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KBO 10개 구단 첫 코치진 개편…1·2군 통합 관리 기대와 우려
지도자 데뷔 이범호에 2군 총괄코치 맡겨…현장 역할 보장 과제로
동반 성장을 부르는 ‘파격’일 될 것인가 팀을 흔드는 ‘파괴’가 될 것인가.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4일 포스트시즌과는 상관 없는 KIA 타이거즈가 화제의 팀이 됐다.
이날 KIA는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코칭스태프 개편안을 내놓았다. 마무리캠프 훈련 도중 코치진을 정리해 논란을 자초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발 빠르게 조직을 새로 짰다.
시기도 시기지만 그 내용이 화제였다. 핵심은 퓨처스 감독제 폐지, 퓨처스 총괄코치 제도 도입이다. 그리고 총괄코치 자리에 이범호의 이름이 오르면서 KIA의 개편이 팬들은 물론 야구계 내부에서도 ‘핫이슈’가 됐다.
파격적인 변화다.
KIA는 ‘육성’을 전면에 내세워 개편을 이야기했다. 윌리엄스 감독이 1군과 퓨처스 선수단을 통합 관리한다는 설명도 했다. 앤서니 코치가 ‘메신저’역할을 하면서 1군과 퓨처스를 한데 아우르면서 성적과 육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계산이다.
이범호를 전면에 내세운 부분도 파격적이다. KBO리그에서 놀라운 성적을 쌓았고, 일본리그에서 설움도 겪으며 그라운드에서 많은 것을 이룬 그는 ‘타이거즈 캡틴’으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 선수들의 신임도 두텁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빅리그에서 지도자 경험도 쌓았다.
젊은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최근 KBO리그 분위기를 보면, 변화가 필요한 KIA를 바꿀 적임자로 보인다.
하지만 표면적인 모습과 달리 야구계 내부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크다.
윌리엄스 감독이 1군과 육성까지 책임지는 구조라는 게 구단의 설명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두 마리 토기를 잡는 게 쉽지 않다.
KIA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첫 시즌을 6위로 마감한 윌리엄스 감독은 내년 시즌 성적을 욕심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1군 구성만으로도 고민이 많다.
외국인 감독 특유의 성향도 변수다. 빅리그에서는 선수단 구성은 구단의 몫, 주어진 자원으로 현장을 운영하게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취임식에서도 윌리엄스 감독은 “내부 FA(안치홍, 김선빈)에 대해 구단과 교감을 나눴냐?”는 질문에 “선수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수동적인 대답으로 ‘빅리그’ 스타일을 보여줬다.
이날 선수단 대표로 인터뷰를 했던 최형우가 “구단 대표님께서 치홍이와 선빈을 잡아주면 좋겠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하던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다.
윌리엄스 감독이 주도하고 이끄는 동시 성장이 아닌, 구단 일방적인 흐름 속 육성도 성적도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학연·지연이 만연한 문화에서 중책을 맡은 ‘40살’ 이범호 총괄 코치의 어깨도 무겁다. 뚝심 있게 방향성을 가지고 갈 수 있느냐에 따라서 타이거즈의 2021시즌은 물론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
파격적인 조직 개편이 나오면서 선수 출신 단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과 이범호 총괄코치 사이에서 조 단장의 비중이 커진 모양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처음 약속됐던 조계현 단장의 3년 임기는 끝났다. 구단은 재계약에 대해 확실하게 결정된 부분은 없다고는 하지만 조 단장은 파격 개편을 지휘하면서 이미 ‘시즌 2’를 그리고 있다.
타이거즈 첫 선수 출신 단장으로 기대했던 것은 현장을 잘 이해하고 그만큼 선수단이 최고의 전력으로 그라운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앞선 3년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임창용 기용과 방출 과정에서 논란을 키웠고 그 여파는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김기태 감독이 오히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두 번째 시즌도 시끄러웠다. 세 번째 시즌에도 FA 논란으로 팬들의 원성을 샀다.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스타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안치홍·김선빈과의 협상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고, 협상과정에서 다른 이야기가 밖으로 나오면서 선수단 내부가 뒤숭숭했다. 코로나 시국에 강원도 총선 캠프를 방문해 팬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기대했던 선수단 통합에 실패했고 육성 선수 영입 과정에서의 잡음, 특정 선수에 대한 개인 코칭 등으로 현장에서도 뒷말이 나왔다.
KIA는 2009년과 2017년 우승의 여운을 살리지 못하고 잇단 시행착오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파격적인 시도에 나선 KIA가 해태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명품 구단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새 시대에 맞는 구단의 확실한 방향 설정과 현장의 책임 있는 역할 보장이 중요한 선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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