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클라이밍 책 펴낸 황평주 전 국가대표팀 감독]
“육상에서 100m 단거리와 마라톤이 다르듯이, 스포츠 클라이밍은 다른 산악 활동과 달라요. 말 그대로 ‘스포츠’지요. 스포츠 클라이밍은 전문 스포츠단체로서 독립해야 합니다.”
보성 출신 황평주(47) 전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감독에게는 목표가 있다. 스포츠 클라이머들이 산악인으로서가 아닌 스포츠맨으로서 독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맨손으로 인공 암벽 등을 오르며 등반 속도를 겨루는 스포츠다.
황 감독은 최근 출간한 ‘스포츠 클라이밍을 말하다’에 스포츠 클라이밍을 시작한 계기부터 국가대표 감독·아시안게임 코치 시절, 태릉선수촌 훈련 이야기, 지난해 감독직을 그만둘 때까지 이야기를 모두 담았다. 또 동네 뒷산부터 히말라야 고산을 오르는 이들까지, 그리고 스포츠 클라이밍의 세계까지 산악 종목별 개념이 어떻게 다른지 풀어냈다.
그는 “선수로 생활할 때부터 늘 자료를 모아 왔다. 스포츠 클라이밍의 역사를 남기고 싶었다”며 “최근 코로나19로 대외활동이 줄면서 오히려 책을 쓸 짬이 생겼다”고 웃었다.
지난 1995년 대한산악연맹 산악회에 가입하면서 클라이밍을 시작한 황 감독은 1997년부터 클라이밍 선수로 활동했다. 2010년에 빙벽 등반 한국랭킹 2위에 오른 그는 설악산 토왕성폭포 빙벽대회, 영동 국제 빙벽대회 등 여러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어릴 때부터 산을 좋아했어요. 20대 때 서울 북한산을 오르는데, 인수봉 암벽을 오르는 사람들이 너무 멋있어 보이는 거에요. ‘나도 해 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국가대표 감독까지 맡게 된 거죠.”
2013년부터는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에서 한국 팀 코치를 맡으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태국, 싱가포르, 이탈리아 등 각국에서 클라이밍 코치·감독을 맡았으며, 2018년에는 대한체육회에서 공인한 대한산악연맹 초대 국가대표 감독으로 부임했다.
황 감독은 현재 스포츠 클라이밍은 ‘스포츠’로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애매한 입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0 도쿄올림픽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나, 세간에서는 여전히 다른 산악 활동과 다를 것 없이 보고 있다고 한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은퇴 후 진로가 불투명한 점도 고질적인 문제였다.
“지금은 산악회 내에서 ‘사생아’에 가까워서, 스포츠 클라이머들이 주눅들어 있어요. 스포츠 클라이밍이 알피니즘(산에 오르는 게 목적인 등산)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산악 단체 내에서도 이질적이죠. 이들을 당당한 스포츠인으로 이끌겠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그는 이어 “책을 통해 스포츠 클라이머뿐 아니라, 산을 공유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며 “모두가 한 마음으로 뭉쳐 스포츠 클라이밍 발전을 위한 방향과 규정, 행정, 방법 등을 공유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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