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가위를 든, 콧수염 달린 식빵. 머핀부터 케이크, 타르트 등 디저트 손님들을 예쁘고 맛있게 꾸며주는 천재 이발사 ‘브레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브레드는 광주 기업인 몬스터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코미디 시트콤 애니메이션 ‘브레드 이발소’ 등장 인물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최근 미국 최대 온라인 TV·영화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Netflix) TV쇼 부문 상위 10위에 진입했다. 유튜브 채널도 구독자 65만여명, 조회수 2억1600만회를 넘어서는 등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브레드 이발소는 정지환(39) 몬스터스튜디오 대표가 지난 2014년부터 구상해 온 결과물이다.
브레드 이발소는 소재부터 특이하다. 자동차, 로봇, 마법소녀 등 흔한 소재에서 벗어나 ‘빵과 디저트’를 등장인물로 삼은 것. 정 대표는 “빵집에서 볼 수 있는 예쁜 빵과 디저트에서 착안했다. 돌아보니 그동안 빵을 캐릭터로 만드려는 시도가 없었더라”고 말했다.
“‘돈이 되는’ 애니메이션보다는 저 스스로 ‘잘만들었다’, ‘재밌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은 독특한 애니메이션은 만들면서도 재미있거든요.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그래서 더 의욕이 생겼어요.”
브레드 이발소의 성공 뒤에는 정 대표의 고난이 있었다. 정 대표는 부산 출신으로, 미국 ‘라이엇게임즈’, ‘뽀로로’ 제작사 ‘아이코닉스’ 등 기업에서 일했다. 그는 2014년 1인 기업 몬스터스튜디오를 창업하고 자신만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파일럿 필름(4~5분 길이의 본보기 영상) 한 편을 만드려 해도 제작비가 꽤 필요해요. 그래서 각종 정부 지원사업을 따려고 했는데, 잘 안됐습니다. 16번 지원해 전부 떨어졌습니다.”
기회는 찾아왔다. 2015년 광주 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진행한 문화콘텐츠 기획창작스튜디오 지원사업에 턱걸이로 선정된 것이다. 지원금 9000만 원을 받은 그는 광주에 사무실을 열고 애니메이션 제작을 시작했다. 그렇게 완성한 파일럿 필름이 ‘대박’을 쳤고, 각종 공모전을 휩쓸며 본편 제작도 앞당길 수 있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때,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광주에서 손을 내밀어 주었어요. 전 어떤 일이든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파트너’ 광주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간다는 건 상상도 해본 적 없습니다.”
정 대표는 최근 브레드 이발소 시즌 3와 함께 웹 애니메이션 ‘체리툰’도 제작 중이다. ‘브레드 이발소’ 제작비의 10분의 1 정도로 제작한 저예산 애니메이션으로, 인터넷에서 유명한 이야기나 제보받은 사연을 풀어낸다. 유튜브 채널을 연 지 4개월만에 구독자 7만5000명을 넘겼으며, 틱톡 구독자도 16만명에 이른다.
정 대표는 “일단은 브레드 이발소를 ‘스폰지밥’, ‘호빵맨’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스테디셀러 콘텐츠로 키우는 게 목표다”며 “자만하지 않고, 앞으로도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즐거움을 주는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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