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도 방파제 차량 추락 아내 사망…보험금 17억 달해
1심 무기징역→2심 금고 3년→대법 금고 3년 원심 확정
대법 “의심가지만 고의 범행 아닐 수도”…살인혐의 무죄
“의심케 하는 정황이 있다. 그러나 피해자 사망이 A씨의 고의적 범행으로 인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
17억 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가 타고 있는 차량을 바다로 밀어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은 ‘살인’이 아닌 ‘과실’로 최종 결론냈다.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아내를 숨지게 한 죄로, 금고 3년의 처벌을 받게 됐다.
◇사고로 위장해 살해→과실=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안철상)는 24일 살인과 자동차매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52)에 대한 상고심에서 살인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항소심 재판 중 추가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만 인정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A씨는 금고 3년의 처벌을 받게 됐다.
A씨는 지난 2018년 12월 31일 밤 10시께 여수시 남면 금오도 인근 선착장의 방파제 끝에서 부인 B 씨(당시 47세)가 탄 승용차를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자동차를 빠트려 아내를 살해했다고 인정했다. A씨가 후진하다가 난간을 들이받은 뒤 상태를 확인한다며 경사로에 차량을 정차시키면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그지 않고 차량 변속기도 고의로 중립에 위치한 상태로 내렸고 밀어서 바다에 빠트렸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차량을 밀지 않더라도 차량 내부 움직임 등으로 굴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살인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만 인정해 금고 3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재판부는 “의심케 하는 정황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승용차를 밀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직접적 증거가 없고 ▲조명이 없는 심야시각, 웅덩이와 돌 사이를 통과시켜 차량이 바다로 추락할 수 있는 정차 위치까지 고려한 여건을 인위적·의도적으로 조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지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점을 들어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해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고의적 범행이 아닐 여지를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를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고 재확인했다.
◇핵심 쟁점은=차를 고의로 밀어 빠트렸는지 여부가 이 사건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다. 차를 후진시키다 뒷 난간에 부딪치자 A씨가 내려 뒷범퍼를 확인하러 간 사이 승용차가 경사면을 따라 굴러갔는데, 당시 차량의 주차브레이크는 풀어져 있었고 기어도 중립(N)인 상태였다. A씨가 하차할 당시 곧바로 차량이 굴러갔다면 B씨가 옆에 탑승해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내리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단, 내릴 때는 멈춰있어야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멈춰있던 차가 갑자기 굴러가는 게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검찰은 A씨가 차를 밀어 바다에 빠뜨렸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현장 검증을 통해 A씨가 차를 밀지 않더라도 차량 내부 움직임 등으로 차가 굴러갈 가능성을 확인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을 그대로 수용했다.
범행 동기도 1심은 경제적 어려움이 강력한 동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형성됐으리라는 점을 수긍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는 사고 직전 B씨 명의로 수령금 12억원 상당의 보험 6건이 가입된 점, 혼인신고 이후에는 보험금 수익자 명의가 A씨로 변경된 점이 살인 혐의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A씨가 1억2500만원 상당의 채무 등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2017년 개인회생 결정을 받아 매달 30만원을 납부해왔고 소득도 일정해 살인 모의를 할만큼 경제적으로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고 직전 B씨가 기존 보험을 해약하고 사망 보험금을 높인 새 보험에 다수 가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살인의 직접적인 동기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보면 수익자를 A씨로 변경한 것도 B씨가 요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구조행위에 대해서도 1심은 “피고인이 바다에 빠진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 직후 A씨가 인근 주민에게 구조를 요청할 당시 옷과 머리가 물에 젖은 상태였던 점 등을 들어 “(구조하지 않았다고)보기 어렵다”고 봤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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