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8기 리더스아카데미 강연 - ‘조선왕의 리더십’]
태종, 가장 뛰어난 셋째 아들에 왕위 계승 … 세종 탄생시킨 최고의 선택
문물 정비·개혁·외교 등 시대별 역할 달라…리더의 바른 판단력, 최고 자질
“리더는 잘못을 가능한 반복하지 않고, 좋은 선택과 판단을 계승해야 하지요. 이를 깨닫게 해 주는 게 바로 역사의 힘입니다.”
‘조선과 현대를 잇는 역사학자’ 신병주 교수가 13일 광주시 서구 라마다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광주일보 제8기 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연단에 섰다.
‘조선 왕의 리더십’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강의에서 신 교수는 왕들이 위기를 대처한 방법을 되짚고, 그들의 리더십을 돌아봤다. 또 역사 속 상황이 현대에 반복되던 사례를 보여주며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란 말을 상기시켰다.
“조선시대 왕의 위상이라고 하면 ‘무소불위의 권력자’를 떠올리곤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끊임없는 왕권과 신권의 다툼이 있었고, 왕위를 계승하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에 따르면 조선시대 왕위 계승은 순탄했던 적이 없었다. 왕 27명 중 ‘적장자’가 왕위에 오른 이가 7명에 그쳤고, 그나마도 병마에 시달리거나 왕위에서 쫓겨나는 등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이 문제는 태조 이성계가 계비 신덕왕후 강씨와 낳은 막내아들 방석을 세자책봉하면서부터 불거졌다.
“방원은 왕자의 난을 일으켜 권력을 잡는 듯 했으나, ‘적장자’를 내세워 형 방과를 왕으로 올렸지요. 일단 정통성을 세우고, 이후 자신이 권력을 가져가는 식이었어요. 이는 최규하 전 대통령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전두환이 난으로 권력을 잡았으나, 자기가 먼저 나서면 저항이 거세니 최규하를 내세웠던 것이죠.”
태종은 왕위에 오른 뒤 왕권을 강화하고자 애썼다. 이를 위해선 적장자에게 왕위를 물려줘 정통성을 세우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첫째 양녕은 온갖 물의를 일으키며 눈 밖에 났다.
“태종은 결국 ‘택현’(擇賢)을 명분으로 셋째 충녕에게 왕위를 물려줬지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 세종이 탄생하는, 어쩌면 우리나라 역사에서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그 과감한 결단이 지금의 우리나라를 만든 셈이지요.”
신 교수는 리더의 선택과 취향에 따라 전반적인 국정 분위기가 바뀐다고 설명했다. 성종은 술을 좋아해 밤에 경연을 많이 열었던 반면, 영조는 술을 전혀 하지 않아 금주령까지 내렸던 게 그 예였다.
“오늘날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공직자 전체가 골프를 못 치게 된 적이 있지요. 본인이 골프를 못 치니 골프를 금지하고 대신 조깅하는 문화를 활성화한 겁니다. 리더에 따라 국정 분위기가 뒤바뀐 사례죠.”
리더가 잘못된 선택을 한 사례도 짚었다. 선조는 임진왜란 피난길 중 광해군을 후계자로 삼았고, 광해군은 전장에서 직접 의병을 모아 항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만큼 국방·외교 분야에 눈이 뜨여 있었고, 명과 후금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펼쳐 전쟁 위험을 크게 낮췄다. 그러나 반정으로 왕위를 꿰찬 인조는 광해군의 정책을 모조리 뒤엎어 버렸다.
“인조는 중립을 버리고 ‘친명배금 정책’을 펼쳤어요. 외교적 긴장 관계가 이어졌고, 결국 후금의 12만 대군에 포위돼 ‘삼전도의 굴욕’까지 당하게 된 것이지요.”
신 교수는 체제·문물 정비에 총력을 쏟은 때(세종·성종), 개혁이 필요했던 때(광해군·정조), 전란과 잘못된 외교 노선으로 고통받은 때(선조·인조) 등 각 시대별로 리더의 역할이 달랐음을 환기했다. 이어 이들 역사가 현재와 닮아있으며, 시대에 맞게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하는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광주일보 제8기 리더스 아카데미는 20일 장소를 바꿔 남구 임암동 어반브룩카페에서 음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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