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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힌츠페터 발길따라 5월 현장 녹음”

by 광주일보 2020.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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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공간 음향으로 작품 제작 중인 독일 보도 하트비히 작가]
‘택시운전사’서 모티브…옛 국군병원, 상무관등서 소리 채집
아내 정재름 작가도 도청 총탄 소재 작업 중…19~25일 전시''

 

5월 현장의 소리를 녹음 중인 하트비히 작가와 아내 정재름 작가.

사운드 아티스트인 독일 작가 보도 하트비히(54)는 ‘소리’를 채집하고 음향을 녹음해 ‘작품’을 만들어낸다. 미국 휴스턴에서 바흐의 흔적을 좇기도 하고, 싱가로프의 풍경을 ‘소리’의 관점에서 잡아내 리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2016년엔 담양 대나무의 성장을 담은 작품 ‘초록이 자라는 소리’를 제작, 서울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코로나 19를 뚫고 광주를 찾은 그는 지금 ‘5월 현장의 소리’를 기록하고 있다. 5·18을 전세계에 알린 영상물을 제작했던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가 찾았던 길을 따라가면서 진행하고 있는 작업이다. 지난 9월26일 한국에 도착해 2주간의 자가격리를 거친 그는 옛 국군병원, 전남도청, 5·18기록관·5·18 묘역 등을 방문하고, 윤상원 열사의 아버지 등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 명예 광주시민인 힌츠페터의 묘지도 찾았다.

사)국제시각문화예술협회(대표 노정숙)와 광주 동구청의 미로센터 레지던시에 참여하고 있는 보도 하트비히를 작업실에서 만났다. 이번 레지던시에는 역시 베를린에서 활동중인 아내 정재름 작가도 참여하고 있다. 정 작가는 전남도청의 총탄 자국과 통독 전 독일 지역의 총탄 자국을 탁본으로 제작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뒤셀도르프 로버트 슈만 콘서바토리에서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하트비히 작가는 작품 활동과 함께 독일 국영라디오 방송에서도 일을 맡고 있다. 그는 역사적 사실들을 담고 있는 소리를 녹음하는 데 관심이 많아 동서독 분단의 상징같은 ‘열차’가 폐차되는 과정에서 나온 ‘소리’를 녹음하고 작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에게 통독 30주년이자, 5·18 40주년인 올해는 의미가 있는 해다. 광주 체류가 결정됐을 때 그는 아내와 세 번이나 인터넷으로 관람했던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힌츠페터를 떠올렸다.

“같은 독일 사람인 힌츠페터씨가 40년 전 촬영했던 곳들을 다시 찾아보고 있습니다. 힌츠페터씨가 기자로서 했던 그 활동은 의미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80년 당시 사진을 보면 그의 곁에 녹음기사가 있어요. 독일방송국에서는 음향을 아주 중시하기 때문에 그가 녹음했던 소리들을 통해 당시의 모습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었을 겁니다. 영화를 보면서 그 현장을 찾아 녹음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도 하트비히 작가가 5·18기록관에서 오월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5월 현장들을 직접 발로 밟고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광주에 대한 역사가 더 와닿고 실감난다고 했다. 그래서 독일로 돌아가면 방송국에서 광주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려 한다. 첨단 녹음장비를 들고 광주의 10일간의 항쟁의 기억을 찾아다니고 있는 그는 소리를 채집하는 자신의 작업을 ‘공간 녹음’이라고 말했다.

“일반인들에게는 공간을 녹음한다는 게 얼핏 이해가 잘 되지 않을텐데, 소리를 녹음하는 것은 그 공간이 담고 있는 역사와 시간까지도 담아내는 작업입니다. 지금은 폐허가 된 옛 국군병원을 찾았을 때 그 곳에서 울리는 어떤 소리의 파장은 그 공간이 갖고 있는 시간들을 함께 담아내는 겁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파장을 따라 40년의 시간을 추적할 수 있는 거죠. 그곳에서 나무들이 흔들리는 소리, 창문으로 들려오는 새소리와 바람소리, 변화하는 도심의 여러 음향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시간과 역사를 만들어냅니다. 그 소리들을 전시장에 어떻게 설치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트비히 작가는 상무관에서는 5월 당시 상황을 담은 글을 낭독하는 목소리와 첼로 연주 소리도 함께 담아낼 예정이다. 그는 지금은 울리지 않는 옛 국군병원 예배당의 ‘종소리’를 꼭 녹음하고 싶다고 했다. 40년 전 그 때 울렸을 종소리는 계엄군과 고문·폭행으로 치료받던 광주 시민들의 귀에 들렸을테고, 그 현장을 기억하는 종소리는 4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소리로 당시의 이야기를 전해줄 지 궁금해서다.

그는 서라운드 음향 형식으로 작품이 설치되는 공간이 사람들이 자유롭게 들어와 거닐고, 움직이기도 하며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기억과 영감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뒤셀도르프에서 미술을 전공한 정재름 작가는 ‘광주’를 테마로 작업하는 것에 대해 부담이 컸다고 했다. 고민을 거듭하다 베를린 브란테부르크 인근 교회의 ‘총탄 자국’을 탁본했다. 건물 바닥의 총탄 자국은 누군가 알려주지 않으면 기억을 못하는 것들이다. 전남도청의 총탄자국을 회화적으로 형상해 두 지역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보려한다. 또 환경미술에도 관심이 많아 신안 기점소악도 갯벌에서 작품을 제작중이다.

두 사람의 작품은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미로센터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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