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새 카드 4장 주웠다는데…
합의·반성에도 벌금형으론 중형 일각에선 ‘형량이 세다’ 반응도
열흘 사이에 길거리에서 신용·체크 카드를 4장이나 주운 20대 남성이 20여만 원을 썼다가 30배 가까운 벌금을 내게 됐다. 생계형 범죄로, 반성하고 있는데다, 피해자들과 합의한 것까지 반영한 판결임을 감안하면 벌금형으로는 중형(重刑)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 3단독 김승휘 부장판사는 절도, 점유이탈물횡령 및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28)씨에 대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다른 사람의 신용·체크카드 4장을 주워 10여 차례에 걸쳐 물건을 사거나 음식물 등을 구입하는 등 21만원 상당을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비슷한 시기, 5만원 상당의 새우 2㎏를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전체 피해금액을 모두 합해도 30만원이 못 된다.
벌금형 액수만 놓고 보면 남의 카드를 주워 20만원 상당을 긁고 5만원짜리 새우를 훔쳤다가 25배가 넘는 벌금을 물게 된 셈인데, A씨가 자신의 잘못을 자백·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들과 대부분 합의했고 생계형 범죄인 점을 감경 요소로 감안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형량이 세다’는 반응이 흘러나온다.
재판부가 ‘A씨의 정신질환이 해당 사건 범행의 한 원인으로 보이는 점’까지 양형에 참작했다는 점에서 ‘중형’으로 보인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단기간에 길을 가다 남의 신용·체크카드를 여러 번 줍는 게 가능하냐”면서 “절도죄로 의심할 여지가 있지만 경찰이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길에 있는 신용카드를 가져가면 형법 상 점유이탈물 횡령(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혐의가 적용되는데, 절도죄(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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