을 더 받게 해달라며 건넨 소고기 12㎏는 어디로 갔을까.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 1부(부장판사 박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증재 등)로 기소된 A(여·62)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대로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9월, 순천 모 금융기관 대출 담당자 B씨에게 땅을 담보로 되도록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요청하고 31만원 상당의 소고기와 누룽지를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애초 A씨에게는 150만원 상당의 소고기(15㎏)와 10만원 상당의 누룽지(10봉지)를 건넨 혐의가 적용됐었다.

검찰은 당시 A씨가 직접 고소한데다, 음식점 운영자를 통해 정육점에서 150만원(15㎏) 어치 소고기를 구입했다는 A씨 카드 내역까지 확인해 기소했다.

A씨가 B씨의 업무처리로 손해를 본 데 불만을 품었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각오하고 고소한 점을 감안하면 주지도 않은 150만원 어치의 소고기를 줬다고 진술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던 점 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육점 주인도 ‘소고기 3㎏씩 아이스박스(가로 45㎝·세로 30㎝·높이 15㎝) 5개에 나눠 포장했다’고 해 A씨 진술과 부합하는 듯 했다.

하지만 B씨는 수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한 단짜리 사과박스 분량의 소고기’와 ’누룽지 한 봉지’만 받았다고 했다. ‘사회상규에 비춰 의례상 대가’로 직무 연관성이 없다는 게 B씨측 주장이었다.

 

1심 법원은 해당 물건을 배달한 퀵 서비스 기사의 진술에 주목했다. 택배 기사는 당시 법정에 비치된 티슈케이스(높이 12㎝)를 활용, ‘소고기 박스는 티슈케이스보다 2배 이상 높아 고기 양이 많다고 생각했다, 누룽지는 부피가 큰 봉지에 들어있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 입장에서는 소고기 3㎏가 든 아이스박스는 무게 5.5㎏짜리인데, 산술적으로 5개를 한 번에 쌓으면 높이 75㎝, 무게도 27.5㎏에 이른다는 계산이 가능했다. ‘혼자 들 수 있는 정도의 무게였다’는 택배기사 진술까지 더하면 퀵서비스로 배달된 물품과 정육점이 배송한 소고기 총량과 같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원심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A씨가 주문한 소고기를 정육점 등에서 직접 B씨에게 배달토록 하지 않고 직접 자신의 아파트까지 가져 올라갔다가 다시 싣고 내려와 배달기사에게 전달한 점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이같은 점을 들어 31만원 어치의 소고기와 누룽지를 제공한 혐의만 인정,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특별한 친분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직무 관련해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B씨에게 유죄(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 및 벌금 100만원, 31만원 추징)를 선고했다.

A씨는 50만원의 벌금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은 이유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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