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미은기자

리얼리즘 사진 선구자 ‘임응식 사진전-부산에서 서울로’

by 광주일보 2020. 10. 29.
728x90
반응형

[같은 시대를 살았던 한국인이라면…]
1950년대 후반~60년대 초반 흔적들
시대상 포착한 대표작 ‘구직’ 등52점 전시
한국전쟁 종군기자·다큐 작가로 활동

 

구직, 명동 미도파 앞, 서울 (1953) <임응식 아카이브 제공>

1953년 서울 미도파 미장원 앞에서 찍힌 한 남자의 흑백 사진을 우리는 다들 알고 있다. 그 시대를 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담벼락에 비스듬히 서 있는 그 남자의 모습이 인상적인 건 ‘구직(求職)’이라고 쓰인 팻말을 목에 걸고 있어서다. 슬픈 그 남자 뒤로 환한 웃음을 지으며 대화를 나누는, 양복을 입은 두 남자의 모습은 대조감을 주며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이 한장의 사진은 6·25후 참담했던 당시 서민들의 모습을 ‘제대로’ 포착하고 있어 전후 시대상을 소개할 때 빠짐없이 등장한다. 작품 ‘구인’은 사진 한장이 그 어떤 긴 글과 설명보다 더 명료하게 시대를 증언한다는 사실을 적확하게 보여준다.

이 사진을 찍은 이는 한국 근대 사진의 선각자, 리얼리즘 사진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故) 임응식 (1912~2001) 작가다.

임응식 작가의 리얼리즘 사진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가 마련됐다. 광주 동명동에 위치한 사진·공예 전문 전시장 갤러리 혜윰(광주시 장동로 1-6)에서 오는 11월 15일까지 열리는 ‘임응식 사진전-부산에서 서울로’다. 서울 SPACE 22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대구를 거쳐 광주에서 관람객들을 만난다.

순회전에서는 그가 부산에서 활동하던 시기인 1946년부터 서울에 정착한 1960년 이전까지의 전후 한국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낸 작품 52점이 전시된다. 또 전시에 맞춰 출판한 사진집 ‘부산에서 서울로’도 함께 만나볼 수 있어 임응식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봄처녀, 부산 (1950) <임응식 아카이브 제공>

전시장에서 만나는 그의 사진은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포착했다. 전쟁이 끝나고 얼마 후에 찍힌 사진들에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보이지만 그의 앵글이 포착한 작품들엔 유머와 해학도 숨어 있다. 또 작품의 배경은 서울과 부산이지만 ‘같은 시대’를 살았을 한국인이라면, 또 그 시절을 책이나 자료로 접했던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 감정이 담겨 있다. 젊은 세대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일 것같다.

 

비오는 거리 동대문, 서울 (1960) <임응식 아카이브 제공>

1950년대 후반과 60년대 초반은 아직 근대의 흔적이 남아 있던 시절이다. 1960년 작 ‘비오는 거리 동대문’을 보면 시대의 공존을 느낄 수 있다. 도포 자락에 안경을 쓰고 갓을 쓴 두 남자의 모습과 양복 차림의 두 남자, 그리고 우체통이 어우러져 시대가 뒤죽박죽된 느낌을 줘 흥미롭다.

 

교통사고, 서울 (1955) <임응식 아카이브 제공>

1953년 서울에서 촬영된 ‘교통사고’는 보고 있으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도로에 놓인 고무신 한짝에 분필로 ‘우측’이라 표시 하는 경찰관의 모습, 그 모습을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재미있다. 동생을 등에 업은 또 다른 ‘아이’, 강인한 생활력이 묻어나는 복잡한 시장 풍경, 멋쟁이 여성과 남성을 만나는 명동 풍경 등도 눈에 띈다. 또 4·19현장 사진과 국군이 서울 수복 후 진주한 사진 등도 만날 수 있다.

전시 관람을 마무리한 후에는 밖으로 난 창가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임응식 작가의 사진집을 찬찬히 살펴봐도 좋다.

임응식은 한국사진의 역사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활동해온 사진가였고, 그의 활동 자체가 한국사진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부산 출신인 그는 중학교 입학 선물로 카메라를 받으며 사진에 눈을 떴다. 1931년 부산체신리원양성소를 수료한 뒤 일본인 중심 사진동호회에 가입해 향토적 서정을 담은 일본풍 살롱 사진에 젖어 있던 그는 한국전쟁 당시 종군사진기자로 참전하며 다큐멘터리 사진의 세계로 돌아섰다.

그에게는 사진에 관한 ‘최초’ 타이틀이 많다. 1952년 한국사진작가협회를 창립한 그는 이듬해국내 사진가로는 처음으로 서울대 미대에서 사진강좌를 맡았고 이후 중앙대 사진과 교수를 역임했다. 1969년 ‘공간’ 지 편집주간으로 취임해 김환기, 오상순 등 문화예술인들의 초상사진을 촬영, 사진집 ‘풍모(風貌)’를 출간하기도 했다. 또 그는 198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연 최초의 사진작가이며 2012년 덕수궁분관에서는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열리기도 했다.

월요일 휴관, 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토·일요일 오후 1시~7시.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리얼리즘 사진 선구자 ‘임응식 사진전-부산에서 서울로’

1953년 서울 미도파 미장원 앞에서 찍힌 한 남자의 흑백 사진을 우리는 다들 알고 있다. 그 시대를 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담벼락에 비스듬히 서

kwangju.co.kr

 

집과 삶에 대한 ‘왜곡된 기억’

캔버스에 등장하는 ‘집’은 위태롭다. 거친 풍랑에 흔들리며 떠 있는 여러 채의 집은 ‘휴식’이라는 기존 인식에 반(反)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한국화가 최나래 작가 개인전이 오는 11월 8일

kwangju.co.kr

 

늦가을밤 코로나 치유 재즈선율 울린다

가을밤,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시민들을 위로하고, 코로나 19를 극복하자는 소망을 담은 재즈선율이 울려 퍼진다. 광주 지역 재즈대중화에 앞장서 온 색소포니스트 박수용(호남신학

kwangju.co.kr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