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법원 판결로 드러난 광주 보험사기 다발지역은
좌회전 차선서 직진하는 얌체차량 노려 “쾅”…억대 보험금 챙겨
양산사거리선 1년간 14건…풍암IC교차로·동운고가 등도 빈번
1년 간 특정 장소에서 비슷한 유형의 교통사고가 10건, 20건 일어났다면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경찰이 최근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한 사실에 주목, 보험사기 피의자들을 검거했다.
이들은 운전자들의 차로 위반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장소를 택해 범행을 일삼았다. 피의자들이 피해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았지만 피해자들은 교통 법규 위반 사실로 인해 아무 말도 못한 채 모든 책임을 떠안았다.
경찰이 파악한 주요 범행 장소는 보험사기범들이 교통사고를 내기 위해 기다릴 정도로 위반 차량이 많은 지역이다.
◇양산사거리=광주북부경찰이 최근 적발한 36명의 보험사기 피의자들이 선택한 핵심 범행 장소는 양산사거리로, 양산동 우체국에서 해오름 한방병원 방향 도로다. 이들은 4차로 중 1차로는 좌회전만 가능한데, 해당 차로에서 직진하려는 차량을 타겟으로 삼았다. 출·퇴근길, 직진 차로보다 수월하게 해당 구간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일부 ‘얌체’ 운전자들의 행태를 악용했다.
이들은 1차로에서 차선을 무시하고 직진하는 차량들만 골라 그대로 들이받았다. 좌회전 차선에서 직진 차량으로 진입하다 사고가 나면 좌회전 차선을 이용한 차량에게 모든 과실이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사고 이후에는 “왜 좌회전 차량에서 직진을 해서 이렇게 만드느냐”며 항의해 보험금과 치료합의금 등을 받아챙겼다.
이들이 양산 사거리에서 1년 간 낸 사고만 14건으로, 챙긴 보험금 등이 1억원을 넘는다.
◇동운고가·신안 사거리=출퇴근길이면 대표적 병목 현상이 빚어지는 광주 동운고가도 보험사기범들이 주로 이용한 범행 장소였다.
운암동에서 동운고가를 타고 가다 운남지구로 빠져나가거나 경신여고쪽에서 동운고가를 따라 광천동 버스터미널 방면으로 가던 차량들이 얽힐 때도 마찬가지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운남지구 방향으로 진출하기 위해 차선을 바꾸는 차량에게 양보하는 척 비켜줬다가 급발진을 해 고의로 사고를 내는 사례도 많다”며 “차선을 변경 중인 차량이 차선을 준수하고 주행 중인 차량을 들이받으면 평균 70%의 과실비율을 떠안는다”고 설명했다.
광천동 버스터미널에서 동운고가를 타고 가다 경신여고 방면으로 우회전 하는 차량들을 노린 범행도 적지 않다. 광천동에서 동운고가를 따라 전남대 방면으로 가는 우회전은 금지됐지만 단속이 없다보니 빈번한 차선 위반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북부경찰이 검거한 보험사기범들은 이외 무등도서관 사거리와 신안사거리에서도 이같은 차로 위반 차량들을 노린 범행을 일삼았다.
◇풍암IC 앞 도로=서구 풍암IC 교차로와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 앞 교차로도 위반 차량들을 골라 범행을 벌였던 장소였다.
제 2순환도로 풍암지구 IC를 빠져나와 풍암동과 송암동, 매월동으로 나뉘는 교차로에서 송암동 방면 직진 차선을 따라 가다 풍암동으로 좌화전하는 차량도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서부경찰이 최근 붙잡은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 3월까지 서구 매월동 농수산물시장과 풍암동을 연결하는 풍암IC 교차로 등 매월동 일대에서만 40건의 고의 사고를 냈다. 이렇게 챙긴 보험금만 1억원이 넘는다.
보험업계측은 풍암IC의 경우 한해 평균 30여건의 보험사기로 추정되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우범지대로 꼽고 있다.
경찰은 좌회전 차선에서 직진하는 차량을 뒤쫓아 들이받거나 직진 차선에서 좌회전 하는 차량 등 차로 위반 운전자들을 상대로 교통사고를 유발, 보험금을 타내는 게 보험 사기 범죄자들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7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A씨의 경우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 앞길에서 좌회전 차선에서 직진하는 차량을 골라 15차례에 걸쳐 일부러 사고를 내 1억3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 등을 받았다.
광주서부경찰 관계자는 “이 외 서구 양동복개상가 누문동 방향 도로와 서구 계수사거리 차로 위반 운전자들도 보험범죄 사기범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차로 준수 등 교통수칙을 준수하면서 운전하는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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