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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정송규 개인전 “작품 속 수많은 점은 내 삶의 흔적”

by 광주일보 2020.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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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현대미술관, 3월까지 3부 전시
레고·조각보 작업…아카이브 공개

 

레고를 소재로 작업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정송규 화백.

전시장 곁 작업실에서 만난 노(老) 작가는 결국 100호가 넘는 캔버스를 다시 짜 왔다며 웃었다. 작은 점들을 끝도 없이 찍어가는 작업은 만만찮은 공력이 들어 앞으로 대작 작업은 좀 줄이려고 했지만, 지금 작업 중인 ‘만남’ 작품은 아무래도 100호 3개가 이어질 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완성될 것’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정송규(77)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모두 3부에 걸쳐 내년 3월까지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마침 연말 께 조선대 김승환 교수가 정 화백의 작품 세계를 다룬 책도 발간 예정으로 있어 이론적으로 그의 예술 세계를 살필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될 예정이다.

정 화백은 지난해부터 ‘마음이 바빠’ 지금까지 작업과 삶의 흔적을 정리해 해왔다. 수장고에 쌓아둔 작품 목록을 만들고 오래된 드로잉 작품들도 찾아서 정리했다. 작품을 일일이 촬영해 아카이빙한 정 작가는 “이번 전시가 아마도 광주에서 선보이는 마지막 전시가 되지 않을까”한다고 말했다.

오는 12월 1일까지 이어지는 1부 전시는 ‘오늘이 기적입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전시에는 그의 대표작인 조각보 시리즈와 수 만개의 점을 찍어내는 점묘 작품들이 나왔다.

60년이 넘는 그의 그림 인생에서 고등학교 은사 오승우 선생, 대학 때 만난 임직순 선생의 가르침은 큰 힘이 됐다. 지산동 집에서 몇 시간이고 작업에 열중하던 오승우 선생의 모습이나, 자신의 작품을 볼 때마다 구체적인 가르침 대신 언제나 “뭔가 더 나은 세계가 있을 텐데”하던 임직순 선생의 말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뭔가’를 찾으려했던’ 그의 ‘삶의 좌우명’이 됐다.

아티스트로,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살아온 그녀는 40대 중반에야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바쁜 일과 중 틈새’를 찾아 작업하던 시절을 지나 아이들이 큰 50대부터는 한 눈 팔지 않고 꾸준히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작업 소재를 일상에서 찾는다. 이번에 나온 신작 ‘delight-삶’은 미술관 앞 개미굴을 보고 작업한 것이다.

“개미굴을 한참 들여다 보는데 그렇게 부지런할 수가 없어요. 수시로 나무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바삐 움직이더군요. 인간이 볼 때 어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인데 말이죠. 신이나 자연이 우리를 볼 때, 아마 우리가 개미를 보는 듯할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무심한듯 하면서 묵묵히 일상을 이어가는 존재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큰 화면을 수많은 작은 점과 선으로 메꿔가는 제 그림처럼 우리도 일상을 그렇게 덤덤히 채워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창기 인물과 풍경 등을 그리다 변화를 모색하던 그는 2000년 ‘조각보’ 작업을 시작했다. 엄마, 며느리,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등 ‘나와 가까운 이들’이 결국 ‘어머니’였고, 그런 어머니의 세계를 들여다보자는 생각에 어머니의 장롱을 뒤져 낡은 조각보를 발견했다.

“조각보의 조형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죠. 어머니들은 짜투리 천으로 어쩜 그런 배색과 조형성을 만들어 놓으셨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의 닳아진 쪽빛 조각보를 보고 영감을 얻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조각보에는 가족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싶은 기도의 마음과 영원한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제 작품에 나타나는 작은 조각과 면들은 제 삶의 시간이자, 살아온 흔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조각보 작업은 2011년부터 조형성이 가미돼 좀 더 역동적이고 리드미컬한 율동감이 부각되는 작품들로 구현된다. 이번 전시에서도 만날 수 있는, 4개의 대형 캔버스를 붙여 만든 세월호 소재 작품 ‘생명의 소리’가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에는 장난감 ‘레고’로 작업한 ‘Delight-관계’(2012)도 나왔다.

“손자들이 갖고 놀던 레고를 보고 그 색깔에 푹 빠졌어요. 화려하고 다양한 색감과 나열방법에 따라 집도, 비행기도 만들고 상상하는 모든 형태를 만드는 걸 보고 작품으로 해봐도 재밌겠다 생각했죠.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상을 만들어내는 게 즐거웠죠. 다시 작업해 보고 싶어요.”

2층 전시실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서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작품 700여점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또 아카이브를 공개한다는 생각으로 전시실 옆 개인 공간도 오픈했다. 오는 12월23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진행될 2부 ‘내가 살아온 이야기’전에는 수 천 수만 개의 점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물결을 만날 수 있는 작품 20여점이 전시되며 3월 한달간 열리는 3부 ‘드로잉’전에서는 초기 작품 12점과 드로잉 250점이 걸릴 예정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살아간 데 대해 후회는 없죠. 예술은 보이기 위한 것, 인정받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예술은 본능이죠. 밥 먹듯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하나라도 더 그렸으면하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갑니다. 이번에 정리 작업을 하면서 무엇보다 ‘관계’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내가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애정과 도움을 준 이들이 참 많았구나 새삼스레 느꼈죠.”

며칠 전 누군가에게 받은 호박의 움푹한 모습이 재미있어 이런 저런 드로잉 작업을 해 볼 생각이라는 그는 “일상에서 얻은 이야기로 작업하는 요즘이 참 평안하다”고 말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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