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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준기자

[섬진강 홍수의 교훈] 기후변화에 대비한 물관리가 필요하다<상>

by 광주일보 2020.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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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홍수 대비’ 섬진강댐, 340㎜ 폭우에 속수무책
100년 만에 기온 1.5도 상승, 태풍·게릴라 호우 늘어
잇단 하천 저지대 개발에, 내수침수 취약구조로 바껴

 

구례 읍내를 잇는 문척교(왼쪽 다리) 아래 섬진강이 흐르고 있다. 올 여름 최고 500년 만의 호우가 내린 가운데 섬진강댐은 100년 홍수 빈도를 대비, 지천인 서시천 제방은 80년 빈도로 지어졌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올 여름 600㎜에 육박하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진 40년 만의 물난리에 구례·남원 등 전남·전북 지역민들은 씻을 수 없는 생채기를 안았다.

지난 8월7~8일 섬진강댐 유역 내 강우량은 340㎜를 넘겼으며, 환경부는 올해 장마 강우를 500년 빈도에 이를 정도의 기록적인 강우로 인식했다. 이번 집중호우를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으로, 광주일보는 3회에 걸쳐 섬진강 홍수사태에 비춰진 기후변화 영향과 이로 인한 하천관리 현황과 문제점, 물관리 대안을 다룰 예정이다.

◇10년 새 일 강수량 60㎜ 증가…기후변화 또 다른 얼굴=‘340.8㎜’ 지난 8월7~8일 섬진강댐 유역에 내린 강우량이다.

이 기간 동안 합천댐, 섬진강댐, 용담댐 유역에는 304∼378㎜의 집중강우가 내렸다. 올해 6월21일부터 홍수기 이후 8월19일까지 이들 댐 유역 강우량은 예년의 200% 수준에 달했다. 3개 댐이 준공된 이후 이틀 동안 누적 강우량이 300㎜ 이상 기록한 사례는 올해가 유일할 정도로 이번 폭우사태는 이례적이다.

이번 집중호우가 이례적이라는 시각은 최근 5년 동안 극심했던 가뭄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지난 2015년은 1973년 이래 역대 세 번째 최저 강수량을 기록한 해다.

그해 누적 강수량은 948㎜로, 평년 강수량의 72% 수준에 그쳤고 1988년(849㎜)과 1994년(912㎜)에 이어 가장 적은 수치로 기록됐다.

환경부 기후변화센터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1912년 이래 100년 동안 지구온난화와 도시화 영향으로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했다. 최근 10년 동안 겨울철에는 전국 109개 시군 40만명에 급수가 제한돼왔다는 사실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빈도와 물 부족 강도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전북 남원 등 일부 지역에 ‘500년 빈도’(환경부)에 이를 정도의 폭우가 퍼붓었다.

2000년대 들어 최대 일 강수량은 10년 전인 1990년에 비해 59.4㎜가 증가했다. 여름철 태풍과 갑자기 들이닥치는 게릴라성 집중 호우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60회였던 연간 집중호우 횟수는 1990년대 70회, 지난 2011년 133회로 껑충 뛰었다.

폭우가 내리는 날은 길어지는데 도시화·산업화가 지속되면서 내수침수 취약구조는 고질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하천변 저지대를 개발하는 등 지속적인 하천정비사업으로 침수면적은 줄고 불투수면적은 증가했다.

 

◇100년 빈도 섬진강댐, 500년 만 폭우에 속수무책=구례군 구례읍에서 86㎞ 떨어진 섬진강댐은 100년 빈도 홍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물난리 당시 이틀 동안 댐에 유입된 첨두(최대) 홍수량은 3402㎥/초로, 설계 때 홍수량(3268㎥/초)의 104% 수준이다. 54일째 이어진 장마에 총 유입량은 설계 대비 144%로 불어나게됐다. 100년 빈도를 크게 넘겼다는 말이다.

구례읍 등 4개 읍면에서는 요양병원과 농경지 등 약 5.26㎢에 달하는 지역이 침수됐다. 이는 한국수자원공사 영·섬유역본부가 집중호우 전부터 홍수기 제한수위보다 3m 낮게 댐 수위를 유지했음에도 벌어진 결과다.

영·섬유역본부는 사전에 설계 용량보다 약 4배 많은 116.1만㎥의 홍수 조절용량을 확보했었다.

지난 8월8일 오후 2시 30분께 계획 홍수위를 초과했음에도 섬진강댐에서는 하류 상황을 고려해 최대 유입홍수량의 53% 수준인 1868㎥/초, 즉 계획 방류량 수준으로 물을 내보냈다.

하지만 홍수 방어를 분담하는 댐과 하천 사이에서의 균형은 원활이 유지되지 않았다. 섬진강댐이 100년 빈도 홍수에 대비해 지어졌지만 지천의 경우 80년 빈도로 세워졌다.

 

구례 양정마을의 경우 섬진강 본류와 지천인 서시천의 제방 높이 차이로 본류의 물이 높이가 낮은 마을로 유입됐다.

지천에 불필요한 시설물을 존치하면서 제방이 무너지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이번 폭우로 광주와 전남·전북 14개 등 전국 25개의 제방이 붕괴됐다. 추정 피해금액만 1300억원에 달한다.

섬진강댐 하류 지천 제방은 전남도와 기초자치단체가 총괄 관리하고 있다. 국가하천의 하천개수를 제외한 대부분 유지·관리업무는 시·도지사에 위임하며, 시·도지사는 이를 다시 기초지자체에 재위임하는 방식이다.

환경부는 지난 달 18일 올해 집중호우 당시 댐 운영 적정성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댐 운영기관으로부터 독립적인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댐관리 조사위원회’를 출범했다. 장석환 대진대 교수(수자원학회 부회장)를 위원장으로 두며 총 23인으로 구성됐다.

조사대상은 섬진강댐, 용담댐, 대청댐, 합천댐, 남강댐이다. 위원회는 댐 운영관리의 적정성, 하류 홍수상황 등을 조사하고, 댐관리 개선방안도 제시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조사결과에 따라 댐의 운영관리상 문제점이 드러나는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하고, 기후변화를 고려해 현행 지침서(매뉴얼) 및 설계기준 등의 개선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종진 한국수자원공사 영·섬유역관리처장은 “지역의 홍수 방어는 댐과 하천이 분담하고 있고 홍수 피해양상이 제방 붕괴와 월류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되는 만큼 관련 기관 합동으로 면밀한 조사와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댐과 하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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