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극장 개관 85돌 간판학교 학생들이 직접 그린 손간판 상판식]
‘남매의 여름밤’·‘철서구’ 등 10명 참여해 40여일간 작업
광주극장, 시민 문화공간 재탄생…박태규 화백 “100주년 기대”
지난 16일 오후 7시, 모처럼 광주극장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제 5기 영화간판 시민학교’(이하 간판학교)에서 탄생한 올해의 손간판이 걸리는 것을 보러 온 이들이었다.
손간판 상판식은 매년 열리는 ‘연례행사’로 자리잡았지만, 이날은 여느 때보다 특별했다. 광주극장 개관 85돌을 기념하는 ‘광주극장영화제’ 개막일이었기 때문이다.
1935년 문을 연 광주극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이다. 광주 대중문화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광주 시민의 삶과 추억을 안고 있다.
광주극장은 매년 간판학교를 운영, 광주시민이 직접 그린 손간판을 걸어두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탓에 참가자가 소수로 제한됐고, 제작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총 10명이 참여했으며, 간판을 완성하기까지는 40여일이 걸렸다.
참가자들은 ‘백투더퓨처’, ‘패왕별희’, ‘피아니스트의 전설’, ‘보테로’, ‘미드90’ 등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골라 간판으로 만들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안소현(여·27·서구 화정동)씨는 개막작 ‘남매의 여름밤’을 그렸다.
간판학교에 3년째 참가 중인 그는 “간판학교 덕에 이제는 광주극장이 집처럼 친숙하다. 좋은 추억이 많은 이 곳이 85돌을 맞는다니, 올해 간판학교에는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씨에게 영화 ‘남매의 여름밤’은 개봉한 날 곧장 챙겨봤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이었고, 그만큼 안씨도 즐겁게 그릴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광주극장은 영화제, 감독과의 대화 등 이벤트와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서 늘 재밌는 곳이에요. 보기 드물게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이곳만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광주극장도 100돌을 맞을 때까지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안소현)
영화 ‘철서구’로 생애 처음 손간판을 그려봤다는 한누리(여·26·동구 동명동)씨도 “뜻깊은 날에 내 손으로 극장을 꾸밀 수 있어 감동적이고, 보람찼다”고 말했다. 한씨는 동구청 청년인턴 지원사업을 통해 지난 5월부터 광주극장 일을 돕고 있다.
“SNS 등에 극장이 ‘낡았다’며 불평하는 분도 있어 속상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한 번 극장을 찾아오면, 이곳만의 매력과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한누리)
간판학교를 진두지휘한 박태규(55) 화백은 “광주극장은 85년 역사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손간판을 그려 올리는 상징적인 곳이다. 지금의 광주극장이 있도록 함께해준 시민들과 도와준 이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광주극장 손간판은 시민과 함께 살아가는 문화 예술의 한 장르이자 충장로를 빛내는 골목 예술이라 생각합니다. 추억을 넘어 세대를 잇는 다리이기도 하지요. 참가자 중에는 10대도 있었는데, ‘손간판’을 처음 접하면서 그 가치를 배우고, 옛 흔적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됐습니다.”(박태규)
박 화백은 앞으로 15년 뒤, 극장이 100주년을 맞을 날을 기대하고 있다. 20년 동안 광주 시민이 그린 손간판 작품들을 모두 모아 전시해 보고 싶다는 것이다. “광주극장은 단순히 영화만을 상영하는 공간이 아닌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광주 시민들 마음 속에 ‘광주극장이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샘솟도록, 이곳만의 문화가 시민들과 함께 꽃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박태규)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영상편집=김혜림 기자 fingswoma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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