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해야할 지 몰랐고, 무엇을 하고 싶은 지도 몰랐고, 이 다음에 무엇이 되고 싶은 지도 몰랐던 스무살 여자 아이였다.” 소설가 전경린의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의 한구절이 오디오로 흘러나온다. 이어지는 발자국 소리와 함게 무등산 자락 어느 미술관 앞에 서 있다는 나즈막한 목소리가 더해진다.
EBS ‘이청아의 뮤지엄 에이로그’의 진행자 배우 이청아의 목소리다. 그녀가 방문한 곳은 광주 지역 젊은 작가 4인전이 열리고 있는 드영미술관(관장 김도영)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2020 미술주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미술축제로 ‘당신의 삶이 예술’이라는 주제 아래 일상 속 미술을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특징이다. 올해는 특히 온라인프로그램을 강화해 더 많은 관람객을 만나고 있는데 ‘VR 전시’, 이청아의 뮤지엄에이로그와 연계한 ‘상상하는 미술관 ASMR’등이 대표적으로 드영미술관이 공모에 선정돼 참여하게 됐다.
‘상상하는 미술관 ASMR’은 제공되는 오디오 파일을 통해 오직 청각으로만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감각의 콘텐츠다. 전시를 보러가서 함께 산책하듯 들어도 좋고, 전시에 가지 못하더라도 전시 기간이 끝난 후에도, 잠시 눈을 감고 고요한 전시실의 어디쯤을 걷고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특별한 휴식과 영감을 받을 수 있다.
불완전한 인생이지만 삶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음을 다양한 시각작품을 통해 전달하는 청년작가 초대전 ‘불완전한 에너지’에는 고마음·김다인·황수빈·정정하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지금 저는 네명의 청년 작가들이 보여주는 작품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왼쪽 벽을 따라 작고도 거대한 우주가 펼쳐져 있습니다. 광활한 우주 어딘가를 담아낸 황수빈 작가의 작품입니다. 짙은 어둠 사이로 어디론지 날아가는 별무리들을 보면서 그 별의 움직임이 우리 몸을 떠도는 세포의 모습처럼도 보입니다.”
이청아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전시장의 모습이 조금은 그려지는 듯도 하다. 낡은 건물이 부서지고 새로운 준비를 하는 공사현장을 호기심 어린 시각으로 바라보는 고마음 작가의 작품과 텔레비전을 오브제로 차용해 화면 속에 사람의 초상을 그려넣어 위트있게 표현하는 김다빈 작가의 작품도 색다른 시선으로 만날 수 있다.
‘VR전시’와 ‘상상하는 미술관 ASMR’은 드영미술관과 미술주간 공식 홈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다. 미술관 전시는 11일까지 열리며 ‘VR전시’와 ‘미술관 ASMR’은 전시가 막을 내려도 감상할 수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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