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조계현 단장 2년 재계약 … ‘5강’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 3년 내부 잡음 속 2년 연속 ‘가을 잔치’ 실패, 팬들 냉랭
주먹구구식 운영 대신, 드래프트부터 육성까지 긴 안목 필요

 

조계현 단장과 재계약한 KIA 타이거즈가 3년의 잡음을 지우고, 통합과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KIA는 11일 “선수 육성과 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윌리엄스 감독과 함께 팀 전력을 구성해 온 조계현 단장을 재신임했다.임기는 2년이다”고 조계현 단장과의 재계약을 발표했다.

구단은 ‘윌리엄스 감독 및 이범호퓨처스 총괄코치 등과 전력 향상을 위한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이야기했지만 소식을 접한 팬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앞선 3년의 잡음을 지우는 게 우선 과제다.

2017년 김기태 감독을 보좌해 수석코치로 우승 현장에 섰던 조 단장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단장으로 특급 승진을 했다.

타이거즈 역사상 첫 선수단 단장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3년 조 단장의 성적표는 좋지 못했다.

선수 출신으로 현장과 구단을 아우르는 역할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매년 갈등만 불거졌다. 선수 영입, 임창용 방출, 안치홍 FA 이적 과정에서 내부 갈등을 야기하고, 팬심도 요동치게 했다.

성적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KIA는 지난해에 이어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을 영입한 올해도 5강에 실패하면서 2년 연속 ‘가을 잔치’의 구경꾼이 됐다.

올 시즌에는 내야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공격적인 트레이드를 감행했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 등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 올 시즌에 집중하느라 내야에 자원이 쏠렸고, 내년에는 마운드·외야라는 또 다른 불을 꺼야 한다.

FA 협상, 트레이드 등을 놓고 괜한 오해와 논란을 부르는 발언들도 안팎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조 단장 체제에서 쌓인 선수·팬들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면 2년의 시간은 오히려 ‘암흑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KIA는 지난 3년 동안 노출된 문제점들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팀 중심으로 바닥을 다져야 한다.

내년 시즌 마운드의 가장 큰 조각인 브룩스를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현재는 ‘물음표’가 더 많다.

그나마 구단과 현장에서 관심을 가졌던 내야 FA 자원 허경민·최주환의 행선지가 각각 두산과 SK로 확정된 만큼 ‘집토끼 잡기’에 집중해야 한다.

FA 시장의 큰손으로 몇 차례 재미를 봤던 KIA지만 최근에는 스토브리그의 관람자였다. 내부 FA 협상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던 만큼 이번에는 과정, 결과 모두 신경 써야 한다.

무조건 트레이드도 지양해야 한다. 신인 드래프트부터 육성까지 긴 안목으로 팀 전체를 보고 판을 짜야 한다.

2009년, 2017년 ‘깜짝 우승’ 뒤 우승팀의 자존심을 구기는 행보가 반복됐던 만큼 ‘깜짝 성적’이 아닌 꾸준하게 포스트시즌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저력을 만드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조 단장은 “최형우, 양현종과 외국인 선수 등 아직 처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 문제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 트레이드는 이런 계약들이 정리된 뒤에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고 언급했지만 KIA는 다른 팀들에게는 매력적인 트레이드 상대다.

올 시즌 두산, NC는 마음 급한 KIA를 상대로 트레이드에 나서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외국인 감독체제에서 ‘육성’을 핵심 키워드로 언급할 정도로 육성이 중요한 팀. 반대로 상대 입장에서 KIA는 성장시킬 수 있는 저연봉 유망주 자원이 많은 관심팀이다.

특히 신인 드래프트에서 투수 수집에 공을 들였던 만큼 가능성을 보여줬거나 기대하는 마운드 자원들이 있다.

KIA는 “상대의 카드에 따라서는 모두가 트레이드 카드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전원이 안 될 수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던 자원의 이름이 트레이드 시장에서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다시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KIA는 조 단장에게 책임을 묻는 대신 2년 재계약을 선물했다.

조 단장에게 5년이라는 시간을 준 만큼 KIA의 목표는 이제 단순한 ‘5강’이 아니다.

앞서 감독들이 전면에서 책임을 지거나, 외부에서 온 인사에게 책임이 전가됐지만 ‘짧은 영광’속 많은 논란에도 구단 내부는 변함이 없었다. 앞으로의 2년은 조 단장 만의 책임과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신뢰 회복을 통한 내부 결속과 확실한 팀 컬러 설정, 전략적인 육성 등을 통해 ‘타이거즈다운’ 강팀을 만들어야 한다. 팬들은 단편적인 ‘5강’ 성적이 아니라 확실한 KIA만의 스토리와 미래를 원한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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