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손상 미세 플라스틱 위험 밝혀낸 전남대 김응삼 교수 공동연구팀]
5㎜ 미만 조각, 바이러스보다 작아 안 걸러지고 폐에 축적돼 질병 유발
나노 분야 국제학술지에 논문 게재…“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 자제해야”
“앞으로는 바이러스, 미세먼지가 아닌 ‘플라스틱 팬데믹’이 올지도 모릅니다. 미세한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무시해선 안 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 지역민부터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나아가 전세계가 플라스틱 사용 자제에 동참해야 합니다.”
‘미세플라스틱’이 화두에 떠올랐다. 플라스틱이 물리·화학적 요인으로 직경 5㎜ 미만의 조각으로 분해된 것으로, 확산 범위도 넓어 최근에는 ‘청정 지역’ 남극 해빙에서도 발견되는 등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 중 직경 100㎚(나노미터) 이하로 작게 분해된 초미세플라스틱은 공기 중으로 방출되며, 이를 들이마시면 폐에 축적돼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학교 김응삼(46) 기계생물학 교수 공동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자료는 뜻깊다. 연구팀은 폐로 흘러 들어간 초미세플라스틱이 어떻게 호흡기를 손상하는 지, 폐 질환 발병 기작(機作)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의 표면에 생기는 전하(電荷)가 폐포 상피세포의 형태를 변형시키고, 세포를 파괴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표면에 고유한 전기적 성질을 갖고 있다. 이 중 양전하(+)를 띤 플라스틱 조각이 폐포 상피세포에 접근하면, 세포 골격을 불규칙하게 변형시킨다. 이어 활성산소를 과도하게 생성하도록 유도하면서 결국 세포를 죽게 만든다.
김 교수는 2년 전부터 연구를 진행했다. 세포를 가만히 두고 진행했던 기존 연구와 달리 폐포 세포에 주기적인 수축·이완 자극을 줘 인간의 호흡 조건을 모사했고, 호흡 중일 때 미세 입자가 훨씬 빠르게 폐를 망가뜨린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예컨대 자동차 타이어가 도로를 달릴 때, 굉장히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공기 중으로 나옵니다. 우린 생각보다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폐에 축적하고 있는 셈이지요. 바이러스보다 더 작은 물질이라 걸러내기도 힘들어요.”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인류가 플라스틱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량생산이 시작된 지 수십년만에 인류의 일상을 장악해버린 플라스틱이 이제야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생산량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어요. 덩달아 미세플라스틱 양도 많아지고 있지요. 황사나 미세먼지가 한 계절에만 머무른다면, 미세플라스틱은 사계절 내내 우릴 위협합니다. 그 위험성을 모두가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에 공동교신 저자로 참여했으며, 전남대 대학원생 아미르 로샨자데(이란·공동 제1저자)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광주센터 이성수 책임연구원(공동교신저자), 박상우(공동 제1저자) 연구원이 함께했다. 논문은 나노 분야 국제학술지인 ‘나노 레터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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