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를 벗어난 다양한 시각으로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는 삶의 지혜를 찾다.’
내년 열리는 제13회 광주비엔날레(2월21일~5월9일)는 관습과 고정관념을 깨고 샤머니즘, 치유, 억압된 역사 등에 대한 동시대의 현안을 새로운 시각으로 형상화한 다채로운 작품을 만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이 18일 스리랑카 콜롬보와 독일 베를린에 머무는 나타나샤 진발라, 데프테 아야스 공동예술감독을 영상으로 연결해 발표한 참여작가 명단에는 핀란드 등 북유럽 원주민의 삶을 소재로 한 작업을 하는 작가 등 지금까지 비엔날레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새로운 목소리로 발언하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점이 특징이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49개국 69명의 작가가 작품을 선보인다. 두 예술감독은 “이번 비엔날레의 키워드 중 하나가 다양성이며 서구 주류 중심의 전시에서 벗어나 지정학적 경계를 허물고 내부인과 외부인, 합법과 불법,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해체해 마음을 확장하고 포용적인 예술적 실천을 하는 작가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의 무속신앙 등 전세계 샤머니즘을 소재로 작업하며 ‘치유의 힘’을 이야기하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눈에 띈다. 그밖에 광주 5·18 등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애도’의 문제를 전 세계 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들과 함께 선보이며 코로나 19로 변화된 삶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두 41점의 신작이 발표된다. 광주에서는 조현택·이상호 작가가 참여해 신작과 기존 작품을 함께 선보이며 지난 봄부터 광주와 서울 등지를 방문했던 작가들도 국가폭력, 페미니즘, 샤머니즘 등을 주제로 다양한 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비엔날레 사상 처음으로 비엔날레 전시관 1층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도록 구성한 이번 전시는 비엔날레전시관 이외에 국립광주박물관 등 다양한 공간을 전시장으로 활용, 각 전시 장소의 특성을 반영해 참여작가와 작품을 배치해 눈길을 끈다.
메인 전시관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는 과거와 현재의 예술적 환경을 통합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시각 예술가들을 한 데 모았다. 민정기·이갑철·문경원 등 미완의 역사와 억압된 연대기를 다루는 작가들의 묵직한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며 샤머니즘박물관과 서울 가회박물관의 아카이브 및 소장품과 함께 작가들의 신작 커미션이 함께 전시된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죽음과 사후 세계, 육체의 한계성 등 에 대한 이야기를 유물과 예술작품을 통해 풀어낸다. 테오 에쉐투, 트라잘 하렐, 갈라 포라스 킴, 클리산네 스타타코스 등의 신작을 만나는 공간이다.
개관 85주년을 맞은 광주극장에서는 ‘극장’이라는 정체성을 살린 작품이 전시된다. 주디 라둘은 라이브 오케스트라 공연과 열화상 카메라를 통한 이미지를 결합한 설치 작품을 선보이고 조피아 리데트는 1970년대 폴란드 일상을 담은 포토 몽타주를 전시한다.
올해 처음 전시장으로 활용되는 양림동 선교사 묘지 끝자락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는 크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 시셀 톨라스, 김상돈 작가 등의 신작을 만날 수 있다.
‘라이브 오르간(Live Organ)’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핵심적인 질문을 탐색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아나 프라바츠와 키라 노바 등의 작품은 비엔날레 웹사이트와 SNS 등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되고 있으며 지난 9월부터 시작된 공공프로그램 GB토크 ‘수면으로 떠오르기:연대의 미래를 설치하기’는 민중 운동의 시대적 흐름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전 세계 학자, 예술가, 사회운동가가 참여하는 온라인 토크, 포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출판물 ‘뼈보다 단단한(Stronger Than Bone)’은 로봇, 테크노 페미니즘, 성적 자유와 성폭력, 모계 문화, 디지털 정체성 등 광범위한 주제 및 이슈와 관련된 다채로운 접근법을 담고 있다.
그밖에 은암미술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옛 국군통합병원에서 열리는 GB 커미션에서는 시오타 치하루, 호 추 니엔, 타렉 아투이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광주비엔날레는 이번달부터 전시장 공사를 시작하고 홍보영상을 촬영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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