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섬에서의 하룻밤
김민수 지음
청정한 바다와 풍성한 먹거리, 푸른 송림, 끝없이 펼쳐진 해변….
섬 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이다. 누구나 섬에 대한 로망이 있다. 도시에서만 살아온 이들에게 섬은 한번쯤 가고 싶은 낙원 같은 곳이다.
요즘은 섬 여행이 새로운 레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섬을 찾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로 북적거리는 도심을 떠나 한적한 곳에서 쉼을 얻기 위해서다.
섬 여행가 김민수는 캠핑 마니아다. 섬이 좋아 스스로를 섬 여행가라 칭한다. 그는 글과 사진이 좋아 여행 작가가 됐다. 그가 이번에 섬 여행 에세이를 펴냈다. 서해 최북단 대청도부터 남해 추자도, 동해 울릉도까지 30곳의 섬을 다룬 ‘섬에서의 하룻밤’이 그것. 밤하늘 별빛과 파도소리가 어우러진 섬 캠핑, 민박, 차박까지 어우러진 풍경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저자는 지금까지 유수의 여행전문지와 방송매체에 섬 여행을 소개해왔다. ‘백령에서 울릉까지’ 20개 섬을 52일간 쉬지 않고 여행했으며 일본 규슈 캠핑장 70여 곳을 취재했다. 지금까지 섬 여행과 캠핑에 대한 강의는 물론 컨설팅으로 섬과 여행 사이에 자신만의 ‘다리’를 놓고 있다.
저자의 섬 여행에는 기준이 있다. 하룻밤은 기본이며 넉넉한 시간을 갖고 섬의 속살까지 알뜰히 살피고 느껴보는 것이다. 섬을 알아갈수록 섬이 다가오는 이유다.
책에 소개된 섬은 대체로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곳이다. 남쪽의 명품 섬 관매도를 비롯해, 머나먼 야생의 섬 맹골도, 청산이 수려한 청산도, 서해5도의 보석 섬 대청도, 다도해의 최남단 거문도, 섬 트레킹의 맛을 볼 수 있는 추자도까지 보석 같은 섬들이 등장한다.
맹골도는 이름부터 이색적이다. ‘맹수같이 사나운 바다를 끼고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 한때는 풍랑이 거칠면 뱃머리를 돌리기 일쑤여서 ‘맹탕 골탕만 먹이는 섬’이라는 푸념이 전해졌다고도 한다. 그러나 풍경은 더없이 아름답다. “죽도 등대의 불빛이 바다와 섬을 돌아 춤을 추고”, “청결한 어둠 사이로 촘촘히 쏟아지는 별빛”은 섬의 이름과는 다른 경이로움을 준다.
청산도의 풍경도 한 폭의 그림과 같다. 특히 봄에 들른 청산도는 압권이다. 당리 언덕과 포구까지 들어찬 노란 유채꽃과 구석구석에 넘실대는 청보리는 마치 ‘봄의 왈츠’를 들려주는 것 같다.
만재도의 옛 이름은 ‘먼데도’였다. 만재도에 들어서면 고립감과 만난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이곳에는 만두산을 배경으로 하나의 마을이 꼬막처럼 박혀 있다. 낡은 가옥과 가옥 사이에 드리워진 돌담은 미로를 닮았다. 그럼에도 ‘짝지’라 불리는 몽돌해변은 초승달을 닮아 정겹기 그지없다.
저자는 거문도를 가을 섬의 끝판왕이라 표현한다. 다도해의 최남단, 여느 섬과는 다른 아우라를 발산한다.
“밤을 잊은 고깃배들이 큰 바다로 나서고 구름은 달빛을 가르며 유유히 흘렀다. 사각사각한 바람이 볼살을 스칠 때마다 소주병은 조금씩 비워졌고, 경이로운 밤 풍경은 좋은 안주가 되었다. 침낭을 펼쳐놓고도 쉽사리 잠을 청하지 못한 것은 순간의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서였다.”
어청도는 으뜸 등대를 가진 천혜의 피항지다. 빨간 지붕, 아치형 미닫이 문으로 이루어진 등대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절벽으로 이어진 돌담길과 등대 주의의 반원형의 터는 비할 데 없는 풍광을 선사한다.
각각의 섬들은 저마다 개성과 인간미를 지닌 친구로 다가온다.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보면 그리움이 밀려온다.
저자는 “섬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새삼 조명받고 있다. 섬은 그 자체로 가치를 따질 수 없이 소중한 관광 자원이기 때문”이라면서도 “국가 정책의 방향에는 여러 전문가의 고견이 반영되어 있겠지만, 섬을 사랑하는 여행자의 입장에서 섬에 똑같은 유니폼을 입히는 것만큼은 반대한다”고 말한다.
<파람북·1만6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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